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호수공원에는 내가 유독 반한 길이 있다. 사실은 호수공원을 달리다 보니 좋아하게 된 길이지만, 지금은 그 길을 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호수공원을 크게 둘러싼 길이 두 개 있다. 가장 바깥쪽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다. 시속 20km/h 미만 속도라는 제한이 있는데, 주로 자전거나 러너들이 이용한다. 그리고 바로 안쪽으로는 산책로가 있다. 산책 혹은 걷기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이용한다. 그리고 호수 공원 중간 중에 있는 여러 산책로가 존재하고 있다.
웨스턴돔 방향에서 호수공원에 들어서서 반시계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호수 맞은편으로 애수교(강변북로에서 장항 IC로 빠져 쭉 오다 보면, 호수공원 위를 지나가는 다리) 가기 직전에 길 양 옆으로 나무가 길게 늘어선 구간이 나온다. 나는 이 구간을 가장 좋아한다.
이 길이 가장 이쁠 때는 벚꽃이 피는 3월~4월이다.
벚꽃 시즌이 되면 자전거 도로 양쪽에 늘어선 벚꽃 나무에 벚꽃이 만개해 벚꽃 길이 완성된다. 특히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달리면, 인파 없이 그 길을 오롯이 나 혼자 즐길 수 있다. 간혹 다른 러너들이 있지만, 나 혼자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름이면 푸른 나뭇잎이 가득한 숲길로 변한다. 봄에는 분홍빛 벚꽃 터널이라면 여름에는 나뭇잎이 우거져 초록빛 터널이 된다. 가을에는 울긋불긋한 낙엽이 하늘과 바닥을 수놓아 숲길이 불타는 것과 같다. 겨울이면 나뭇잎이 다 떨어져 뭔가 을씨년스러움을 연출하고, 눈이 오면 온통 눈으로 둘러싸인 눈길이 완성된다.
달리면서 직접적으로 자연을 느끼고 자연의 변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나는 이 구간을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호수공원을 달리는 날이면 이 구간에 들어서는 것을 기대하며 달린다. 특히 녹음이 우거진 길을 들어설 때, 코로 스며드는 청량한 나무의 냄새를 맡으며 달리는 것이 가장 좋다. 여름이 가면 어서 다시 여름이 다시 와 나무 냄새를 맡으며 달리기를 기대하게 된다.
1년을 같은 장소를 달리면서 자연의 변화를 직접 느끼다 보면,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가 떠오른다. 모네는 빛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간대에 여러 점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대표작으로는 건초더미(해 질 녘), 루앙 대성당 시리즈가 있다. 계절에 따라, 혹은 달리는 시간대에 내가 좋아하는 길의 변화도 사진으로 기록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반해버린 애수교 직전의 길.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아름다운 벚꽃길을 즐기며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