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스하이가 이런 맛?(2)

런린이 다이어리 19-2

by 견뚜기

달리다 보면 러너스하이와는 다른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초창기였다. 5km 달리기가 몸에 익숙해질 무렵, 한참 5km 달리는 시간을 줄이는데 몰두했다. 보통 5km를 달리는데 속도가 잘 나온 날은 27분~28분을 끊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잘 뛰는 러너가 아니다. 그냥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다. 이 시기에 새삼 느낀 것은 달리면서 기록 1초 단축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깨달았다. 평상시 멍하게 흘려보낸 1초, 1초가, 달리면서 줄이려면 좀 더 힘을 내서 쭉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아마 가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여름의 더위가 물러가고 날이 시원해질 시기, 토요일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설레는 마음으로 호수공원으로 나섰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작은 도서관 입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달렸다. 2km 정도 달렸을 무렵.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데 호흡은 편안했다. 그리고 양 귀로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속도감이 느껴지면서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간다. 바람을 가르는 이 느낌을 계속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는지는 재보진 않았지만, 짜릿했다. 달리기를 하며 느낀 첫 번째 황홀경이었다. 그리고 줄곧 1년이 넘게 이 느낌이 러너스하이라 믿었다.


이와는 달리 목표한 거리의 달리기를 마치고 쿨다운하면서 아파트 현관에 도착해서 멈추었을 때, 성취감과 함께 상쾌함이 찾아온다. 특히, 10km처럼 오랜 거리를 달렸을 때 성취감이 주는 즐거움은 더 커진다.

아재 인증하는 것 같지만, 달리기를 마치면 "기분 조~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성취감, 상쾌함, 황홀경을 겪다 보면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의 몸은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달리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궁극의 순간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일까?


달리기 뿐만 아니다. 다른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수영이나 사이클을 타다 보면 달리기와 같은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노보드나 수상스키를 타다 보면 속도가 주는 스릴감과 고속에서 동작을 컨트롤하는 쾌감을 느낀다. 나는 수상스키를 4 시즌(4년) 탔었다. 처음에는 30km~40km로 달리는 보트에 매달려 물 위를 달리는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보트 줄에 매달려 보트 옆으로 쭈~욱 미끄러져 글라이딩을 할 때 짜릿함을 느낀다. 또한 올바른 자세를 만들기 위해 세세한 동작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자세를 완성해 나갈 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필라테스는 어떤 황홀경이 있을까? 올해로 필라테스를 한 지 3년째다. 필라테스 수업을 들으면 처음에 안 쓰던 근육들을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비롯해 여러 동작을 배운다. 그러면 근육이 쭈욱 늘어나 몸이 풀리는 듯한 개운한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 내 몸의 근육을 제대로 써서 동작을 제대로 만들었다는 짜릿함이 든다.


최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느낌은 평생 인지하지 못했던 근육을 쓰는 느낌을 처음 느꼈을 때다. 필라테스를 배우다 보면 강사들이 동작을 만들면서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지 큐잉을 해준다. 그런데 처음에는 '대체 그 근육을 어떻게 쓰라는 거야?'라며 황당하기만 하다. 의식적으로 그 근육을 써본 적이 없으니, 그 근육을 쓰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리가 없다. 하지만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 느낌이구나'할 때가 온다.


그리고 내 몸의 미세한 근육을 내 뜻대로 컨트롤할 때, 내 몸을 내 의지로 다룬다는 생각에 짜릿하다.


"그래! 이 맛에 운동을 하는 거지!"


이 같은 순간들이 나를 다시 운동을 하도록 이끌었다. 나는 겨울철 스키장으로, 여름철 이른 새벽 수상스키장으로, 주말 아침 필라테스 센터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은 매주 주말 이른 새벽 일산호수공원으로 나선다.


오늘도 달릴 생각에 두근두근 하다.


달리기를 비롯한 여러 운동을 하다 보면 짜릿한 혹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그 운동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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