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스하이가 이런 맛?(1) ​

런린이 다이어리 19-1

by 견뚜기

우리의 몸은 참 신기하다.


달리기를 시작하며 내 몸에 대해 신기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달리면서 지루함 혹은 힘듦을 극복하기 위해 별의별 생각을 해봤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내 몸의 상태를 느끼며, 스스로 자세를 생각하고 그에 맞춰 자세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간과 거리가 순식간에 지나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달릴 때다.


'몰입'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미하일 칙센트마하이 박사가 쓴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러너스 하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것에 대해 연구한 심리학자가 달리기를 할 때 몰입이라는 주제로 책을 썼다.


네이버 지식 백과에서 찾은 러너스 하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드는데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혹은 ‘러닝 하이’(running high)라고 한다. 이때에는 오래 달려도 전혀 지치지 않을 것 같고, 계속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짧게는 4분, 길면 30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이때의 의식 상태는 헤로인이나 모르핀 혹은 마리화나를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고, 때로 오르가슴에 비교된다.


사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을 읽은 지 2~3년 지나, 칙센트마하이 박사가 쓴 정의가 명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결과(달리기에서는 기록)보다는 과제 지향성이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억난다.


그때는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이라 러너스 하이에 대해 읽으면서, 말이 안 된다 생각했다. '어떻게 달리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들 수 있지?'


내 상식으로는 달리면 달릴수록 지치고 힘들어야 했다. 그런데 달리면서 무아지경이라니, 가능한 일일까?


그런데!

막상 해보니 가능했다. 아니 처음엔 달리면서 느낀 다른 기분이 러너스하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2024년 들어서 주 1회 10km를 달려보자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위에서 말한 러너스하이를 느낄 수 있었다. 위의 네이버 지식 백과 정의에 따르면 '30분 이상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든다'라고 되어 있다.


30분이면 내 기준으로 약 5km다. 작년까지는 마지노선이 일산호수공원 1바퀴, 즉 5km였다. 그리고 5km가 넘어가서부터는 계속 더 달릴까 말까를 고민하느라 달리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런데 작정하고 10km, 일산호수공원 2바퀴를 달리자고 생각하니 달리기에 집중이 더 잘된 탓일까? 7km~8km 달리는 구간에서 러너스하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낀 러너스하이는 일단 다리가 가볍다. 어느 순간 달리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팔 스윙에 힘이 넘친다. 그렇다고 해서 속도가 떨어진 것이 아니다. 마치 다리가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머리가 맑아지긴 하는데, 명확한 느낌으로는 머릿속이 텅~빈 느낌이었다.


나의 오감은 달리면서 위협 요소가 없는지 정도만 경계하는 기능을 유지했다. 하지만 오히려 머리가 백지가 된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달렸다. 양 귀엔 나의 호흡 소리가 들리지만 굳이 내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500m~1km를 달리고 난 후였다. 그 구간을 달린 기억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달리고 난 후, 머리가 맑아진 느낌이 들며 묘한 황홀경을 느낀다. 뭔가 머릿속을 깨끗하게 청소한 후의 개운 함이랄까? 말 그대로 무아지경이었다.


러너스하이를 한번 느끼고 나니 또 10km를 달리고 싶어졌다. 그리고 15km, 20km, 마라톤 풀코스(41.195km)를 달리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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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m 이상을 달리다 보면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달리게 되는 러너스하이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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