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경의로누리길!(2)

런린이 다이어리 21-2

by 견뚜기

5월 1일 노동절.

경의로누리길을 달릴 생각에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5시.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두웠다. 경의로누리길이 초행길이었고, 정발산 정상 평심루에서 시작하는데, 평심루까지 오르는 산길(그래봐야 10분~15분 거리지만)이 어두울 때 가면 위험할 것 같았다. 6시 날이 밝을 때까지 정신을 차리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그리고 6시 맞춰 새벽 바람을 맞으며 정발산 입구까지 천천히 뛰어갔다. 새로운 코스를 달리는 거라 속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산동구청을 지나 정발산역 3번 출구 인근에 정발산역 입구를 통해 정발산을 걸어 올랐다. 오전 6시에도 정발산을 오르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세상엔 나 말고도 아침잠이 없는 사람이 참 많다. 문제는 대부분 나보다 연배가 훨씬 많아 보였다. 왠지 내가 부쩍 나이 들게 느껴졌다.


정발산 정상 평심루에 도착했다. 가물 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평심루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더니, 역시나 옆으로 나있는 길 옆에 황룡산 가는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여기다! 여기가 출발선이다!"

천천히 발을 굴리며 시동을 걸었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니, 산길이 아니라 아스팔트길이었다. 정발산 반대 방향으로 내려와 고양시립마두도서관을 지났다.


달리다 보니 길이 갈라지는 곳마다 황룡산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낯선 길이지만 이정표를 찾고 이정표에 표시된 황룡산을 가리키는 화살표만 보고 달리면 되겠다 싶었다. 이 산책로를 만든 고양시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가 느껴졌다.


이내 밤가시공원으로 이어지는 육교가 나왔다. 밤가시공원은 조선시대 경기도 가옥 양식인 밤가시 초가 마을로 알려진 유래보다는 일산에서 맛집이 많은 것으로 더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밤가시버거 일산의 밀크셰이크는 최고다. 그리고 케이크 맛집 금손 등 맛집이 많아, 일산의 명소로 꼽힌다. 매번 차를 타고 왔었는데 막상 달려보니 집에서 30분 거리도 안된다니 괜히 헛웃음이 났다.


속도는 호흡이 편하고, 발걸음이 가벼운 정도의 보폭으로 달렸다. 밤가시공원을 달리면서 나의 시선은 두리번두리번, 어딘가 있을 이정표를 열심히 찾았다. 밤가시 공원을 지나 풍산역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풍산역에서 일산역 방향으로 경의선 길을 따라 달렸다. 경의선 철도길을 따라 달리니 묘한 기분이다. 달리는 도중 지나가는 경의선 열차를 보며, 또 길게 늘어져 있는 철길을 따라 달리니 어디론가 떠나고 있는 기분이었다.


달리는 거리가 길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멍하다가 이정표를 놓치기 쉽다. 일산역을 지나 일산서구반려동물공원에서 잠시 이정표를 놓쳐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길을 건너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 편한 길을 따라 달렸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이정표가 안 나와서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꺼내 네이버 지도를 켜고 내 위치를 찾았다. 아뿔싸. 탄현역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많이 오진 않았다.


다시 탄현역 방향으로 달리다 보니 이정표가 나왔다. 단순히 땅에 박혀있는 나무 기둥인데 어찌나 반갑던지. 이정표에는 황룡산 글자 옆에 가는 방향 화살표와 목적지까지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목적지까지 3km 정도 남았을 때, 유혹의 목소리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많이 왔어. 오늘은 여기서 돌아가고 다음에 완주하는 게 어때? 황룡산까지 갔다가 힘들어서 못 오면 어떻게 해?'


발걸음이 무거워지며 괜한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도 6km 중에 반 이상을 달려왔다. 왠지 여기서 발걸음을 돌리면, 보문호수 때처럼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목표했던 황룡사 입구를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론 의식적으로 이정표의 화살표만 보고, 거리는 보지 않았다. 거리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이정표만 따라가니 거리가 점차 줄어든다. 탄현역을 지나자 멀쩡한 인도를 내버려두고 굳이 인도 옆에 공원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갔다. 언덕길이었다. 언덕길을 올라 조금 지나자 내리막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아까 그 인도가 쭉 이어진 인도로 다시 나왔다.


"대체 인도를 내버려두고 굳이 오르막길을 가라 한 이유는 뭐지?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생각해 보면 경의로누리길은 엄밀히 말하면 러닝코스가 아닌 산책길이었다. 산책한다 생각하면 충분히 색다른 코스를 넣을 수 있으리라 싶었다.


탄현역을 지나 알현로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탄현공원까지 달렸다. 그리고 일산동고등학교를 지나 황룡산 입구에 도착했다. 황룡산 입구인 탄현 공원 주차장에 차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진 경의로누리길의 끝이자 시작점인 황룡산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산책하는 사람만 몇몇 있었을 뿐, 한적했다.


탄현공원에 도착해서 '황룡사 0.0km' 쓰여 있는 이정표를 못 찾아 탄현 공원을 한 바퀴 돌고서야, 입구 한쪽에 서있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이정표 옆면엔 정발산역 7.24km가 쓰여 있었다.



경의로누리길 곳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경의로누리길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갈림길마다 이정표를 세워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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