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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Sep 01. 2021

[세계미진리] 소어와 우역의 인사(15~16회)

중드 리뷰

※ 16회까지 시청했어요.


이로써 증명되었어요. 이 드라마는 짝수회 엔딩을 잘 뽑는다는 것을. 홀수회차를 보면서 이번 회차는 쉬어가는 회차구나 싶으면, 꼭 짝수회차 엔딩에서 글을 쓰게 만듭니다.


11회와 12회 중반까지 사랑이 꽃피는 스키장 에피입니다. 세 커플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플은 마의의-등호연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 커플에 딱히 애정이 없었습니다. 근데 이번 회차를 통해 둘의 관계가 왜 그리 애매했었는지를 설명해주더라구요.


대학시절 사귀었던 전남친-전여친 관계였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모르는 둘만 아는 관계였나 봐요. 그리고 지금은 친구이긴 한데, 사실상 위장남친-위장여친인 거였죠. 그래, 마의의가 등호연한테 너무 치대고 앵앵거리더라, 등호연이 마의의한테 너무 약한데 선을 긋더라, 싶었는데, 이런 과거사가 있었더라구요.


그리고 저런 감정선을 등호연의 독백으로도 보여줍니다. ‘많은 일은 한순간에 일어난다. 갑자기 좋아졌다가 또 갑자기 손을 놓게 된다. 누군가는 돌아서면 영원한 타인이 되지만 또 누군가는 연인이 될 수 없다면 더 이상 친구도 될 수 없다. 난 차라리 제자리에 서서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않길 바란다.’ 한순간에 둘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문장입니다.


우성이는 지난 회차에서 그리 짠내의 길을 걷더니, 오영누님 덕분에 급진전됩니다. 연상연하 커플답게 짠내 착착 정리하고, 다시 직진모드 가동하여 오늘부터 내 남자친구 땅땅땅해요.


애쌤-증리-우역 삼각관계는 초반에는 약간 애쌤의 짠내모드였어요. 우역은 시시때때로 증리와의 추억을 얘기하는데, ‘내 이름의 김삼순’의 희대의 명대사, 추억은 힘이 없는 느낌이었어요. 술자리 게임 덕분에 증리는 오히려 애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돼요. 겸사겸사 애쌤은 증리한테 뽀뽀도 해요. 꺄아~! 술만 취하면 서로의 입술을 훔치는 두 사람입니다.


증리의 마음은 이제 확실해졌는데, 저는 오히려 애경초와 우역, 이 두 남자의 관계 때문에 힘든 길이 예상되지 않을까 했어요. 근데 또 우연이라는 녀석이 큰 역할을 합니다. 우역이 카메라 들여다 볼 때부터 저거 보고 애경초의 마음을 깨닫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매너남답게 애경초에게 증리의 옆자리를 양보하죠.


그리고 증리의 독백이 이어집니다. 관계와 친구에 대한 이야기예요. 스키장에 저 친구 사이인 세 커플을 왜 데려다 놨나 했는데, 이 독백을 위해서인 것 같아요. 물론 스키장에서 세 커플의 관계가 급물살을 타기도 했지만, 등장인물들을 한데 모아놓고 왁자왁자한 에피를 보여주고, 스키장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잔잔한 독백을 들려주는 거죠.


독백이 긴데 뒷부분만 따오겠습니다. ‘누군가가 그랬다. 세상이 날 좋아한다는 건 당신의 친구가 당신을 좋아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그들이 좋아한다면 이 세상도 당신을 좋아하는 거다. 너희들 덕분에 좋은 친구란 함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전에 어떤 시트콤 같은 에피가 나오더라도, 다 덮고 가는 독백의 힘이에요.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짝수회차 마무리 타임입니다. 설을 맞아 증리는 우역과 함께 고향으로 옵니다. 그리고 거기서 엄마를 만나요. 9회에서 서로에게 모진 말 주고받고 헤어진 후로 처음 만나는 거예요.


증리가 식당에 혼자 있는 엄마한테 다가가 먼저 사과를 건네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살짝 웃고는 배고프지? 하면서 감자튀김을 증리쪽으로 슬쩍 밀어요. 그리곤 자신의 이혼과 재혼으로 증리가 불만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합니다. 엄마의 그 말에 증리가 말해요. ‘인정해. 예전엔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 사람의 인생은 한번뿐이고 한평생뿐인데 엄마가 자기만의 생각대로 살 수 있다면 난 엄마를 지지했어야 했어.’ 마주본 엄마도 웃고 증리도 웃습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엄마, 엄마는 팽아저씨가 목적지인 것 같아?’라고 묻죠. 엄마는 소리 없이 숨을 한번 내쉬곤 ‘나는 그래’ 대답하고, 다시 한번 힘주어 ‘그러길 바라기도 하고’ 대답해요. 증리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대교의 전경을 보여주며, 엄마의 목소리가 깔립니다. ‘그럼 증리야, 네 목적지는 어디야?’


증리는 엄마에게 사과와 이해의 마음을 전하고, 엄마는 자신의 확신과 바람을 전해요. 그리고 증리에 대한 바람도 슬쩍 전하죠. 자신과는 달리 증리가 자신만의 목적지를 돌고돌지 않고 찾기를 바라겠죠.


그리고 이후는 증리-우역 에피입니다. 증리의 첫사랑이자 애경초의 친구인 우역 캐릭터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두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물러나요. 서브남의 이런 매너있는 퇴장이라니 싶었어요.


여기서 끝냈어도 좋을 텐데, 증리가 ‘삼촌’하고 부릅니다. 돌아본 우역 앞에는 고교시절의 소어가 있어요. 그리고 우역의 독백이 이어집니다. ‘2021년의 증리, 안녕. 십년 전의 너를 알게 돼서 기뻐. 건강하게 잘 자라서 너만의 사랑을 만나고 네가 원하는 모습이 돼줘서 고마워.’ 현재의 증리가 ‘우역’하고 부르자 회상에서 깨어나고 두 사람은 같이 불꽃놀이를 해요. 그리고 증리가 독백을 이어가요. ‘우역, 삼촌. 고마워.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내 세상을 밝혀줘서 고마워.’ 참 마무리가 늘 좋은 것 같아요.


출처 : 세계미진리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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