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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향여행자 Oct 17. 2016

어느 날 갑자기, 외래종의 습격!
봉포호

백조의 호수여행-고성 봉포호 

살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상황을 종종 경험한다. 힘이 없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석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봉포호와 광포호가 외래종 때문에 아프다. 이곳들은 어쩌다 외래종의 습격을 받은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봉포호와 광포호를 차례차례 찾았다.   

올해 초 조성된 봉포호 산책로.-고기은 제공.

어느 날 갑자기생태계 불청객을 맞다봉포호 

경동대학교 초입에 작은 호수가 있다. 봉포호다. 나무데크 산책로를 따라 걸어본다. 올해 초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잠시 벤치에 앉아 잔잔한 호수를 보면서 사색하기도 좋다. 평화로워 보이는 봉포호. 헌데 수면 아래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외래종 물고기 때문이다.      

옛날 이 호수에 봉황새 같은 큰 새가 날아들었다는데서 이름 지어진 봉포호.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풍경을 보긴 어렵다. -고종환 제공.

블루길은 어느 날 갑자기 봉포호에 등장했다. 북아메리카 동부 지방이 고향인 블루길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것일까. 설마 이곳까지 헤엄쳐 오기라도 한 것일까. 누군가 관상용으로 키우다 호수에 버렸다는 게 더 설득력 있는 추측이다. 어찌 되었든 팩트는 블루길이 봉포호에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얌전히 살았다면 문제 될 일은 없다. 식성이 문제다. 물속에 사는 곤충을 비롯해 식물성 플랑크톤, 동물성 플랑크톤, 물고기 알, 어린 물고기 등 눈에 보이는 족족 먹는 잡식성 어종이다.      

유역면적 0.18㎢의 봉포호. 잔잔한 호수 속 아래는 외래종 때문에 하루하루 전쟁이다.-고종환 제공.

블루길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호수에 방사한 누군가의 행동은 결국 더 많은 생명을 죽이는 꼴이 돼버렸다. 블루길은 기존에 살던 생물들을 무자비하게 먹어 치웠다. 블루길은 왕성한 식욕 못지않게 번식력도 왕성했다. 참붕어, 붕어, 가물치 등 토종 물고기들은 세력이 커진 블루길에 터전까지 뺏기고 만다. 지난 2013년 원주지방환경청의 동해안 소규모 석호 어류 서식실태 조사 결과, 봉포호에서 채집된 어류 중 55%가 블루길이었다고 한다.     

아가미 표면 뒤끝에 파란 점이 있는 것이 특징인 블루길. 파랑볼우럭으로도 불린다.-환경부,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은 블루길뿐만이 아니었다. 황소개구리 올챙이도 수만 개체가 발견됐다. 황소개구리는 이곳에 서식하면서 블루길과 경쟁하듯 호수에 사는 생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왕성한 번식력까지 닮아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며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이들의 위협으로 생물의 종 다양성이 감소했다. 생태계 균형이 깨지자 수질도 악화되었다.  


황소개구리는 곤충, 물고기, 토착 개구리는 물론 뱀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탐식성 양서류다.-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봉포호의 생태계 회복이 시급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수생태계 복원을 위해 2014년 초부터 생태계 교란종 제거 사업을 추진했다. 4회에 걸쳐 퇴치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황소개구리 올챙이 1만 3,000여 개체, 블루길 8,000여 개체를 포획해 제거했다.      



봉포호는 급격한 주변 환경변화로 해수유입이 차단되어 기수호의 특성이 사라졌다고 한다. 갈대 습지로 육화 정도가 심하다.-고종환 제공.

블루길과 힘 겨루기를 하는 가물치가 자꾸 낚시꾼들의 포획으로 개체수가 줄어드는 문제도 컸다. 고성군은 2014년 7월에 봉포호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가물치 낚시를 근절하고, 생태계 교란종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014년 10월엔 호수에 가물치를 방류하는 등 생태계 교란종을 퇴치하는 활동을 이어갔다.  

가물치 방류 후 블루길 치어와 황소개구리 올챙이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호수가 건강을 되찾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에도 블루길과 황소개구리는 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그 수가 쉽사리 줄어들진 않고 있다. 봉포호는 오늘도 생태계 교란종과 전쟁 중이다. 고성군은 포획 퇴치반을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매주 1회 통발과 어망을 이용해 이들을 포획한다. 한 주간 평균 포획량은 2~3kg이라고 한다. 외래종과의 전쟁은 언제쯤 끝날까. 평온함이 어서 찾아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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