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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un 07. 2024

21세기와 20세기가 공존하는 도시, 삿포로(1)

이야기

※ 위 사진은 삿포로역의 전경. 삿포로역과 다이마루 백화점, 쇼핑몰 스텔라 플라자가 함께 있다.


20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곳. 


일본 삿포로에 다녀왔다. 2019년 11월 이후 4년 반 만에 첫 해외여행이었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지로 일본 삿포로로 정한 이유는 남들과 같은 뻔한 이유였다.

환율이 좋았다. 엔화가 쌌다. 결국 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게 들고, 그에 비해 음식이나 서비스 퀄리티는 높았다.

그리고 비행시간이 짧았다. 나이가 드니 좁은 비행기에 오래 앉는 것이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여자친구도 나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일본은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에 이어 5번째로 삿포로를 방문했다. 일본은 항상 먹을거리, 볼거리, 구경할 거리가 많아 어느 도시든 좋은 기억뿐이다. 하지만 막상 가겠다고 마음먹으면, '왠지' 불편하다.


첫 번째는 내가 일본어를 못해서다. 지금이야 일본 어느 도시든 한국말 또는 영어 서비스가 잘되어 있어 관광하기 좋아졌지만, 2010년대 초반 처음으로 도쿄에 출장을 갔을 때, 영어가 전혀 통용되지 않는, 심지어 지하철에서도 한국어 안내가 원활하지 않아서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다. 그래도 대표적인 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본의 수도인 도쿄인데 의외로 영어 서비스가 잘 안 되어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예상되면서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래도 이제는 파파고라는 '엄청난' 어플이 있어, 큰 도움이 됐다. 물론 급할 때는 눈칫밥만 한 것이 없다.


두 번째는 일본은 아직도 아날로그가 많았다. 특히 결제 수단만 해도 환전을 해서,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 왠지 생각만 해도 번거롭다. 한국은 내 신용카드만 내면 다 결제가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지갑에 현금을 넣고, 계산할 때 일일이 계산해야 한다. 상상만 해도 주머니에서 동전들이 짤랑거리는 것 같아 귀찮다.


세 번째, 일본뿐만 아니라 처음 방문하는 나라에 가면 가장 당혹스러운 것이 바로 대중교통이다. 그 나라에 도착해서 어서 빨리 숙소로 이동해서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구경을 다녀야 하는데,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는 나라일수록, 대중교통이 복잡하다. 가장 빠르게 적응해야 하지만,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그러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지금에야 블로그나 네이버 카페에 설명이 잘되어 있어, 미리 공부하고 가면 크게 낭패를 볼 일은 없지만,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다.


그런 부담스러움과 첫 방문이라는 부푼 마음을 안고, 삿포로행 비행기에 올랐다.

삿포로시의 오도리공원의 모습


아시아나항공 OZ174편을 타고 12시경에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역시나 공항에서 대중교통인 JR급행열차역을 찾아가는 길이 어버버했다. 그리고 삿포로역에 내려서도 얼떨떨했다. 위기의 순간, 여자 친구가 이정표를 잘 찾았다. 그래도 이럴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똑똑한 여자 친구만 있으면 살 수 있다!'

그렇게 3박 4일 일정을 시작했다.


남들은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만, 나는 걸어 다니면서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삿포로에 오기 전에 블로그와 구글맵을 통해 삿포로에 대한 공부를 했다. 블로그를 통해 가볼 만한 명소를 찾고, 구글로 대략적인 동선을 살펴봤다.


호텔에서 삿포로의 명소인 오도리공원, 홋카이도대학, 번화가인 스스키노역, 니조 시장은 1km~2km 거리였다. 그리고 맥주박물관은 2.3km, 나카지마공원 2.3km, 홋카이도신궁은 2.4km였다. 걸을만한 거리였다. 평소 달리기를 하다 보니, 거리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1km면 구글 맵에서는 걸어서 20분 거리로 나오지만, 실제 걷다 보면 10분 좀 넘게 걸린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삿포로 시내를 걸으며 구경했다.

삿포로시의 명물, 삿포로 시계탑. 대표적인 기념촬영 코스다.

이내 적응한 내가 구글 맵으로 길을 곧잘 찾자, 여자친구가 새삼 구글 맵 보는 방법을 물었다. 내가 길을 찾는 방법이 궁금했던 것 같다. 나는 기준점으로 삿포로역을 정하고 남쪽에 있는 스스키노역까지를 기준선을 잡는다. 그리고 항상 구글 맵 기준선과 실제 위치를 확인해서 지도상에 어느 위치인지 파악하고 길을 찾는다. 그리고 GPS가 워낙 잘되어 있다 보니, 내가 조금만 이동해도 나를 가리키는 점이 이동한다. 이번에 보니 구글맵은 더 진화해서 내가 보는 방향으로 화살표로 가리키며 내 이동 방향에 맞춰서 화살표가 이동하고 있어, 위치나 방향을 찾기가 한결 수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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