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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Oct 16. 2021

21년 BIFF(부산국제영화제) 일지 : 5일차

boy’s day / 영화리뷰

13시30분 <머니보이스> : 가진동의 재기작


중덕으로써 대만퀴어영화라면 의리로라도 봐야하는 것이다.(나는 이 영화를 위해 평이 좋던 ‘거대한 자유’도 포기한 사람임;;) 찐대만감성의 퀴어영화를 기대했건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영화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였다. 제작국가가 대만이고 대만출신의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감독이 중국인이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도 중국인 영화. 후일담으로 듣기론 중국에서 촬영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이런 식으로 제작하고 촬영된 것 같다. 그만큼 담고 있는 설정은 파격이라 할 수 있는데,(성매매 종사자 게이 남성이 주인공이니깐;;) 사실 그렇게 수위가 세지도 않고, 담고 있는 내용도 여느 퀴어 영화에선가 보암직한 내용이다.


다만 이를 보여주는 방식이 좀 특이한데, 나는 영화가 한참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 영화가 롱테이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장면을 롱테이크로 찍었음에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도가 있다고 할까. 아무래도 장면을 구성하는 전경, 후경, 인물의 배치가 지루하지 않고, 감정의 고조-폭발-여운까지 쭉 한 커트로 이어서 보여주기 때문에 롱테이크의 지루함을 딱히 못 느꼈던 것 같다.


스토리는 한 남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고 배신하고 다시 만나고, 그 사이에 또 다른 남자를 만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그 남자마저 떠나가는...


무엇보다 마약, 우울증 등으로 침체기를 겪은 가진동이 재기를 위한 발판으로 선택한 영화가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는데, 스크린 안에서 가진동은 여전히 빛난다. 같이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아우라가 있어 스타는 스타구나 싶었던.(스타는 타고나는 게 아닐까 이런 생뚱맞은 생각도 좀 하고;;)


이것도 후일담으로 안 내용인데, 주인공인 페이의 누나, 샹동(‘월계’의 안경선배라서 내적반가움 작렬)의 신부, 샤오레이의 부인 다 같은 배우였다고. 보면서는 1인3역인지 전혀 모름;;


p.s 옆자리에 앉은 덩치 큰 아저씨가 자꾸 ‘하~암’(정말 이렇게 소리를 내서) 하품 하고, 티켓 꺼내 보고, 참 어수선한 관람 환경이었음. 차라리 자던지 아님 나가던지, 그러나 그는 스크롤이 다 올라갈 때까지 앉아 있었다고 한다;;


19시30분 <퍼니 보이> : 스리랑카, 스리랑카


이 영화 나만의 기대작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본 영화는 평이한 느낌. 1970~80년대 스리랑카를 배경으로 하는데, 주인공 아지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뇌(?) 혼돈(?) 방황(?)의 흔적은 거의 없거나 표면적으로 그려질 뿐이고, 스리랑카의 내전이 주요 내용이다. 이런 영화를 만날 때마다 세계사 공부 좀 열심히 해놓을 것을 하는 반성이 찾아옴. 몇 년 전 인도소설 읽으면서 인도와 스리랑카의 관계, 그를 구성하는 민족, 불교, 힌두교, 이슬람, 기독교까지 복잡하게 뒤얽힌 종교에 대해 찾아보기는 했었는데 지금은 그 기억도 흐릿한 상황.


여튼 영화는 스리랑카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타밀족에 대한 싱할라족의 탄압과 그로 인한 내전, 결국 발생한 수많은 타밀족 난민들 중 한 가정에 대한 이야기다. 스리랑카 콜롬보의 상류층 자제 아지의 유년시절, 캐나다 유학 다녀온 고모 라다의 정략결혼, 청소년이 된 아지가 만나게 된 싱할라족 짝꿍과의 첫사랑이 진행되면서 두 민족의 반목과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내전 발발로 아지네 가족이 고모 라다가 있는 캐나다로 떠나며 마무리. 이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잘 어우러졌는가, 혹은 인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혹은 어느 한 지점이 특별한가하면 물음표. 꾸준히 남아시아의 역사와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여성감독이 있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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