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프라하를 가다.

이야기

by 견뚜기

※ 프라하성 입구에서 바라본 프라하 역사지구의 전경


프라하.

나에게는 미지의 도시였다. 유럽 하면 파리,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런던, 로마, 베니스, 바르셀로나 같은 서유럽 유명 도시들이 고민 없이 떠오른다.


하지만 체코 프라하? 프라하의 연인들이라는 영화 제목 말고는 딱히 이미지가 잡히지 않았다. 볼거리는 많지만 날씨가 어두워서 우울하다 정도였다.


게다가 체코를 포함해 동유럽 국가에 대한 이미지는 과거 구소련이 지배하던 공산권 국가들, 그리고 서유럽에 비해 발전이 느린 곳이라는 이미지가 선입견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체코 하면 체코슬로바키아로 알고 있었다. 체코가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된 이후 공식 명칭이 '체코 공화국(Republic of Czech)'이라는 것도 모를 정도로 관심 밖의 국가였다.


그런 내가 휴가로 프라하를 일주일간 다녀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역시 여행은 피상적으로만 알던 지식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프라하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착각에 불과했다.


프라하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545편이 마치 타임머신 같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4월 1일부로 프라하에 신규 취항을 했다. 주 3회. 화목일 뜬다.


프라하 바젤공항에 도착해서 택시로 30분을 가면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 역사 지구가 나온다. 그곳에 도착하면 마치 내가 중세~근대시대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울퉁불퉁한 돌길, 알록달록한 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건물들, 곳곳에 웅장함을 뽐내는 성당들, 그리고 도시 곳곳을 장식하는 동상들이 현대가 아닌 역사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눈이 쉴 틈이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마저 폭격을 자제시켰을 정도로 도시가 아름답고 역사적이다. 게다가 전후 프라하성부터 올드타운, 중앙역이 있는 신 시가지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현대식으로 개발이 제한돼,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내가 머문 호텔은 중앙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그란디움 호텔(Grandium Hotel in Prague)'다. 프라하 역사 지구의 관광은 프라하 중앙역(Praha Hlavni nadrazi) 인근 바츨라프(Vaclaca) 동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중앙역 인근 국립박물관 맞은편에 신 시가지의 시작점인 바츨라프 동상이 서있다.

프라하에는 블타바(Vltaba: 독일어로 몰다우 Moldau) 강 가로지르고 있다. 블타바 강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프라하성(Pargue Castle)이, 동쪽으로 얀 후스(Jana Husa) 동상을 중심으로 구시가 광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카를교(Karluv Most)가 블타바강 양쪽을 이어주고 있었다. 프라하성에는 왕족이, 그 주변에 말라에는 귀족들이, 그리고 카를교를 지나 서민들이 살던 구시가지가 나온다.


중앙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신시가지에는 웅장한 국립박물관이 있고 그 앞에 보헤미아의 수호성인인 바츨라프 1세 공장을 기리는 동상이 있다. 그리고 동상을 기준으로 직선으로 길게 바츨라프 광장이 나 있다. 이 신시가지는 역사지구의 중심지로 역사적으로 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지금도 시위, 축제 등 행사가 많이 열리는 지역이다. 이 광장에는 여러 호텔과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건물도 옛 양식과 현대식 건물이 혼재되어 있는데, 2차 세계 대전시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자리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폭격을 피한 건물은 보존되었다고 한다.

바츨라프 동상 앞으로 늘어선 바츨라프 광장의 모습들

과거에는 프라하성이 프라하의 중심지였지만, 현대 시대로 오면서 교통의 요지인 중앙역 인근 바츨라프 광장을 중심으로 신시가지가 형성됐다. 바츨라프 광장을 따라가다 보면 구시가지인 구시가 광장을 만나게 된다. 이 광장을 둘러싸고 틴 성모 마리아 교회, 성 니콜라스 교회, 프라하 천문시계탑 등 주요 기념물들과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얀 후스 동상이 위치에 해 있으며 광장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길이 나있었다. 이 광장의 얀 후스 동상과 첨단 시계가 관광객들이 모이는 또 다른 이정표다.

