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견뚜기 Jun 11. 2024

21세기와 20세기가 공존하는 도시, 삿포로(2)

이야기

※ 위 사진은 삿포로역의 전경. 삿포로역과 다이마루 백화점, 쇼핑몰 스텔라 플라자가 함께 있다.


4일간 내가 느낀 삿포로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잘 정돈된 계획도시였다. 삿포로역을 중심으로 격자 모양으로 도시가 이뤄져 있었다. 보통 역사가 오래된 도시의 경우, 이미 만들어진 구불구불한 길이 있어, 도시를 격자 모양으로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은데, 삿포로는 격자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길을 찾기가 쉬웠다. 한 블록의 폭은 보통 약 100mX100m 정도로 많이 걷지 않아도 되는 길이였다.


두 번째, 3박 4일 방문해 놓고 마치 전부를 다 아는 양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주요 관광지와 쇼핑지가 삿포로역을 중심으로 반경 2km~3km 내에 다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번화한 거리는 삿포로역에서 남쪽으로 스스키노역까지 이어지는 1.4km 직선 도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시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도로나 길거리에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도시 내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힘들었음에도 도시는 깔끔했다. 시민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삿포로시의 대표적인 번화가 스스키노역의 상점가. 스스키노역 사거리의 니카(NIKKA)상은 기념촬영 필수코스다.


하지만 도쿄나 오사카에 비해 뭔가 심심한 느낌이 든다. 도쿄나 오사카는 곳곳에 다양한 상점들이 있어, 지나가면서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삿포로는 건물들이 많아 도시가 얌전한 느낌이다.


그에 비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녹색 도시 이미지가 강했다. 사실 삿포로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 삿포로는 겨울이 성수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봄과 여름에도 충분히 방문할 매력이 있다. 곳곳에 오도리공원, 나카시마공원, 마루야마공원, 홋카이도대학 교정, 홋카이도대학 식물원 등에 녹색 잎이 우거진 나무들로 청량한 느낌이 가득하다. 그리고 위도가 우리나라보다 북쪽에 있어서, 바람이 한결 시원하다. 여름에 피서로 오기에 딱 좋다 싶다.

홋카이도대학 교정의 모습.


그리고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지하 아케이드가 잘 발달해 있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지상에서 이동이 어려워서 그런지, 삿포로역-스스키노역까지 지하 아케이드를 통해 이동할 수 있었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지하상가와는 달랐다. 지하지만 테라스가 있는 식당, 카페, 휴게 공간 등이 가득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지하 아케이드는 바쁘고 분주한 느낌이지만, 삿포로의 지하 아케이드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다만, 지하에 위치하다 보니, 왠지 식당이나 카페가 잘 꾸며져 있어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삿포로역 인근 지하 아케이드 모습


마지막으로 삿포로에서의 시간이 다소 느리게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내가 관광차 방문해서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삿포로의 매력은 계획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개성이 살아 있다. 각각의 건물, 아파트 단지가 모두 외관 디자인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근대를 연상케 하는 홋카이도 도청, 홋카이도대학 교정, 삿포로시 자료관 등이 근대 양식 건물이 잘 보전되어 있다. 이들 건물 보고 있으면 과거에 와있는 듯하다. 그리고 거리에서 빨간 우체통, 공중전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빨간 우체통이 내심 반가웠다.


삿포로시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우체통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현금 결제도 익숙해지니, 잔돈 처리를 위해 동전을 세는 것조차 즐거웠다. 어렸을 적 생각이 났다. 문방구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100원, 10원을 세어가며 프라모델을 계산하던 그 시절이 문뜩 그리워졌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해 있는 공간이라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며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 삿포로의 매력이었다.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막상 떠나려고 뒤돌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훗날을 기약하며 아시아나항공 OZ173편에 올랐다.


오도리공원 서쪽 끝에 위치한 삿포로시 자료관. 1926년 건축된 건물을 잘 보존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21세기와 20세기가 공존하는 도시, 삿포로(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