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시는 홋카이도 서부에 있는 도시로, 삿포로시에서 40km 거리에 있다. 오타루시는 홋카이도의 대표 도시인 삿포로보다 유명한 것이 많았다.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일본 영화 '러브 레터'의 배경이 된 도시다. 또한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된 도시다. 또한 오타루운하, 오타루 오르골당, 유리공방들은 사진만 봐도, '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 오타루다.
삿포로역에서 JR급행을 타면 40분 정도 걸린다. 오타루로 가는 열차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9시에는 시간당 7대~8대, 퇴근 시간대인 16시~20시는 7대~10대까지 있다. 그 외 시간에는 한 시간에 5대가 운영한다.
우리는 오전 9시 JR열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했다.
JR급행을 타고 오타루로 가면서 홋카이도의 바닷가를 보는 것도 한 재미한다. 우리나라 해변가는 바닷가에 모래사장이 있고, 그 위에 해수욕장이나 식당, 카페 등이 발달해 있다. 하지만 홋카이도의 바닷가는 자갈밭에 바닷가 인근에는 폐허나 다름없는 허름한 건물들이 듬성듬성 위치해 있다. 그리고 바닷물이 접한 자갈밭의 길이가 짧다 보니 열차가 바다 위를 달리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40여분을 가다 보면, 목표로 한 오타루역 직전에 미나미오타루역이 나온다. 네이버 여행 카페 '네일동:일본 여행카페'에 올라온 오타루 방문글을 보면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내리는 것이 동선상 오르골당-유리공방-오타루운하-스시거리로 이동하기 수월하다. 그리고 스시 거리 근처 오타루역에서 삿포로역으로 가는 JR열차를 타면 된다.
미나미오타루역에 내렸는데 부슬비가 내렸다. 삿포로에서 출발할 때, 부슬비가 내려 다행히 우산은 챙겨 왔지만, 우산을 펴고 다니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오타루 오르골당'이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오르골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판매하는 매장으로 본관 건물은 1912년에 지은 건물이다. 오르골당에 들어가면, 화려한 오르골의 색상과 함께 곳곳에서 맑은 오르골 소리가 건물을 가득 채웠다. 아직 오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곳곳에 과거 오르골을 전시한 공간이 있다.
나는 3층에 스튜디오 지브리와 디즈니 음악을 틀어놓은 매장에서 '이웃집 토토로'가 나오는 오르골을 샀다. 가격은 2100엔. 오타루 오르골당에 가기 전부터 문득 오르골의 청량한 소리로 토토로의 주제가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3층에 가보니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이 연주되는 오르골들을 팔고 있었다. 왠지 우울할 때 '이웃집 토로로'의 발랄한 멜로디를 들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다.
그렇게 오르골당을 구경하고 나오면 증기 시계탑이 있다. 비가와 오는 와중에 우산을 들고 오르골당에 들어가는 관광객들로 인해 증기 시계탑이 눈에 잘 들어오진 않았다.
오타루 오르골당 입구
길을 건너면 마치 "관광객 여러분! 이 길로 오세요!"라고 외치는 듯한 거리가 보인다. 이곳이 메르헨 교차로다. 메르헨 교차로에서 오타루 메인스트리트를 따라 유리 공방, 스누피 기념품샵, 케이크 가게 르타오, 말차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늘어서 있어, 가게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인사동 혹은 삼청동을 구경하는 듯하다. 이 거리의 거리는 1km가 채 안되지만, 가게 하나하나 구경하고, 군것질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특히 '사와와 말차 아이스크림은 그 진한 말차의 맛이 일품이었다.
유리 공방이 몇 군데 있었는데, 각종 유리 공예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상에, 공룡부터 컵, 풍경까지 없는 게 없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는 청량한 풍경 소리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타루 메인스트리트의 전경
그렇게 가면 오타루 운하가 나온다. 오타루 운하는 오타루 시가지를 가로질러 근해로 이어지는 1.1km의 길이의 운하다. 과거 오타루항에서 취급하는 화물의 양이 많아지며, 선박이 근해에서 창고 근처까지 직접 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건설한 수로로, 지금은 관광명소 꼽힌다. 운하를 따라 서있는 창고들은 이제는 개조되어 음식점, 상점들이 들어섰다.
오타루 운하의 모습
오타루 운하를 보고 있으면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공적(하늘의 해적) 사냥꾼 포로코 로소는 전쟁을 피해 도망친 죄로 돼지가 되어 버린 파일럿이다. 늘 붉은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것이 포로코의 특징이다. 공적과 공중에서 결전을 벌이다가 비행기가 파손되어, 수리를 맡기러 왔다가 군당국의 추격을 피해 수리가 끝난 비행기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붉은 비행기가 운하를 통해 물살을 가르며 달리다가 하늘을 날라 탈출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오타루 운하는 애니메이션의 운하처럼 길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타루 운하의 모습과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진 운하의 모습이 상당히 유사했다.
오타루 운하를 거닐면서 구경하고 나서, 애써 부둣가를 갔다. 그래도 바닷가 도시에 왔으니 일본의 바다도 보고 싶었다.
오타루 부둣가의 모습
오타루의 바닷가는 흔히 내가 생각하는 한국의 바닷가, 즉 해수욕장과는 사뭇 달랐다. 말 그대로 부두였다. 그래도 부둣가에 서서 광활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트였다. 시원했다.
오타루가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된 것은 오타루에 와서 처음 알았다. 워낙 만화책을 본 지가 오래되었고, 그때는 일본 지리를 모르니 지역 이름이 기억에 남을 리가 없었다. 오타루가 바닷가에 더 가까이 있으니, 삿포로 시내보다는 스시가 더 맛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인 '마사즈시' 본점이었다. 사실은 그 근처 스시겐을 찾아갔는데 문을 닫아서 '마사즈시'로 갔다. 8종류의 스시가 나오는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스시가 실하고, 생선이 좀 더 신선한 느낌이었다. 다행히 비수기, 평일,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11시 40분에 갔는데 대기 8팀, 30분 정도 기다려서 먹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오타루역으로 향했다. 오타루에서의 하루는 마치 동화 속에서 지낸 기분이었다. 오타루 시내는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지만, 그 반나절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