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우지우 Jan 21. 2022

[영원한 1위 & 2위의 역습]

대드 리뷰

(1) 어느새 다음편을 기다리게 되는...


영원한 1위가 중드카페에서 자주 언급되기는 했지만, 그저그런 bl 드라마일 꺼라 생각하고 넘겼어요. 그런데 학려화정을 보다가 마음을 다치고, 심신의 안정을 위해 현대물로 눈을 돌렸다가 함 봐볼까 하고 봤어요. 


처음에는 연출도 대본도 연기도 엉성한 이 드라마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지? 하면서 봤는데, 보다보니 어느새 가오스더가 눈동자만 또르르 굴려도 마음이 아릿아릿하고, 저우수이가 눈 꼭 감은 채 가오스더 안아주면 마음이 훈훈해지고, 그러다 어느새 2위의 역습까지 보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2위의 역습에서 키스씬을 보고는 대만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구나 다시 한번 실감하고, 조용히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이 드라마는 가오스더, 저우수이 두 배우의 케미가 팔할은 차지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가오스더를 보다가, 나 저 눈빛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면서 떠올려보니 영화 ‘영원한 여름’의 장효전이 생각나더라구요. 영화에서 장효전은 짝사랑을 받는 쪽인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뭔가 가오스더 역의 배우가 장효전이랑 분위기랑 눈빛이 닮았어요. 


그리고 저우수이 역의 배우는 실제로 대만과 일본 혼혈이라던데, 정말 양국의 장점만을 담아 만든 것처럼 예쁘고 근사하게 생겼더라구요. 



bl 드라마에서는 이 세상 잘 생긴 남자들은 모조리 게이인 듯 여기도 커플, 저기도 커플인데 이 드라마도 그렇더라구요. 오프닝만 봐도 세 커플 나옵니다. 체리마호에서 서브커플의 귀여움 정도가 좋았었는데, 이 드라마는 서브커플도 숨겨진 사연이 진지할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이 서브커플 이야기로 새로운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구요. 


빨리 완결 났으면 싶다가도, 시리즈로 계속 제작해줬으면 좋겠고 그렇네요. 만약 시리즈로 제작된다면 다음 시즌 제목은 뭐가 될까 궁금하기도 하구요.  



(2) 아직 보내기 싫어 망설이다 올리는 [영원한 1위, 2위의 역습] 리뷰


태드 개미지옥의 시발점이 된 작품이 아이러니하게도 영원한 1위, 2위의 역습이건만 이상하게 두 작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기는 망설여지더라구요. 일단 느껴지는 감정에 비해 이야기는 구멍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감상을 남기라고 하면 감성적이고, 애틋하고, 재밌다, 이렇게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배우들이 공헌한 바가 크겠죠. 


태드 bl도 이야기에 비해 배우 덕을 많이 본 작품들이 있지만, 그건 연기력보다는 그 배우의 이미지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러나 영원한 1위, 2위의 역습은 배우들의 이미지가 캐릭터에 잘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연기도 너무나 출중합니다. 이들은 눈물장인인가 어찌 저리 필요한 타이밍에 필요한 양만큼 눈물을 흘리지? 이러면서 본 장면들이 있을 정도죠. 



일단 두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가오스더는 어릴 적 저우수이의 따스한 위로에 저우수이를 좋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저우수이 눈에 띄고자 기를 쓰고 1등을 차지하죠. 저우수이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마음이 컸겠지만, 가오스더 자체가 다방면에 능력치가 뛰어났던 것 같아요. 그러나 그런 가오스더의 노력은 저우수이의 반발심만 돋우게 되죠. 이렇듯 가오스더는 저우수이의 마음을 잘 읽지를 못해요. 어릴 때도 그렇고, 커서도 그래요. 


어릴 때는 저우수이를 이겨버려서 저우수이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커서는 저우수이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저우수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죠. 이렇듯 변죽만 울리는 답답한 남자지만, 저우수이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라 보는 시청자의 마음을 아릿아릿하게 합니다. 양호실에서 잠든 저우수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 방황 끝에 저우수이가 육교에서 다시 고백하지 않았다면, 평생 저우수이한테서 도망다니면서 살았을 남자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애처로운 눈동자는 여전히 도르륵 굴리면서 살았겠죠. 



2위의 역습으로 넘어오자면, 개인적으로 서사는 2위의 역습이 더 구멍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치만 감정선은 더 짙어졌죠. 그리고 청춘물 느낌인 영원한 1위는 서사에 구멍이 좀 있다하더라도 청춘물 특유의 느낌으로 많이 상쇄됐어요. 직장 이야기가 섞여든 2위의 역습은 어설픈 느낌을 상쇄해 줄만한 다른 장치가 없었던 것 같아요. 거기다 우리가 알다시피 짧은 방영시간으로 인해 편집이 듬성듬성하잖아요. 매끄럽게 이야기를 연결시키기에는 무리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가오스더와 저우수이의 감정선은 더 짙어지고, 케미는 살아났으니 시즌2에서 배우의 공헌도는 더 커졌습니다. 



