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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견뚜기 Jun 19. 2024

삿포로의 또 다른 매력, 맛!(1)

이야기

"뭘 먹을까?"


일본 여행에서 늘 하게 되는 행복한 고민 중 하나는 바로 먹거리!


알면 알수록 먹거리 천국이 일본이다. 삿포로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다행히 여행 계획을 잘 세우는 여자친구 덕에 고민이 많이 줄었다.


여자 친구가 여행 책자와 네이버 카페 '네일동:일본 여행카페'를 공부하더니, 먹고 싶은 메뉴를 알려줬다. 초밥, 새우라면, 우동과 튀김, 스푸카레,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에서 파는 도시락, 생선 구이, 덮밥, 오코노미야키, 장어덮밥,  일본 라면, 커피,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나는 웬만하면 뭐든 잘 먹었기 때문에 떠오르는 메뉴가 없었다. 하지만, 여행을 앞두고 한 지인이 일본에서 먹는 털게 요리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먹고 싶어 졌다. 안 그래도 삿포로에도 털게 요리가 유명했다. 한국에서의 게 요리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찐 게를 먹는데, 일본에서는 게 요리를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지가 궁금했다. 생선구이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먹는 생선구이랑 어떻게 다를지 기대됐다.


삿포로에 도착해서 먹은 첫 메뉴는 털게요리였다. 삿포로에 털게 요리 맛집 3군데가 있는데, 그래도 방문 식사가 수월할 것 같은 '카니 쇼군'을 찾았다. 다른 식당들은 구글로 예약하려 보니 예약이 쉽지 않았다. 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4시 40분. 브레이크 타임은 5시까지다. 


가게에서 오픈 시간을 기다리며 여자친구와 메뉴를 보다 세트 메뉴를 골랐다. 생 게다리, 찐 게, 게 샤부샤부 등 9종의 요리가 나오는 세트였다. 가격은 좀 있었지만, 다양한 게 요리를 맛보고 싶었다. 특히 도착한 첫날 날이 어둡고 바람이 찼다. 3월 초 한국 날씨였다. 털게라는 식재료로 회, 찜, 튀김, 샤브 샤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니 각 요리에서 느껴지는 털게의 풍미가 다채로 왔다. 마침 날이 추웠는데 따뜻한 게 샤부 샤부 요리가 마지막에 나와서 더욱 맛있었던 것 같다.


삿포로 3대 게 요릿집 중 하나인 카니 쇼군 코스 요리를 시키면 회, 찜, 샤부샤부, 튀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한 털게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 들렸다. 사과와 요거트, 그리고 김밥을 샀다. 호텔에 와서 김밥과 사과를 먹었다.


둘째 날 아침은 호텔 조식. 항상 해외여행에 가면 호텔 조식 뷔페를 먹어봤다. 뷔페에서 그 나라의 특색 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호텔 조식은 큰 특색은 없었다. 그리고 방에 올라와서 전날 다이마루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서 산 블루베리 맛 요거트와 매실맛 요거트를 후식으로 먹었다. 특히 매실맛 요거트가 인상적이었다. 요거트에 매실의 신 맛이 가미되었는데 맛있었다. 게다가 요거트 안에 매실이 한 알 들어있었다.


둘째 날은 오타루를 가는 날이었다. 오전에 오타루로 출발해 오타루 오르골당, 메인 스트리트, 오타루 운하를 구경하고 초밥 거리에 있는 초밥집을 찾는다는 계획이었다. 오전에 삿포로역을 출발해 오타루에 도착해 오르골당을 구경하고 메인스트리트를 따라 구경하다가 사와와 아이스크림에서 말차 아이스크립을 먹었다.


이날 점심은 초밥! 일본에 와서 초밥을 빼놓을 수가 없었다. 여자 친구는 초밥집과 회전초밥을 알아왔다. 그중에 기왕 일본에서 먹을 거면 초밥집에서 먹고 싶었다. 왠지 초밥집 초밥이 회전초밥집보다는 더 실하고 맛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게다가 삿포로보다는 오타루가 바다에 근접해 있어 신선도가 더 높을 것 같았다.


원래 검색했던 스시겐을 찾아갔는데 문을 닫아서, 근처에 바로 보이는 마사즈시 초밥 본점으로 갔다. 알고 보니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배경이 된 가게다. 가게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40분인데 앞에 7 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도 새로운 집 찾기보다는 대기하면서 메뉴를 고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사실 다른 가게를 찾아 헤매기에는 다리가 아팠다. 30분 정도 대기했다. 성게, 연어, 단새우, 가리비 등 9종의 초밥이 포함된 세트를 골랐다. 바닷가라 그런지 생선이 더 신선한 느낌이었다. 생선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였다.



문뜩,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나오는 화려하고 수려한 초밥의 맛 평가가 떠올랐다. 만화책을 보면서 아무리 맛있어도 이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과장이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만화다 보니 과장이 심한 거겠지. 하지만 막상 마사즈시 초밥의 초밥을 비롯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후기를 쓰려니, 그냥 '맛있다'는 표현만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내가 먹은 그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머리를 싸매봤지만, 생생한 표현을 찾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미스터 초밥왕에 나오는 초밥 감정단의 과장된 맛 평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만화에서 괜히 과장해서 맛을 묘사한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저녁은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수프카레를 먹었다. 가게 이름은 텐마. 사실 둘째 날 오전에 비가 부슬부슬 오면서 날이 추웠다. 여자친구는 패딩, 나는 청자켓 위에 방풍 재킷을 입었지만 하루종일 밖을 돌아다녔지만 추웠다. 그래서 수프카레를 먹기로 했는데, 수프카레가 팔팔 끓은 상태로 나왔다. 몸이 추웠는데 스푸카레 한 스푼에 몸이 녹는 기분이었다. 스푸카레 말 그대로 국물이 많은 카레였다. 거기에 삶은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와 야채가 들어갔다. 별미였다. 맛의 비결 중 하나는 절실할 때 먹어야 맛이 배가 된다. 갈증 날 때 물 한 모금, 허기질 때 밥 한 숟가락, 그리고 추울 때 뜨끈한 스푸카레! 그 따끈함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들른 스푸카레집. 팔팔 끓는 뜨끈한 국물이 별미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다이마루 백화점 식품관에 들려 당고와 찹쌀떡을 사서 먹었다. 일본 군것질하면 편의점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백화점 지하 식품관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다. 식품관에는 당고, 케이크, 과자, 과일 등 각종 디저트와 도시락, 김밥 등 먹을거리가 푸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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