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언제 여기까지 뛰었지?(2)

런린이 다이어리 8-2

by 견뚜기

일산호수공원의 장점은 다양한 루트를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첫 1년간은 반시계 방향(오른쪽 방향)으로 달렸다. 코로나 시국이다 보니 공원관리소에서 러너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방향, 즉 반시계 방향으로만 달릴 것을 권고했다. 그래서 남들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달렸다. 그러다가 1년 정도 지나자 코스가 너무 익숙해져서 지루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제재가 완화되던 시기였다. 문뜩, '코스를 바꿔볼까?' 하는 생각에 기존에 뛰던 방향과 반대 방향인 시계 방향으로 뛰었다. 매주 주말 1년 넘게 뛰거나 걸었던 길인데, 반대 방향으로 뛰자 완전히 새로운 길이 되었다.


신기했다. 반시계 방향으로 뛰었을 때, 초반 1km까지 구간이 항상 길게만 느껴지던 길이었는데, 반대 방향으로 뛰니 같은 길임에도 호수공원 1바퀴의 마지막 구간이 되면서 더 짧아진 느낌이었다. 이처럼 뛰는 방향만 바꾸었을 뿐인데, 같은 구간이지만 다른 느낌에 달리는 재미가 더 한다.


최근에는 호수공원을 달리는 또 하나의 재미를 찾았다. 호수공원을 장점은 중간중간에 사이 길이 있어서 다양한 루트를 만들어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늘 아스팔트로 된 자전거 도로 위에서만 뛰다가, 새로운 길을 시도했다. 웨스턴돔을 기준으로 호수공원을 바라보았을 때, 호수 맞은편 구간을 달리다 보면 자전거 도로 바깥쪽에 흙길로 된 '메타세쿼이아 길'이라는 이름의 산책로가 있다. 매번 아스팔트로 된 자전거 도로를 뛸 때, 흙길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으슥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산책로 역시 길 옆으로 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낮에 달려도 어두워 보였고, 그 옆으로는 차로가 있어 왠지 발길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염이 와서, 뛰는 대신 걸으러 호수공원에 가서 흙길 산책로인 메타세쿼이아 길을 시험 삼아 걸어봤다. 흙길이다 보니 다리에 충격이 적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발목에 불편함이 사라지자마자, 메타세쿼이아 길을 달렸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만 달리다가 잘 다져진 흙길 위를 들어설 때, 첫 발 발바닥에 느껴지는 그 푸근함이 좋았다. 그리고 흙길 자체가 울퉁불퉁하니 돌부리에 걸리지 않도록 발 높이도 평소보다 좀 더 힘차게 들게 되었다. 아무래도 아스팔트 위를 달릴 때 다리는 높게 들지 않는 자세였던 것 같다. 흙길을 달리다가 몇 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래서 메타세쿼이아 길을 달릴 때는 의식적으로 다리를 높게 들고자 한다. 그 후 돌부리에 걸리는 일은 없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좋았다. 새벽 시간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또한 길 양쪽에 늘어선 뻗은 나무들이 흙길을 지붕처럼 덮고 있어, 숲 길을 뛰는 기분을 연상시켰다. 길의 길이는 약 1.2~1.3km 되는데 요즘은 이 길을 뛰는 재미에 푹 빠졌다. 눈앞에 펼쳐지는 고즈넉한 숲의 정취에 취해서 뛰게 된다. 내가 이 길을 발견하고 달린 것이 늦은 가을이었다. 봄이 되고, 여름이 오면 메타세쿼이아 길은 어떤 향이 날까 궁금하다.


게다가 아스팔트를 뛸 때는 몰랐던 호수공원의 다른 면을 보게 된다. 흙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맨발 걷기가 유행이라던데, 아스팔트보다는 흙길이 왠지 맨발로 걷기에는 좋아 보였다. 그리고 선인장 박물관 인근에 발 지압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호수공원의 알려지지 않은 핫 스폿을 알게 된 성과도 있었다.


달리는 재미로 치면 직선 도로보다 구불구불한 길이 더 뛰는 재미가 있다. 사실 직선으로 된 길을 뛰다 보면, 처음에는 직선 길이라 더 편하게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 길이 훤히 보이다 보니, 어쩔 땐 '아직 저만큼 더 가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오히려 지루하거나, 눈앞에 보이는 거리에 지레 부담감이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길은 직선길에 비해 뛰는 게 더 다이내믹하다. 커브 길 너머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 앞에 커브를 돌면 어떤 길이 나올까'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고, 커브를 돌면서 미묘하게 몸의 방향이나 기울기를 바꾸는 것이 달리기에 다른 새로운 자극을 줘서, 같은 거리를 달려도 직선로보다는 더 짧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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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호수공원에서 새롭게 발견한 '메타세쿼이아 길'. 흙 위를 달리 때는 아스팔트를 달릴 때와는 달리 푸근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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