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게 명상이라고요?(1)

런린이 다이어리 9-1

by 견뚜기

명상과 달리기. 참 매치가 안 되는 단어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자는 정적인 이미지고, 후자는 동적인 이미지여서 섞일 수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나는 달리면서 명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운동 외에도 책 읽는 것도 좋아해,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었다. 특히 심리학 관련 서적을 즐겨 읽었는데, 심리학 관련 서적에서 명상에 대한 내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증상을 명상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내가 이해한 명상의 원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 인간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진화해 왔다. 주변에 위험한 동물은 없는지 경계하고, 목이 마를 때 갈증을 해소할 물이나 과일이 근처에 있는지 두리번거리면서 지금의 나의 육체가 원하는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두뇌 활동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문명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현재의 위협은 줄어들고, 외부에 대한 경계보다는 다가 올 미래 같은 추상적인 사고를 주로 하는데 뇌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하루 24시간 생활하면서, 지금 이 순간의 나에 대해 생각하고 집중하는 시간은 극히 짧고, 앞으로 무엇을 할까 계획을 세우는 일에 시간을 더 쓰곤 한다. 우리가 주로 하는 생각의 일부인 '오늘 점심 뭐 먹을까?', '퇴근하고 뭐 하지?',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하지?', '친구를 어디서 만나서 뭘 할까?' 등도 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내용들이 아닌 미래에 대한 추상적인 것 들이다.


결국 우리의 뇌는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는 추상적인 사고를 통해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심한 경우 여러 가지 정신 혹은 심리적인 불안정한 증상까지 보이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순전히 현재의 나에게 집중함으로써 뇌가 본연의 역할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명상의 본질이며 원리라고 읽은 것을 기억한다.


조용히 눈을 감고 들숨과 날숨 그리고 내 호흡에 따른 신체의 반응에 집중하는 것이 뇌에게 오히려 휴식을 준다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불멍, 물멍도 마찬가지 원리로 보인다.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불의 변화나 파도의 변화만 바라보며 현재에 집중함으로써 지친 뇌에게 쉴 시간을 주는 것이다.


나도 잔 생각이 많은 성격으로 쉬면서도 수시로 일이나 내일의 계획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서도, 이국적인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일어나지도 않은 일 걱정을 하는 나를 발견하곤, '이럴 거면 비싼 돈을 들여 왜 해외까지 왔을까?'라고 자문한 것도 수차례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이 같은 잔 생각을 멈추고, 순전히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아니 집중할 수밖에 없다. 수상스키가 그랬다. 강 위를 30km/h~50km/h 속도로 달리는 보트에 매달려 수상스키를 타고 있으면,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어'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자칫 딴생각을 하다 보면 수상스키를 타다가 배가 만드는 파도에 스키가 걸려 튕겨 날아갈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물 위에서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수상스키를 타는 와중에도 무게중심이 뒤로 빠지지 않도록,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져 갈 때는 골반과 하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미묘한 동작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을 해야 했다. 그래야 몸이 올바른 자세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수상스키가 주는 스릴감을 만끽하곤 한다. 그 외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게 5분~10분 수상스키를 타고나면 머리가 한결 가볍고 맑아졌다. 그래서 나는 남들처럼 해외여행 가기 보다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을 선호한다.



수상스키 02.JPG

한참 수상스키에 빠졌었다. 특히 40km/h~50km/h 속도로 빠르게 달리는 보트 뒤에 매달려 가다 보면, 수상스키를 타는 그 순간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물 위에 서있는 것 같지만 시선은 정면에, 무게 중심을 최대한 앞으로, 팔로 줄을 당기지 않도록 하는 등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자세가 몸에 익게 해야 한다. 그래서 수상스키를 타고나면 머리가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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