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견뚜기 Jun 25. 2024

삿포로의 또 다른 매력, 맛!(2)

삿포로의 또 다른 매력, 맛!(1)삿포로의 또 다른 매력, 맛!(1)

셋째 날은 삿포로 시에서 쇼핑하고 구경하는 날이었다. 새벽에 도요히라강 녹지공원까지 달리고 오면서, 로손 편의점 계란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왔다. 백화점 식품관에 가려지긴 했지만 일본 음식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편의점 음식이다. 삼각김밥, 주먹밥도 맛있지만 계란 샌드위치도 별미다. 일본은 왜 이렇게 계란 요리도 다양하고 맛있는지.


점심 메뉴는 생선구이. 네이버 카페에 삿포로 팩토리라는 쇼핑몰에 '데키타테야'라는 생선구이집이 맛있다고 올라왔다. 구글맵을 켜고 찾아갔다. 삿포로역에서 2.4km 거리였다. 가는 길에 별 구경거리가 없어 이상한 곳에 식당이 있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막상 삿포로 팩토리 몰에 도착하니 인파가 제법 있었다. 앞에 대기팀이 6팀 있었다. 30분 정도 대기하고 들어갔다. 여자 친구와 둘이 나란히 앉는 자리였는데, 앞에 앉은 중년 커플이 생선 구이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청어구이를, 여자친구는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청어구이는 특제 간장소스가 함께 나왔다. 특제소스를 조금 많이 뿌렸는데 짭짤하니 맛있었다. 짭짤함이 배인 토실토실한 청어살을 흰쌀밥 위에 얹어 입에 넣으니, 짭조름한 청어살과 밥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한 그릇이 뚝딱이었다. 워낙 생선구이를 좋아하지만, 정신줄을 놓고 특제소스를 듬뿍 뿌린 청어구이를 허겁지겁 먹었을 정도로 맛있었다. 옆에 여자친구의 고등어구이도 한점 먹어봤다. 토실 토실한 고등어 살을 씹으니 바다의 맛이 났다. 역시나 난 생선구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데키타테야에서는 청어구이에 특제소스를 뿌려 먹었다.


점심을 먹고 스스키노역 쪽으로 이동해 기타카노 본점을 찾았다. 기타카노 본점은 슈크림과 아이스크림이 유명한 카페로, 도서관을 개조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2층에 위치한 카페는 이미 대기가 길었다. 2층은 카페고, 1층에서는 슈크림 등을 살 수 있는 코너로 구성됐다. 1층에서 슈크림과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서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부드럽고 달달하니 좋았다. 크림이 입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우유맛이 어우러진 단맛이 느껴졌다. 삿포로 와서 대책 없이 이렇게 잘 먹어도 되나 싶었다.


도서관을 개조해 만든 기타카노 본점에서 구입한 슈크림과 소프트 아이스크림. 2층 카페는 예약이 꽉 차서 1층에서 사서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스스키노역에서 삿포로역으로 오는 길은 지하 아케이드를 이용했다. 삿포로시는 겨울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다 보니,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지하 아케이드가 넓게 형성됐다. 지상에 눈이 쌓여도 불편함 없이 지하 아케이드로 모든 건물로 이동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런 환경에서 지하 아케이드에 식당이나 카페도 많았다.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역으로 이어지는 지하 아케이드에 마루미 커피라는 카페가 눈에 띄었다. 지하 아케이드에 마련된 카페에서 쉬는 기분이 색달랐다.


지하아케이드를 구경하며 지나가다가 마루미 커피가 눈에 띄었다. 커피 부스 옆에 넓은 계단이 있는데 왼쪽 절반 정도가 마루미 커피 손님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풀밭을 연상케 하는 녹색 매트가 깔려 있었다. 계단도 제법 길었다. 카페 디자인이 특이해,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다. 사실 이날 워낙 많이 걸어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마루미 커피가 보였다. 지하 아케이드에 있는 카페지만 깔끔하고 조용해서 분위기가 좋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마루미 커피 메뉴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었다. 대신 '아이스커피'가 있었다. 왠지 아이스커피라는 표현이 어색했다. 막상 마셔보니 아이스커피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똑같았다.


저녁은 다이마루 백화점에 있는 메밀국숫집에서 메밀국수와 튀김을 먹었다. 면발이 탄력이 넘쳐 탱탱했다. 메밀국물에 얼음을 동동 띄워줬으면 더 좋을 뻔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먹는 부드러운 면의 식감이 더 좋았다.


다이마루 백화점 식당가에 위치한 모밀국수집에서 모밀국수. 면발이 탱탱했다.


호텔로 돌아가며 다이마루 백화점 식품관 르타오에서 케이크를 사갔다.


마지막날 새벽에 패밀리 마트를 들려 삼각김밥 2개와 커피를 샀다. 호텔에 와서 삼각김밥과 사과를 먹었다. 그리고 후식은 르타오 케이크였다. 그리고 전날 홋카이도대학 매점에서 본 탄산 멜론 음료가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오전에 홋카이도대학을 달리면서 음료를 사 왔다. 멜론과 탄산이 어우러져 묘하게 안 어울리는 듯하면서 맛이 있었다. 그런데 왜 주황색 멜론일까? 녹색 멜론도 있는데.


홋카이도대학교 매점에서 판매하는 멜론맛 탄산음료. 멜론과 탄산의 조합에 묘하게 맛있었다.


이날 점심은 신치토세공항에서 돈부리 라면을 먹었다. 사실 JR급행을 타고 신치토세공항역에 도착하면, 식품 및 식당 코너가 있는데, 공항 출국장 안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지나쳤다. 나중에 보니 출입국 심사대를 지나와 보니, 먹거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진작에 알았으면 신치토세 공항역 식품코너에서 먹고 들어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3박 4일간 잘 먹고 다녔다. 여자 친구와 삿포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식당의 메뉴를 보다가 문뜩 '내가 너무 일본 음식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 요리, 초밥, 생선구이, 덮밥, 우동과 튀김 등 일본 전통 음식 느낌의 메뉴들이었다. 물론 맛있었다. 삿포로까지 와서 먹은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일본 하면 경양식도 맛있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돈까스, 하이라이스, 오믈렛, 파스타 등 서양식 메뉴는 먹어볼 생각도 안 했다. 그나마 디저트로 케이크 정도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일본 스타일 음식에만 집착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너무 일본스러운 음식만 고집한 것이 아닐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번 삿포로 여행은 일본풍 음식이 메인이었다면, 다음번 일본 여행을 하게 되면 경양식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시 일본을 가야 할 이유를 찾았다.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