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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31. 2021

[세계미진리] 증리의 뒷모습(13~14회)

중드 리뷰

※ 14회까지 시청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회차 끝날 즈음 마무리가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14회 엔딩이 좋았습니다. 12회에서 증리의 과거를 알게 된 애쌤과 서브남의 등장으로 워낙 짠내를 각오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짠내는 아니었어요.


차분한 어른남자 느낌인 애쌤답게 여유있게 공항으로 증리를 마중 나가고,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인지도 슬쩍 떠봐요. 서브남은 생각보다 빠르게 등장하는데, 알고보니 애쌤과 미국유학을 같이 했던 동기입니다. 이 얽히고 설키는 우연들.


증리의 마음도 사실 애매합니다. 우역을 기다린 건 아닌데, 알고보니 우역을 기다린 거였고, 어느새 우역을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하죠. 근데 애쌤을 좋아하는 거라 확정짓지는 못합니다. 무엇보다 애쌤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확신할 수 없죠.(그러기엔 너네 너무 달달하지 않았니? 싶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내용이 아픈 것과는 별개로 문장들이 아름다워 집중해서 보게 돼요. 거기다 증리의 잔잔한 독백ㅜㅜ 그리고 애쌤이 소설을 읽는 장소가 서점에서 집으로 바뀌다보니, 잠옷 차림으로 소설 속을 거닙니다. 소어와 소우의 뒷모습을 쫓으면서요. 그래도 이때는 증리의 첫사랑의 기억을 훔쳐보듯 담담한 표정이에요.


소설 속 소어-소우 에피를 증리의 시점으로도 보여주고, 애쌤의 시점으로도 보여주는데, 약간 다르게 연출해서 좋더라구요.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반복된다는 느낌이 없어요. 증리의 시점에서는 독백으로 이야기를 열고, 소설 속 이야기를 집중해서 보여줘요. 애쌤의 시점에서는 증리의 독백이 쭉 이어지면서 그런 소어와 소우를 바라보는 애쌤이 더 해집니다. 그리고 애쌤의 의상도 바뀌고, 두 사람을 뒤에서 바라보다가 한발한발 걸어 앞모습을 보는 거로 바뀌죠.


그래도 애쌤이 우역의 등장에 움츠러들지 않고, 대놓고 질투도 하고, 증리와 이전에 편지&전화통화 인연이 있었다는 걸 알고는 오래전부터 연이 닿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카페 이름의 연유를 알고는 좀 씁쓸해 하죠. 그리고 출근길에 우연히 자전거 탄 증리의 뒷모습을 봅니다. 넋 놓고 보다가 뒤차가 빵하고서야 출발하죠. 왠지 뒷모습도 귀여운 증리를 보고 혼자 슬쩍 웃기도 해요. 근데 이때 편지의 내용이 떠오릅니다. 애쌤의 표정과 마음도 점점 가라앉아요.


그리곤 증리보다 먼저 학교 입구에 도착해 오르막길을 영차영차 올라가는 증리를 봐요. 차에서 내려 증리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소설 속 소어가 말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이 세상에는 영원히 당신을 기다리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언제나,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어차피 당신은 알고 있다. 언제나 이런 사람이 있을 거라는 것을. 소어는 갑자기 자신은 그래도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의 세월을 들여 한 사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그 기다림을 끝내게 되었다.’ 애쌤은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고, 당신이 기다린 게 우역이냐고 물으며 끝나요. 매번 엔딩을 이리 뽑으니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그리고 위의 소어-소우 에피처럼, 애쌤의 가족사도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근데 이것도 약간 다르게 들려줘요. 9회에서 애쌤이 증리한테 얘기해줄 때는 뼈대만 있는 이야기 느낌이었어요. 근데 14회에서 우성이한테 얘기해줄 때는 이야기에 살이 붙었습니다.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고, 엄마는 이런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고, 어떻게 떠나게 되었다, 그래도 아마 후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오영씨를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이야기로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건 애쌤의 화법입니다.


그리고 그런 애쌤을 보면서, SKAM 시리즈의 보건선생님이 떠올랐어요. 매 시즌마다 등장해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데, 저게 지어낸 건지 진짜 실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근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묘하게 안도감이 들어요. 증리와 우성이한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애쌤을 보면서도 저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회차에서 짠내는 우성이었던 것 같아요. 강예 아저씨가 하는 말들이 어찌나 현실적이면서 가슴에 콕콕 박히는지;; 너 같은 나이의 남자애들은 사랑을 유일한 표준으로 삼지만, 사랑은 두 사람의 감정에서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 6살이 단순한 숫자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느냐. 가뜩이나 오영누나가 우리는 같은 세계에 있지 않는 거라며 왜 이리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강예 아저씨까지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상황ㅜㅜ


여튼 갈수록 시간순삭되는 느낌이네요.

출처 : 세계미진리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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