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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26. 2021

[세계미진리] 소어를 바라보는 애쌤(11~12회)

중드 리뷰

사실 11회와 12회 거의 마지막까지 이번 회차는 그냥 쉬어가는 회차구나 생각하고 리뷰를 안 남기려 했는데, 12회 마지막에 결국 마음을 울리네요. 12회까지 봤어요.


증리와 애쌤의 감정선은 정말 소소한데도 특별합니다. 서로에게 설레고 차차 스며들던 초반의 분위기와 달리 중반으로 들어서며 애쌤은 약간 멘토 같아요.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증리에게 자신의 사례를 슬쩍 말해줘요. 사실 난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루틴을 지키는 건 잠들기 전 자유로운 한 시간을 위해서다. 초반에 애쌤이 10~11시 딱 맞춰 애니메이션을 보기에, 흠, 초식남의 취미생활이로군, 했는데, 저런 사연이 숨겨져 있었죠.


근데 저 맘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아요. 직장에서 하루 종일 정해진 일(혹은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하고, 집에 와서는 잠을 줄여서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픈 그 심리요. 그리곤 증리에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라며 응원해요. 사실 저때 애쌤은 증리가 글을 쓰는지도 몰랐고, 그저 증리가 선택한 삶의 방식을 응원한 거죠. 그리고 증리는 애쌤의 그 말을 듣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일, 글을 쓰기로 해요.


그리고 저렇게 응원만 하는 게 아니라, 사실 당신 입술도 아주 예뻐요, 라고 마무리 짓는 애쌤ㅜㅜ (근데 증리야, 애쌤이 그리 말하는데 왜 앞만 보고 있니, 애쌤 좀 쳐다봐죠.)



아이의 수술비를 지원해주곤 나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 그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애쌤을 보며, 증리 눈에서 하트뿅뿅할 수밖에 없겠죠. 애쌤은 젊고 잘 생긴 치과의사라는 보여지는 면 뿐만 아니라 좋은 어른 같은 면모도 판타지적이에요. 그래서 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더 퐁당하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후 이 드라마의 백미인 증리의 독백이 이어집니다. ‘사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저도 모르게 상대방의 외모나 특기, 심지어 단순하게 어떤 한 부분에 끌리게 된다. 하지만 천천히 알아가면서 모든 부분이 다 마음에 든다는 걸 발견했을 때 그 기분은 정말 너무 좋은 것 같다.’ 이건 애쌤에 대한 증리의 마음이자 애쌤이라는 어른들의 세계에 한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인물을 보는 우리 시청자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점점 좋아지는 이 드라마를 보는 마음과도 같죠.


여튼 여차저차해서 애쌤은 증리를 클럽에서 잡아(?) 옵니다. 그리고 또 타이밍 딱 맞게 고백 사연이 라디오에서 나와요. 그에 대한 증리의 반응을 보곤 지난번 놀이공원에서 막무가내로 고백 안 하길 다행이라 생각하는 애쌤이죠. 뭐 얼마나 특별한 고백을 하려고, 고마 빨리해요, 고백도 하기 전에 오해와 고구마 올까봐 불안해요, 외치고 싶었어요.



여튼 청소년기 만화가를 꿈꿨던 감성소년답게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고백을 준비합니다. 책 사인회 하러 다른 지방으로 간 증리와 랜선 연애하는데 너무 달달해서 치사량 초과였습니다. 고백도 안 하고, 오늘부터 1일도 안 했는데, 넘나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는 두 사람. 애쌤은 야식 안 먹는다면서요, 왜 증리가 먹었던 구운 냉면 드시러 온거죠?(자꾸 애쌤에게는 극존칭을 쓰게 되는;;)


그리고 이어폰 한쪽씩 끼고 같이 영화를 보는 신개념 관람방식을 선보이고,(근데 사실 애쌤은 증리 목소리만 들은 거죠. 바이두에서 재밌는 이야기 찾아서 읽어주고ㅋㅋ 화면으로는 공포영화보고 한쪽 이어폰으로는 애쌤 이야기 듣고 증리야, 이도저도 집중이 안될 것 같은데ㅋㅋ) 귀신도 질색팔색할 애정행각 보여주곤 그 이어폰 그대로 끼고 같이 잠듭니다.



2G남인줄 알았더니 인터넷 뒤져 증리의 행적 바로 찾아내는 애쌤, 서점으로 직행해 증리의 책도 사서 봅니다. 빨리 읽고 싶었는지 서점에 앉아서 읽기 시작해요. 첫구절인 ‘오늘 또 엄마한테 한바탕 맞았다’에서는 슬쩍 웃어요. 이미 증리한테 들어서 알고 있는 얘기라서 그랬겠죠.


근데 점점 이야기가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이때 연출이 참 좋았어요. 증리의 과거이자 책 속 이야기를 보여주며, 애쌤이 그 속에서 증리의 행적을 따라 거니는 거요. 현실의 애쌤 눈동자가 책 속 글귀를 따라 내려가고, 이야기 속 애쌤은 증리가 지나간 거리를 지나 증리의 집을 따라옵니다. 이건 진짜 영상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이지 않았나 싶어요.


‘매일 밤 집 문 앞에 도착하면 소어는 원인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고 속으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오늘은 싸우지 말기를. 소어는 사람들 틈에 조용히 서 있는다. 이웃들은 우르르 몰려와 싸움을 말렸고, 누군가는 소어를 아래위로 훑어본다. 한숨을 쉬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소어를 바라보는 사람들.’ 딱 이 시점에 애쌤이 나타나 증리를 바라봅니다. 이야기 속 사람들과는 다른 눈빛으로 소어를 바라봐요.


‘트라우마일까? 소어는 매일 밤 똑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혼자서 큰길을 헤매는 꿈. 사람들 무리에서 방황하는 꿈.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그러다 서서히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옷을 안 입고 있음을 알아챘다.’ 사실 이 시점에 저도 울었습니다. 이야기 속 애쌤이 눈물을 흘리며 증리를 바라보는데, 소어는 낯선 사람 보듯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 애쌤을 쳐다봅니다. 그리곤 현실로 돌아와 눈물로 책을 적시고 있는 애쌤을 보여줘요.



애쌤이 책장을 넘기자 이야기가 반전되죠. ‘소어는 생각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녀의 생활은 지금처럼 암흑 그 자체일 것이라고.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친척집 아이를 불러 소어에게 공부를 가르치게 했다. 그렇게 소어의 세상에 소우가 등장했다.’ 서브남의 등장입니다. 근데 저걸 애쌤이 알게 되는 방식과 시점이 참 절묘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 속 증리의 과거에서 애쌤은 이방인입니다. 소설 속 소어도 애쌤을 낯설게 바라보죠. 증리의 암흑 같았던 과거를 함께 한 사람은 소우예요. 애쌤은 증리의 과거를 바라보며 무력함을 느껴요. 그런데 현실에서 우역이 나타난다면 그 마음이 더 커지겠죠. 아악ㅜㅜ


이 드라마는 이렇게 증리의 독백과 감성적인 OST, 스틸컷으로 마무리를 지으니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롤 올라가는 걸 바라보듯 엔딩 크레딧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겨진 기분을 느꼈을 증리와 그런 증리를 바라보는 애쌤까지 더해져 오늘은 더 멍하니 엔딩 크레딧을 본 것 같아요.


출처 : 세계미진리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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