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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13. 2021

[산하령] 지기애의 나라(10) - 남강의 대무와 칠야

중드 리뷰 / 조각글

※ 대무&칠야 이야기로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해서 몇몇 장면만 가져와 보았습니다. (9)편에 썼던 걸 그냥 이야기로 꾸민 느낌이긴 한데, 이건 아주 그냥 추측+상상+창작이네요ㅋ 그리고 제 맘대로 진왕쪽은 진나라, 남강지역은 부족국가로 설정했어요;;


자서가 북연을 부탁한다고 했을 때 안도했던가, 모르겠다, 대무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은 그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진나라에 인질로 가 있으면서부터 그는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시절 그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저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기를 기다렸다. 진나라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그의 고향과는 달랐다. 그의 고향인 남강지역은 부족국가였고, 여러 부족이 합의한 협정으로 유지되었다. 풍요롭고 따뜻한 남강지역에서 치열하게 정쟁을 벌일 이유도 없었다. 그러하기에 진나라보다 힘이 약했고,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이리라.


그는 진왕을 위해 일하거나 진왕의 아들을 위해 일해야 했고, 그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던 천창의 수령이었던 주자서에겐 그와 사뭇 다른 진구소라는 사제가 있었고, 구소는 자신의 사형은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씁쓸하게 읊조리곤 했다. 그러나 대무의 눈에는 간혹 그런 주자서가 더 지쳐보였다. 그러나 입 밖으로 꺼내 주자서와 마음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언제나 말간 얼굴이 떠올랐는데, 그저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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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야” 북연은 남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계, 이제 칠야도 아닌데 뭐. 그냥 북연이라고 불러.” 뒤돌아본 북연은 씁쓸하고도 말간 웃음을 건채 대답했다. 나에게 넌 언제나 칠야라고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네가 말하던 고향은 이런 곳이구나. 아름다워.” 내가 그에게 이곳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가, 늘상 생글생글 웃으며 종알대던 그의 모습만 떠오른다. 주자서는 자신이 진왕 곁을 떠날 수 없으니, 평안 편으로 북연을 보내겠다고 했다. 평안과 함께 남강에 도착했을 때, 북연의 파리한 안색에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다행히 이곳은 의술과 주술이 발달한 곳이었다. 진나라에서 돌아온 후 조상대대로 내려온 의술과 주술을 익혔고, 어느새 대무라고 불리게 되었다. 북연의 안색은 다시 예전처럼 생기있게 돌아왔고, 오랜만에 그의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아무 말 없이 한가로이 남강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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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와의 세력관계를 유지하려면 우리 부족들에게도 정보기관이 필요했다. 부족장은 진나라의 사정을 잘 아는 나와 북연이 이 일을 맡아주길 원했다. 의외로 북연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흥미를 보였고, 평안과 함께 은장을 꾸려보겠다 제안했다. 생각해보면 북연은 진왕 아들의 책사에 가까웠고, 무공을 하지 못하는 그가 진왕 아들 곁에 있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런 그가 이런 사업 수완에 관심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하리라. 어쨌든 그가 흥미를 가지고 재미를 찾을 만한 일을 찾았음이 다행스러웠다.


“이제 오종주라고 불러야 하나?” 북연은 특유의 생글거리는 웃음을 얼굴에 걸고 산수도를 휘 둘러보았다. 산수도를 꾸리기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랐고, 평안은장도 마찬가지였다. “북연도 고생 많았어.” “무슨, 평안이 다 한걸.” 말은 저렇게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북연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안다. 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 지역, 정보의 흐름과 취합까지 세세한 부분을 북연이 설계했다. 어릴 때 익혔던 기술을 이렇게 써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북연은 웃었지만, 그 말을 듣는 대무의 마음에는 돌덩이가 얹혀 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살아남아 북연에게 남은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의 신분을 아는 평안은 그를 칠야라 부르지만, 그는 더 이상 칠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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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갈 거야.” 단호한 북연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았다. 주자서가 몸이 그 지경이 되도록 이쪽에 연락을 취하지 않은 건 북연 때문이리라. 엽백의가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그의 생사조차 몰랐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북연은 언제고 주자서를 다시 만나길 바라고 기다렸다. 남강으로 와 술 한잔하기를 청했으나, 주자서는 한사코 뒤로 미뤘다. 냉담한 주자서의 반응에 북연은 상심했지만, 티내지 않으려 했다. 이번에 주자서를 다시 만나면 그를 흠씬 두들겨 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곤주지역의 은장을 둘러볼 겸 북연도 동행하기로 했다. 어쩌면 주자서와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그가 무사하기를, 그리고 우리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출발을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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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대무랑 칠야가 남강 바라보는 장면은 자서랑 객행이가 열번루에서 안길사현 바라보던 장면 상상하면서 썼어요. 자동으로 귓가에 ost가 들리면서, 뭔가 두 사람의 뒷모습이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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