구 시가 광장 가는 길(오른쪽)과 구시가 광장 중심의 얀 후스 동상(가운데), 천문시계탑(오른쪽)

그리고 광장에서 서쪽으로 가면 프라하성과 구시가지를 잇는 카를교가 나온다. 참고로 블타바강의 폭은 한강정도의 너비인 것 같다. 카를교 다리 길이가 600m며 너비가 10m다. 카를교는 현재 사람만 다닐 수 있다.

카를교 서쪽 초입의 레서 타운 브릿지 타워(왼쪽), 올드 타운 브릿지에서 바라본 카를교(가운데), 카를교의 모습.

카를교 양 끝에는 방어를 위한 탑들이 서있다. 강 동쪽에 있는 탑이 '올드 타운 브리지 타워(Old Town Bridge Tower)', 강 서쪽에 있는 탑이 '레서 타운 브리지 타워(Lesser Town Bridge Tower)'다. 이 탑 전망대에 오르면 카를교와 프라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카를교를 걷는 내내 30개의 가톨릭 성인들의 조각상이 서있다.


카를교를 건너 길을 따라 레서 타운 브리지 타워를 지나 쭉 올라가면 프라하 성 문과 흐라드찬스케 광장(Hradcanske Namesti)이 나온다. 같은 광장이지만 구시가지 광장과는 주변이 엄숙한 느낌의 건물들로 둘러 쌓여 사뭇 다른 귀족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광장이다. 프라하성으로 가는 길은 언덕길이다. 프라하성도 외세의 침략 시 방어에 유리하게 얕은 산 위에 위치해 있다.

카를교의 모습(왼쪽), 카를교의 성자의 동상(가운데), 카를교의 재즈 연주단.

중세의 개념을 보면 블타바강 동쪽으로 서민들이 살던 구 시청, 광장 등이 있고, 블타바강 너머로 서쪽에는 언덕 높이 왕족과 귀족들이 살던 프라하성이 있다. 그리고 두 지역을 연결하는 카를교가 있고 카를교 양끝에는 군사적 침입에 대한 방어를 하기 위한 탑이 서있다.

블타바 강을 가로질러 프라하 성과 구시가를 잇는 카를교에서 바라본 블타바 강의 모습

프라하성 역시 단순한 성이 아니다. 성 내부에 왕족이 거주하던 궁궐과 웅장함을 넘어 장엄하기까지 한 성 비투스 성당이 있다. 그리고 성당을 둘러싸고 왕족이 거주하던 궁궐이 있는데, 현재는 체코 대통령의 관저다. 일국의 대통령 관저가 있지만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시선은 오로지 성비투스 성당에 가 있다. 나 역시 성비투스 성단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우와!' 하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프라하 성채 내부의 모습 성 바투스 성당의 뒷모습(왼쪽), 성 바투스 성당(가운데), 구 왕궁 건물


프라하 성내의 성 아르지 성당(왼쪽), 흐라드찬스케 광장의 모습(오른쪽)

프라하의 또 다른 특징은 고딕 양식의 뾰족한 성탑을 가진 성당이 곳곳에 많다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 프라하의 낮 기온은 20도 가까이 되어, 더웠다. 게다가 프라하 여행 자체가 주로 걷는 여행이어서 어느새 몸에 열기가 오르곤 했다. 그럴 때 눈에 띄는 성당에 들어가면 된다. 석조 건물 특유의 찬 공기가 더위를 식혀준다. 게다가 성당 크기에 상관없이 내부 장식이 화려해, 성당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프라하성의 성당들의 모습. 구시가 광장의 성 니콜라스 교회(왼쪽), 비셰흐라드 성내의 성 피터 앤 바울 성당(가운데), 성당의 내부 모습.

프라하야 말로 진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었다. 로마나 파리는 현대식 건물과 고대 유물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프라하는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프라하를 거닐면 중세도시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프라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이 강렬해서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끝>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