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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녜 Nov 22. 2024

커피 한잔할래요?

신혼부부의 카페 호핑 이야기

카페 호핑. 여러 개의 카페를 연이어 방문하여 각 장소에서 커피와 분위기를 즐기는 활동이다. 단순히 커피 소비를 넘어 카페의 인테리어와 음악, 조명과 커피 향으로 어우러지는 감각을 느끼며 각 공간이 주는 고유의 매력을 탐색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나의 장소에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작은 여정이자 각기 다른 커피 한 잔에 이야기를 담은 카페 호핑. 서로의 취향을 조금씩 더 알아가며 진부한 일상에 색다른 변주를 더한다. 때로는 카페에서 발산하는 분위기에 스며들며 상념에 잠긴다. 새로 발견한 공간에 눈이 반짝이거나 낯익은 자리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카페 호핑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넘나들며 분홍빛 벚꽃이나 청량한 파도 소리, 샛노란 은행잎이나 새하얀 첫눈 같은 설렘을 선사하는 일상 속 여행이다.


  말레이시아 생활의 활력소인 카페 호핑은 우리 부부의 취미이다. 덥고 비가 잦은 한결같은 여름 날씨로 멈춘 듯한 시간을 움직이기 위해 주말마다 카페 호핑을 한다. 커피 전문가는 아니지만 카페 호핑을 하고 싶은 카페들을 두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여 각각의 독특한 기준으로 선정한다. 커피콩을 직접 볶는 로스터리 카페나 사이폰, 모카포트, 에어로프레스처럼 다양한 추출 도구로 커피를 내리는 곳 또는 시그니처 커피를 선보이는 공간이 아내의 취향이라면, 남편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답게 개성이 드러나는 분위기의 카페를 선호한다. 각자의 선호도에서 교집합을 이루는 카페를 호핑 하며 커피를 주제로 탁구공을 주고받듯 대화를 이어간다. 가끔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어느 카페에서 신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여행에서도 카페 호핑은 멈추지 않는다. 특히 낯선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카페 호핑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방콕에서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한 카페가 있다. 이곳은 외관부터 내관까지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온실 하우스 콘셉트의 카페다. 온실 속의 화초들이 부드러운 커피 향을 머금고 바람에 따라 살랑거린다. 휘리릭 소리를 내며 시시각각 바뀌는 아날로그 보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표 메뉴인 더티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고소한 에스프레소에 연유가 들어간 차가운 우유의 조화가 입안에서 향연을 일으킨다. 더티 커피에 황홀한 것도 잠시, 시트러스 향이 가득한 카페 샤케라토를 대접받는다. 묵직한 더티 커피와는 다른 매력의 카페 샤케라토. 향긋한 유자 맛의 커피로 입안이 개운하다.





  비단 이 카페의 커피와 분위기로만 사랑에 빠진 게 아니다. 사실 택시를 타고 이곳에 도착했을 때 큰 단위의 지폐밖에 없어서 택시 기사분께 잔돈을 드리기 어려웠다. 또한 카페에서도 현금을 받지 않아서 상황이 꽤 난처했다. 다행히 직원분이 팁 박스에 있는 팁을 우리가 가지고 있던 돈의 금액만큼 교환해 주어서 택시 기사분께 잔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우리만큼 직원분도 난감하셨을 텐데 재빠르게 대처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미소의 땅이라 불리는 태국에서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체득한다. 맛이며, 분위기며, 친절까지 삼박자를 이루던 방콕의 그 카페는 ‘우리 부부만 알고 싶은 카페’로 마음속에 저장한다.





  한국에서는 동네 마실을 나가듯 카페 호핑을 한다. 본가를 주변으로 걸어서 30분 거리인 카페들이 카페 호핑의 대상이다. 그중에서 커피에 진심인 카페를 발견한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로 깔끔한 카페. 입구의 오른쪽에는 로스팅 머신이, 정중앙에는 인테리어용 커피 머신이 놓여 있다. 직접 볶은 원두로 필터 커피의 맛을 취향껏 고른다.


  커피를 대하는 자세는 과일 향이 감도는 탄산수에서 시작된다. 커피를 마시기 전 입안을 깨끗이 헹구는 용으로 탄산수가 제공된다. 그다음 필터 커피에 사용된 분쇄 원두의 향을 맡는다. 그러고 나서 필터 커피를 마시며 진한 다크 초콜릿 향을 음미한다. 커피잔이 반쯤 비웠을 때쯤 직원분께서 디카페인 홍차를 주신다. 식후로 마시는 홍차에서 꽃향기가 난다. 탄산수부터 커피, 디카페인 홍차 순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 ‘언젠가 남편과 카페를 차린다면 이 카페와 닮아야지’ 하며 다짐한다.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시간은 쉼표와 같다. 집에서도 커피를 내릴 수 있지만 카페를 찾는다. 그곳에서는 평소 같던 커피 맛도 조금 더 특별하다. 카페에서 둘만의 공간을 나누며 사랑이 샘솟는다. 이른 아침 첫 손님으로 들렀던 카페나 늦은 저녁 커피 향을 따라 걷던 길은 카페 호핑으로 켜켜이 쌓인 사랑의 역사다. 오늘도 또 다른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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