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라톤 대회: 러너들의 축제(1)

런린이 다이어리 24-1

by 견뚜기


"우와~! 이 기분 무엇!?!?!?!?!?!?"

입에서 무심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10km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니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


10km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것에 대한 성취감일까?

중간에 멈추지 않고 10km를 달렸다는 뿌듯함일까?

목표한 10km를 한 시간 내에 완주했다는 만족감일까?

힘들게 10km를 달리고 난 후의 개운 함일까?

중간에 걷고 싶은 유혹을 이겨냈다는 승리의 기쁨일까?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은 흥분의 여운일까?


정체를 알 수 없는 들떠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 채 한동안 앉아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5km 대회를 처음 참가한 K 대리 역시 묘한 흥분감에 빠져, 둘이서 첫 마라톤 대회를 완주한 느낌을 주고받았다. 그래도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의 첫 10km 마라톤 대회는 '만족스럽게' 끝났다.


나의 첫 마라톤 대회.

첫 대회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러너들의 축제'였다.

2024년 5월 25일 오전 6시 40분 제29회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는 이미 많은 러너들이 모여 있었다. 대회 시작은 오전 8시 30분, 집합은 7시 30분이었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것을 우려해 집합시간보다 40분 일찍 도착했는데,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 시간부터 평화의 광장에 러너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일찍 도착해서 러닝화 끈을 조여 묶고, 평화의 광장을 중심으로 마련된 텐트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마라톤 주최 측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해운신문'이 평화의 광장에 가서 마련한 경품 응모함에 내 등번호와 동일한 응모권을 넣었다. 큰 기대는 안 하지만 경품이 디오스 양문형 디럭스 냉장고, LG 세탁기 등 푸짐했다.


대회 주최 측에서 참가자들에게 러닝용 티셔츠를 배포했음에도 많은 이들이 형형 색색의 자기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물론 주최 측에서 나눠준 국방색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도 많았다. 나 역시 평소 일산호수공원을 달릴 때 입는 파란색 운동용 티셔츠를 입었다. 그래도 대회인데 익숙한 옷을 입는 것이 심리적으로 한결 편안했다.


그리고 중앙 광장에 위치한 여러 텐트를 구경했다. 각종 단체, 회사, 동호회에서 텐트를 신청한 모양이다. 텐트는 이들이 모이는 장소이자 휴식처 역할을 했다. 문뜩, 우리 회사에 달리기 좋아하는 직원들과 같이 신청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랬다간 회사 내에서 대표 꼰대로 찍힐 것 같아 이내 곧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같은 팀원이니 P 과장이나 K 대리가 흔쾌히(?) 같이 대회에 나가자 했지, 다른 팀이었으면 자기들끼리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텐트를 둘러보다가 행사 무대 반대편에 파란색 아치 모양의 출발선을 보러 갔다. 출발선이자 결승선이었다. 첫 대회라 그런지 대회장 구석 구석을 기억에 담아두고 싶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도 행여나 달리면서 러닝화 끈이 풀리지 않을까 싶어 4~5번은 러닝화 끈을 고쳐 매기도 했다. 힘내서 달리고 있는데 러닝화 끈이 풀리는 것처럼 힘이 쭉 빠지는 일이 없다. 특히 첫 대회에서 운동화 끈이 풀리는 것만큼 더 큰 낭패가 있을까? 그리고 5월 들어 무리해서 그런지 왼쪽 발목이 안 좋아서, 이날은 발목 보호대를 차고 달리기로 했다. 워밍업을 하는데 다행히 발목이 불편함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삼삼오오 스트레칭을 하거나, 홀로 주차장을 천천히 달리면서 몸을 푸는 러너들이 보였다. 같은 동호회 소속인지, 주차장 한켠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동작을 맞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다 같이 오른 무릎을 높게 들었다가 내리고, 바로 왼 무릎을 들었다 내리는 모습이 마치 인디언들의 신성한 종교의식을 보는 듯했다. 이미 대회 2시간 전인데도 러너들의 열기가 느껴졌다. 다만 비장하다기보다는 다들 축제장에 온 듯 신나 보였다. 대회 참가자와 아빠를 응원하러 유모차를 타고 온 아이와 엄마도 보였다.


7시 30분쯤 맞춰 도착한다던 P 과장과 K 대리를 기다리며, 혼자 몸을 풀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주차장에서 조깅 속도의 러닝으로 몸을 풀었다. 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다른 날보다 스트레칭과 워밍업에 더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워밍업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해서 그런지 몸이 풀렸다. 원래 계획은 대회 주최 측에서 다 같이 하는 스트레칭부터 보고 싶었는데, P 과장과 K 대리를 기다리느라 놓쳤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경품 추첨이 한창이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 P 과장과 K 대리를 만나는 것도 한참 걸렸다.


K 대리가 도착하고, P 과장은 친구들과 상암 DMC 역에서 내려 조깅으로 몸 풀면서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어느새 중앙 광장에는 러너들이 빽빽하게 찼다. 대회 진행자가 준비 운동, 경품 뽑기, 귀빈 인사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8시 10분에 맞춰 공원 초입부에 마련된 출발선으로 다 같이 이동했다.


우르르르 움직이는 인파에 파묻혀 출발선으로 이동하니, 전날 느꼈던 대회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기대감에 기분이 한껏 고양됐다. 출발선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 서서 출발해야 할까? 앞? 중간? 뒤? 그래도 무난하게 중간이 낫겠지? P 과장은 친구들과 같이 출발하겠다며 뒤로 갔고, 나와 K대리가 조심스럽게 중간 대열에 자리를 잡았다.


8시 20분. 출발선 앞에 다가가니 대회에 참가하는 러너들로 빽빽하게 찼다. K 대리가 하프 마라톤 신청자들에게는 형광색 모자를 추가로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형광색 모자를 쓴 사람이 제법 보인다. 딱히 이쁜 디자인은 아닌 것 같은데도, 은근하게 부러웠다.



제29회 바다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에서 내가 달린 10km 대회 경로(왼쪽)와 이번 대회 출발선이자 결승선(가운데, 그리고 10km 완주 기념 메달(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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