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경의로누리길!(3)

런린이 다이어리 21-3

by 견뚜기

황룡산 입구에 다다르기 전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이 있었다. 어렵게 도전한 경의로누리길 달리기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데, 문제는 바로 사진이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까진 어떤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할지 아이디어가 없었다. 하지만 달리면서 곳곳의 이정표를 보니, 출발할 때와 도착할 때 이정표를 찍어 올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출발할 때 정발산 평심루에서 이정표 사진을 안 찍어뒀던 것. 그래서 돌아올 때라도 찍기로 했다. 그 말인즉은 중도에 힘들다고 택시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 달려야 했다.


돌아오는 길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도 올 때 와봤던 길이라고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이정표를 따라왔다.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탄현역, 일산역, 풍산역에서 사진을 찍으며, 간간히 숨을 돌렸다. 평소 같으면 이미 골반과 허벅지 근육이 무리했다고 비명을 질렀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다. 아무래도 중간중간에 멈춰서 쉬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오는 길도 잠시 긴장을 푸니 이정표를 놓쳐 다른 길을 달릴 뻔했다. 풍산역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밤가시공원으로 가야 하는데, 횡단보도를 지나쳐 달리다 보니, 반대편에 밤가시공원이 보였다. 아무래도 초행길이다 보니 길이 익숙하지 않았다. 길이 익숙해질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되겠다 싶었다.


달리면서 일산이 참 공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달리는 경의로누리길도 절묘하게 공원들이 이어져있었다. 정발산공원-밤가시공원 그리고 경의선 철로를 따라 난 긴 공원까지 멈출 일이 많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정발산에서 황룡산 입구까지 건넌 횡단보도는 모두 3~4개 정도였고, 그만큼 달리기 흐름이 크게 끊기지 않아서 좋았다. 누가 설계했는지는 몰라도, 동선을 기가 막히게 설계했다. 크고 작은 공원들로 길 대부분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러너, 자전거 라이더, 산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상의 조건이다.


그렇게 정발산 평심루까지 돌아왔고, 정발산 역을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난코스는 마지막에 정발산에 도착해서였다. 고양시립마두도서관에서 평심루까지 경사로로 된 길이었다. 이미 2시간 가까이 달려 기진맥진한 체력인데, 경사로를 달리는 것 힘들어 걸었다. 평심루 옆에 있는 이정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긴 비탈길을 꾸역꾸역 올랐다. 다음에는 정발산으로 우회하는 평지 루트를 달려볼 생각이다.


집에서 나서서 정발산을 거쳐 황룡산까지 다녀오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14분, 거리는 16.9km다. 정발산을 걸어 올라가고, 황룡산 입구에서 쉬고, 정발산에 도착해서 걸은 것을 계산하면 2시간은 달린 것 같다. 태어나서 2시간 내내 달리거나 걸은 것은 처음이었다. 달리기를 하면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이번 경의로누리길을 달리면서 모르는 길을 달리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사실 나는 무작정 모르는 길을 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주 보문호수를 갔을 때도 전날 보문호수를 둘러봤었다. 하지만 이번 달리기는 무작정 이정표만 보고 따라갔다. 그런데 이정표가 나를 어떤 길로 이끌지, 내가 목표로 한 곳은 어디인지, 그 기대감에 달리는 것이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낯선 풍경을 보며, 그 속에서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정표를 찾다 보니,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심지어 호수공원을 달릴 때는 그렇게 크게 들리던 발소리나 호흡소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달리기라는 운동은 참 신기하다. 천천히 달려도 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내가 살아있다는 생동감에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짜릿하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현관에서 러닝화를 벗었을 때, 발에서 느껴지는 그 해방감 그리고 경의로누리길을 달렸다는 그 성취감이 찾아왔다.


"해냈다."


※ 고양누리길에 대한 정보는 '고양특례시 고양누리길'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카카오톡에서 '고양누리길' 카카오 채널을 통해서도 고양 누리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정표와 네이버 지도로 길을 찾았지만, 홈페이지를 보니 '고양시 통합앱' 어플을 깔고 관광-누리길에서 가고자 하는 누리길 지도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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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로누리길 목적지인 황룡산 입구에 있는 이정표(왼쪽)에는 정발산역까지 7.24km가 표시되어 있다. 정발산 정상 평심루에 있는 이정표에는 황룡산까지 6.62km가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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