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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07. 2021

[장야2] 그래도 장야는 장야다(下)

중드 리뷰

上편에서 이어집니다.


이후에는 전쟁을 향한 서막으로 달려가는데, 표정 없는 이어와 가망 없는 이혼원이 당국을 멸망으로 이끄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해요. 그나마 연국에 조소수 형님이 나타나고, 위성에 녕결이 나타나서 지루함을 타파해주죠.


그리고 초중반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상상이었다면, 녕결이 위성에 나타나며 다시 주인공 자리를 가져오는 느낌이었어요. 마장군, 상상, 부자, 폐하 다 자기 고집대로만 하면 나는 어떡하냐는 녕결의 호소와 그럼에도 결국 녕결에게 주어진 사명 때문에 그러했죠. 녕결은 선왕의 유조를 받들어 호박을 왕위에 앉혀야 하고, 경신진의 주인으로 도성을 지켜야 합니다. 근데 녕결 곁에 상상도 없고 부자도 없어요. 마장군은 위성을 지킨다 하죠. 그래서 위성에서부터 도성까지의 녕결은 거의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인간 세상에서 눈물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천녀와는 달리요.


빛 한줄기로 떨어진 호천 혹은 상상은 어쩌고 있나 궁금했는데 설원에서 등장합니다. 호천은 인간세계에 존재하기 위해 하늘의 딸인 천녀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게 인간 세상에 발이 묶인 천녀가 달(부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부자가 집어넣은 인간의 힘, 즉 속세의 정을 간직하고 있어서 상상의 기운을 제어할 수도 없어요. 그러면서 우리는 원래 하나라는 상상에게 광명의 세계에 암흑은 없다며 빛이자 어둠인 스스로를 부정하며 자아분열을 한다는 거였어요. 자신들이 광명 정도라 믿는 서릉이랑 비슷하죠.


그런 의미에서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부자와 호천의 전쟁이기도 합니다. 인간 세상을 대표하는 당국-서원-부자와 하늘을 대표하는 서릉-호천의 싸움인거죠. 서릉 놈들이 자꾸 이 전쟁은 하늘의 뜻이다, 인간은 하늘을 거스를 수 없다고 하잖아요.


본격적으로 서원이 전쟁에 합세하며, 강호 고수들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대결은 셋째사저의 전투였어요. 물론 장교와의 대립에서 마종 종주였다는 신분을 극적으로 밝히기도 하지만, 매미 소리 신비롭게 울리면서 여기저기 뿅뿅 사라졌다 나타나는 마종의 공법이 간지나잖아요. 그리고 마종 공법은 칼이나 염력만 날리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타격감이 느껴져서 좋더라구요.


설원에서 고통의 감정을 느끼던 천녀는 그런 감정은 의미가 없다며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죠. 근데 이후 사막에서 눈물을 흘리는 상상을 조용히 바라보기도 해요.


청협 전투에는 7사형들이 참여하는데, 거의 군맥 혼자 열일합니다. 그리고 군맥과의 대결에서 패한 엽청이 엽홍어에게 말해요. 도라고 말하는 도는 이미 도가 아니라고요. 그렇지만 너는 계속 도치로 남으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때 엽홍어 안에 있던 단단한 정도라는 세계에 균열이 생겼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압권은 류백과의 대결이었어요. 류백은 왜 늘 물가 바위에 앉아 있나 했더니, 검을 파도처럼 쓰더라구요. 그리고 그 파도를 가르는 군맥이라니, 잘린 팔로 가슴에 칼 꽂는 군맥이라니, 꺄. 도성을 지키던 녕결은 막산산, 대사형, 셋째사저, 진피피 등의 도움으로 주작을 깨우고 人자를 그려 넣어 부적을 완성시켜요. 사람 중심의 정말 일관된 주제의식입니다.


천하삼치 중 결국 사랑을 이루는 이는 아무도 없어요. 그럼에도 막산산과 엽홍어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녕결에 대해 여전히 잘 알고 있고 염려한다는 걸 보여줘요. ‘상상이 어디에 있든 녕결은 잊지 못할 거요. 상상을 잊는 날이 온다면 녕결도 죽을 거요’ ‘만약 상상이 녕결을 잊으면?’ 이런 대사들이 문득문득 나오기 때문에 녕결과 상상이 헤어져 있고, 맺어지는 이들이 없음에도 작품 전반적으로 애잔한 로맨스의 분위기를 형성해요.


설산에서 녕결과 막산산은 다시 작별하는데, 이때 각자 회상하는 장면이 다르다는 게 마음 아프죠. 막산산은 끝내 마음이 닿지 못한 사람으로, 녕결은 위기 때마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으로 추억하더라구요. 그리고 막산산은 마지막까지 녕결과 상상을 좋은 인연으로 남겨두고 떠나죠. 막산산 너란 여자...


