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린이 다이어리 9-2
오롯이 현재의 나에게만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달리기는 명상과 다름없다.
달리는 내내 몸의 상태와 반응에 집중하고자 한다. 물론 달리다 보면 달리는 자세에 신경 쓰거나, 주변 환경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달리기도 한다.
새벽에 일어나서 가볍게 무릎, 발목, 햄스트링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집 현관을 나서면서 몸 풀기 식으로 천천히 일산호수공원까지 뛰면서 몸 상태를 체크한다. 오늘 아침에 특별히 불편하거나 몸이 무거운 부분은 없는지? 특히 얼마 전 오른쪽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치료된 지 얼마 안돼, 달리면서 오른발에 불편한 느낌이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그날 발걸음이 가벼운지도 본다. 전날 회식으로 술이라도 마신 날에는 그냥 몸이 무겁다. 발걸음도 무겁고, 한발 한발 뛰는 것이 평소보다 더 힘이 든다. 그런 날은 더 천천히 뛴다.
천천히 달리다 보면 몸에서 서서히 열이 나기 시작한다. 호수공원 입구에 도착할 무렵에는 몸이 어느 정도 풀린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호수공원을 달린다. 말이 본격적이지 몸풀기 달리기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달린다. 편하게 달리면 km당 6분대, 속도를 내면 km당 5분 중후반대 페이스로 달린다. 5분에서 10분, 10분에서 15분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 몸의 상태를 확인한다. 종아리나 허벅지에 근육통은 없는지? 달리기를 시작한 초기에는 조금만 뛰어도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땅겼지만, 나중에는 거리가 5km 넘어가면 엉덩이 쪽에 근육통이 느껴지곤 한다. 그러면 '아! 근육통이네, 엉덩이 쪽 근육이 이제야 운동이 좀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오히려 근육통마저 반갑다.
달리면서 몸에 힘든 느낌이나 근육통이 없다면, 내 체력이 늘어서 이 정도 운동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지금보다 속도를 높이거나, 평소보다 뛰는 시간이나 거리를 늘려나가며, 향상된 내 체력을 시험하곤 한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어느 정도까지 계속 뛸 수 있을까, 아니면 평소에는 5km를 뛰었는데 이번에는 6km까지 거리를 늘려 도전해 볼까, 또는 30분을 뛰었는데 5분을 더 뛰어볼까? 하는 식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호수공원을 1바퀴 더 달려 10km를 달린 적도 있다. 내 체력의 시험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과정에서 느꼈던 고통이 고통이 성취감과 쾌감이 된다.
또한 달리다 보면 하복부 복근이 위로 당겨지는 느낌이라던지, 엉덩이 밑 근육을 쓰는 느낌 등 평소에 잘 쓰지 않았던 근육을 쓰는 느낌이 좋다. 필라테스를 배우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동안 몰랐던 코어 근육들을 사용하는 느낌을 배운 것이다. 그래서인지, 달리면서도 복근이나 골반 등 코어 근육을 스스로 움직이는 느낌이 들면, 운동을 제대로 하는 기분이 든다.
몸에 열이 나는 과정을 스스로 측정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나는 기본적으로 땀을 잘 흘리는 체질이다. 그러다 보니 달리기를 할 때, 모자나 머리띠는 필수다. 아니면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눈으로 들어가 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몸에서 열이 나면서 이마와 코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땀을 닦지 않고 계속 뛰면 땀이 얼굴로 흘러내린다. 때로는 코에 흐르는 땀에 코가 간지럽기도 하다.
얼굴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는 것은 뛰고 나서 10분이 지나서이다. 그리고 20분이 지나면 땀이 흐른다. 거리상으로는 2km 정도 달리면 땀이 맺히고, 3km가 지나면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여름에는 땀이 맺히는 속도가 더 빠르고, 겨울에는 5분 정도 더 느려지는 것 같다. 하지만 땀이 맺히고 줄줄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 '아 오늘은 좀 운동을 좀 했는데?'라며 흐뭇해한다. 그리고 운동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며, 땀에 흠뻑 젖은 티셔츠를 보면, 그 만족감이란!
이제 달리기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 몸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고, 내 몸의 반응을 느끼면서, 40년 넘게 무관심했던 내 몸에 대해 조금 더 알아 가고 있다. 그런 과정이 재미있다. 평생을 사용한 내 몸이지만, 알아가는 사실 하나하나가 새롭고 흥미롭기만 하다. 그리고 달리고 나면 뇌에 쌓인 생각의 찌꺼기들이 땀으로 배출된 듯하며 머리가 맑아진다.
그렇게 달리기는 나와 대화하는 명상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달리는 것 자체가 나의 뇌를 맑게 해주는 명상이라고 생각한다. 달리는 순간 내 몸의 반응과 상태, 일산호수공원 나무들의 향기 등등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달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