시즌2에서도 가오스더는 저우수이 아빠와의 약속도 지켜야하고, 돌아선 저우수이의 마음도 잡아야 하고, 그 와중에 지난 밤 일도 기억 못하는 역시나 답답한 남자입니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베개닛 적시며 울고 있는 가오스더 이마를 탁 때리며, 저우수이가 다시 팔찌 꺼내들지 않았다면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 이럼서 돌아섰을 남자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우수이가 다시 사랑해주기만 하면 언제 그리 애처로웠냐는 듯 능글맞아지죠. 


그럼 저우수이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저우수이에게 가오스더는 저놈 대체 뭐야, 이런 놈이었을 것 같아요. 번번이 자신을 이겨버리지, 골탕 먹이고 싶은데 그것도 뜻대로 안되지, 그 와중에 계속 자신 주변을 맴돌지, 그러다 여사친을 짝사랑하는 것마저 가오스더에게 들켜버립니다. 짝사랑 실패를 계기로 가오스더랑 점점 가까워지고, 우연히 양호실에서 가오스더의 진심까지 들어버려요. 



그래서 소개팅을 하는 등 방황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사람이 누군지 깨닫고 가오스더에게 고백하죠. 이런 걸 보면 저우수이가 가오스더보다 훨씬 강단있고 결단력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 행운이 아직도 내꺼야?’ 이리 당당한 고백이라니 싶죠. 그리고 첫키스까지 속전속결입니다. 영원한 1위 말미에 가오스더를 미국으로 보내주는데, 이때 저우수이 마음에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가오스더와 함께 할 거라는 확신이요. 


그런데 이때부터 상황이 꼬이죠. 가오스더 집안은 의도치 않게, 저우수이 집안은 의도해서 둘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그래도 결단력 있는 저우수이답게 비행기 타고 미국까지 날아가는데, 하필 오해할 만한 상황을 보고 돌아와요. 


이후 저우수이의 감정선은 주변인들의 입을 통해 나중에 전해지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양가감정에 시달렸겠죠. 가오스더를 미워하고 싶지만, 미워할 수 없고, 해명을 받고 싶지만, 해명받을 수 없고,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보니 결국 가오스더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흘러간 것 같은데, 저는 그 복수하겠다는 마음도 진심으로 느껴지지는 않더라구요. 



그리고 의외로 드라마를 보면 저우수이의 감정선은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약간 짐작해야 해요. 반면 가오스더의 감정선은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우연히 저우수이의 복수하겠다는 말을 엿듣고 애처롭게 쭈그려 앉아 있는 것까지 보여주죠. 근데 이런 감정선의 상반되는 직간접적인 묘사가 캐릭터랑 잘 어울려요. 애처로운 짝사랑을 하고, 그 사람이 마음을 돌이키기를 바라는 가오스더와 확신을 갖고 보내줬지만 결국 상처받은 저우수이의 상황과도 잘 어울리죠. 그리고 온몸으로 널 사랑해!! 절절하게 뿜어내는 가오스더랑 새초롬하지만 심지 굳은 남자 저우수이 캐릭터랑도 잘 어울려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가오스더는 뭔가 안쓰럽고, 저우수이는 결단력 있는데? 이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2위의 역습에서도 ‘니가 말한 그 행운이 아직도 내꺼야?’라며 쭈구리가 되어가는 가오스더를 일깨우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죠. 둘의 관계를 멱살잡아 이끌어가는 건 사실상 저우수이입니다. 가오스더는 마음은 태평양과 같은데 늘 그걸 제대로 표현을 못해요. 정확히는 저우수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을 못하지요. 근데 그걸 찰떡같이 알아듣는 저우수이의 마음이 어쩌면 더 크다고 할 수도 있겠죠. 



여튼 그렇게 다시 능글맞아진 가오스더와 새초롬해진 저우수이의 수영장 키스신으로 막을 내리는데, 둘 사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이 남은 것 같죠. 시즌3를 제작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형님네 커플이 중심인 것 같더라구요. 


형님네 커플도 할 말은 많지만 그건 시즌3 이후로 미루기로 하고, 2위의 역습 마지막 특별편을 보고 느낀 건, 본편에서 짧은 편집영상으로 보여준 걸 그냥 길게 늘여서 보여주는 건데도 참 감성적이더라구요. 그래서 대만은 이런 감성에 특화된 나라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튼 이제서야 뒤늦게 정리를 하며 가오스더와 저우수이를 보내는 마음같고 그렇네요. 이만 마칠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낭만수급니 : 사랑은 연재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