도산에 가기 전 국수집에서 상상 혼자 국수 두 그릇을 먹는 걸 보면서, 천녀는 실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상 안에서 싸우는 건가 싶었는데, 도산에서는 다시 천녀의 모습이더라구요. 아마도 속세의 천녀가 상상이니깐 속세에서는 상상의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도산에서는 아무래도 하늘의 힘이 강하니까 천녀의 모습이었겠죠. 그리고 이전에도 마치 상상이 천녀라는 존재에 흡수된 듯, 혹은 천녀와 상상이 하나인 듯 둘인 듯 애매모호하게 그려지죠.


그래서 녕결이 상상을 찾기 위한 여정이 하늘과 인간의 싸움이라는 주제와 어우러지며 공명을 일으키는데, 상상 안에서의 싸움이라면 상상 즉 인간이 이길 거라는 예상이 가능하잖아요. 근데 점점 천녀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상상은 사라져야 하는 존재로 그려지니 상상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어요.


하늘한테 여주를 뺏긴, 근데 그 하늘이 여주인 역대급 남주라서 녕결과 상상은 함께 있음에도 함께 할 수가 없어요. 녕결은 결국 상상이 자신을 헤치지 못할 거라는 믿음과 상상이 자신의 본명물이라 자신의 운명이 곧 상상의 운명이라는 패를 가지고 도산에서 홀로 계획을 실행합니다. 그런 녕결에게 천녀는 속세의 인연을 정리하기 위해 시중을 들며 갚으라 하는데, 결국 녕결이 기억하는 상상과의 추억도 자신의 계획 중 일부이며, 부자가 넣은 인간의 힘은 자신에겐 독이라고 해요.


거기다 절벽으로 떨어진 녕결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상상이 사라지는 건지, 아니면 천녀가 다시 자신에게로 데려간 건지 확실치 않은데다 마지막에는 천녀와 녕결이 세상을 보러 떠나는 걸로 마무리 되죠. 물론 녕결과 세상 구경을 하며 인간의 힘이 점점 강해져서, 녕결과 상상이 다시 만나는 날이 오겠죠. 시즌3가 제작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볼 수 없겠지만요. 그리고 인간이 하늘과 싸우는데서 나아가 하늘을 갈아치우려는 뉘앙스를 풍기며 시즌2가 마무리 되었으니, 이 또한 시즌3에서 풀어야 할 숙제겠죠.


엔딩 이후 녕결과 상상이 사부들 무덤에 찾아가는 건 에필로그 같은 느낌이에요. 처음 상상의 꿈 이야기를 통해 시즌2의 일들을 암시하고, 마지막에 점박이(탁이)를 보러 가자고 하면서 시즌1의 복수를 마무리 짓는 느낌이죠.


전체적인 완성도나 짜임새 면에서는 시즌1에 미치지 못했어요. 우선 적재적소에서 귀에 착착 감기던 OST의 활용이 이전만 못했고, 편집이나 후반작업이 매끄럽지 못해 흐린 눈이나 귀로 봐야하는 장면들도 몇몇 있었어요.


부자와 상상의 승천 이후에 궁중 이야기가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지는데, 궁중 서사를 끌고 가야하는 이어가 시종일관 무표정이다보니 더 지루하게 느껴졌어요. 중간중간 서원의 사형들은 어찌 지내는지, 녕결은 어쩌고 있는지, 호천 혹은 상상은 어찌된 건지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초반 방정맞아 보이던 황제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무게감이 생기며 캐릭터에 붙어갔는데 생각보다 일찍 죽더라구요. 왕후와 엽홍어도 뒤로 갈수록 캐릭터에 붙어가며 시즌2 안에서 설득력을 가져요. 호박이는 시즌2의 호박이 더 의젓하고 황제의 위엄과 어울리죠.


조소수 형님은 등장만으로 포스 좔좔 흐르는데, 몸에 숨긴 검을 날리면 명이 끊긴다고 했으니 설마 죽는 걸까요? 이만만 형님은 초반에는 녕결과 상상 찾아다니느라 고생고생, 후반에는 시즌1에서 숨기고 있던 전투력으로 열일하죠. 융경은 타락의 기사단 끌고 다니는 것 말고는 시즌1보다 존재감이 약합니다. 화치와 융경 사이의 감정선은 끝까지 안 살더라구요. 순애보의 시간이 지난 후 회환을 표현하기엔 시즌2 화치의 이미지가 똑부러지는 느낌이 강하죠.


시즌1은 녕결의 성장 서사로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녕결과 대립각을 이루는 융경이나 하후도 극 내내 존재감을 과시하며 긴장감을 유지하죠. 반면 시즌2는 녕결이 하늘인 상상이랑 싸울 수는 없고, 서릉과의 대립은 사형들에게 일정부분 넘어가다보니 기승전결이나 긴장감 면에서는 약해요. 그렇지만 하늘과 싸우면서도 상상을 찾아야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주는 독특한 심상이 있어요.


여튼 그럼에도 저는 시즌3를 기다립니다. 이 거대한 세계관의 아름다운 서사시를 누군가는 완성시켜야 할 거 아니냐구요. 텐센트 힘내라ㅜㅜ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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