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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30. 2021

[암격리적비밀] 나를 사랑하며 너를 사랑하는 법

중드 리뷰

※ 18회까지 시청했습니다. 학원물 얘기를 하다보니 홀이금하, 우리의 청춘시대, 8분종적온난, 박하지하의 이야기가 일부 들어갔습니다.


18회 정도 오니 이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물론 이 드라마는 전하려는 메시지 외에도 정말 많은 감길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극 초반 딩시엔은 낯선 환경에서 뒤쳐질까 걱정하고, 마음과는 다르게 뚱해 보이는 성격으로 친구 사귀기 어렵고, 집에서는 곰살 맞은 동생보다 뒷전인 것 같아요. 그래도 묵묵히 공부에 뒤쳐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엄마한테도 마음을 표현하려 애씁니다. 그런 딩시엔에게 뾰로롱하고 짝꿍 저우스위에가 나타나지요. 딩시엔의 공부도 도와주고, 세상 츤데레도 이런 츤데레가 없습니다. 거의 학원물의 클리셰는 다 때려부었는데, 전혀 식상하지 않은 건 배우들의 연기 때문인 것 같아요.


딩시엔은 낯설지만 뒤쳐지고 싶지 않고, 힘든데 표현하지 않고, 저우스위에로 인해 어렴풋하게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다 꿈꾸고, 그걸 자신의 노력으로 메꾸려 하는 청소년기의 감성을 너무나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그러면서 엄마 몰래 그림을 그리고, 글도 끄적이죠. 그걸 들켜서 울컥하기도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런 청소년기의 감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첫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어요.


저우스위에는 학원물의 남주 설정은 다 가지고 있어요. 이과형 천재, 츤데레, 어릴 적 여주와의 인연, 여주의 공부를 도와주고 살뜰히 챙기는 것까지 중드 청춘물 보면서 한번쯤은 본 설정들입니다. 그런데 저우스위에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눈빛, 자잘한 동공지진, 흠, 응, 하는 자잘한 추임새, 뒤로 비스듬히 기대어 딩시엔을 바라보는 자세, 무심히 들어올려주는 가방 등 작은 한끗의 차이입니다. 그냥 스위에의 눈빛만 봐도 우리는 이 드라마에 감기게 돼요.


근데 이 드라마는 중반을 지나며 다른 학원물들과는 궤를 조금 달리하기 시작해요. 여주의 공부를 도와주는 남주야 자주 볼 수 있지만, 이토록 남주를 쫓아가고자 하는 여주는 만나기 힘들어요. 설정 상 남주는 타고난 천재거나 재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성형 캐릭터죠. 그리고 대부분 이과형 천재들인 것 같아요. 홀이금하의 장위안, 우리의 청춘시대 강호월, 8분종적온난 허신량이 그렇죠.(허신량은 농구에도 재능이 있어요;;) 박하지하의 린난이는 그림에 재능이 있어요. 이미 등단한 만화가죠. 그래서 대부분의 남주들은 이미 꿈이나 목표를 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여주들은 공부에 큰 흥미가 없거나 딱히 자신의 꿈을 정하지 못했어요. 홀이금하의 허뤄, 우리의 청춘시대 육묘, 8분종적온난 언택, 박하지하 퉁시. 홀이금하의 허뤄는 육상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차에 장위안을 만납니다. 그리고 여기 여주도 남주의 도움으로 정말 목숨 걸고 공부해요. 우리의 청춘시대 육묘, 8분종적온난 언택은 남주들이 공부를 도와주긴 하지만, 공부에 딱히 취미는 없는 것 같아요. 입시를 앞두고 바짝하는데, 사실 드라마 상에서 이 부분이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에요. 박하지하의 퉁시는 발레를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발레가 엄마의 꿈인지 자신의 꿈인지도 모르겠죠.


학원물의 남주와 여주가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주로 남주들이 여주들의 공부를 도와주거나 꿈을 묵묵히 응원하거나 이런 경우는 많습니다. 그리고 남주들은 본인들이 천재라서 그런지 공부를 도와주긴 하지만, 딱히 여주들이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여주라서 좋아하는 거죠. 여주들도 굳이 자신의 꿈을 남주에게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남주들 또한 본인의 꿈이나 목표가 확고하기 때문에 딱히 여주한테 이를 강요하지도 않아요. (홀이금하의 경우 두 주인공이 함께 화칭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면에서 암격리적비밀이랑 비슷하지만, 이 커플도 순탄치 않아요.)


어떻게 그들이 함께 하느냐, 함께 하지 못하느냐는 작품별로 달라지는데, 암격리적비밀은 거기까지 가는데 한 가지 이야기를 더 넣은 것 같아요. 어떻게 나를 사랑하면서, 상대를 사랑하느냐 하는 이야기를요. 그리고 그것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딩시엔이 모든 선택에서 저우스위에를 우선에 두는 건, 딩시엔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딩시엔이 말하죠.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너에 대한 내 감정이라고. 그리고 그게 딩시엔의 선택 기준이 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니가 좋아하는 건 나도 좋아할 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근데 저우스위에는 그런 선택들로 인해 딩시엔이 스스로를 생각지 않고,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놓치게 될까 염려합니다. 그리고 저우스위에의 이런 염려도 당연해요. 제가 저우스위에의 마음으로 딩시엔을 보는건지 어쩐건지, 저는 저우스위에 마음이 너무 공감되더라구요. 인생은 한번 뿐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도 후회가 남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딩시엔은 그림에 재능도 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모른 채 지나가기도 하고, 그걸 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할 수 없을 때가 더 많습니다. 부모의 반대, 경제적 여건, 자신에 대한 확신 부족, 기타등등. 그래서 꿈꿔보지 못한 것에 후회가 남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재능이 있다고 해도 운과 기회가 따라줘야 해요.


그래서 저우스위에와 딩시엔 사이는 짠내의 강이 흐르고 있는데, 저는 딩시엔에게 한살이라도 어릴 때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걸 펼칠 기회가 주어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물론 출판사 계약서 제대로 안 읽고 덜컥 사인한 게 좀 불안하긴 한데;;) 사실 딩시엔은 컴공 전공이 잘 안 맞고, 언제까지 저우스위에가 딩시엔의 공부를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죠. 평생을 남친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는 없잖아요. 만약 저 전공으로 직업을 가진다면 어찌해야 하나요.


그리고 딩시엔이 저우스위에와 틀어진 것, 보총 선배의 조언 등으로 연구팀을 나간 후에야 기회를 찾는 것도 절묘하죠. 스위에를 향한 목표를 자신에게 돌리자 그제야 기회를 찾게 됩니다. 딩시엔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물론 스위에에 대한 마음을 접는 건 쉽지 않고, 내 자신을 위한 일을 할 거야, 이런 말도 스스로에게 하는 주문일 거예요. 자신에게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밀어내기만 하던 저우스위에가 보총 선배한테는, 딩시엔이 평생 함께 할 사람은 저예요, 이러는 걸 또 딩시엔이 듣습니다. (너네는 보총 선배랑 얘기할 때 주변을 좀 둘러보면 좋겠어, 매번 왜그래ㅜㅜ)


자신이 스위에를 우선으로 두고 선택을 해왔던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스위에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건 받아들이지 못하는 딩시엔. 아, 진짜 저 한끗 차이를 너무 잘 담고 있는 엇갈림이었어요. 이제 어떻게 딩시엔이 자신을 사랑하며, 저우스위에를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죠. 기대하고 또 기대합니다.


마지막은 역시나 웨이보에서 올려준 감성샷으로..

출처 : 암격리적비밀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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