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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우지우 Aug 07. 2021

[장야2] 그래도 장야는 장야다(上)

중드 리뷰

혹평이 많았던 관계로 우려를 안고 시작한 장야2였어요. 우선 배우진의 교체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할 수 없겠죠. 사실 전 왕학체 배우가 연기한 녕결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시즌2 초중반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상상이었고, 녕결은 중후반이 되서야 주인공의 자리를 다시 가져오기 때문에 초반의 낯설음만 극복하면 시청에 무리는 없었어요.


그리고 상상을 대하는 진비우 배우의 손길이 무심하고 거칠었다면, 왕학체 배우는 손길 자체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편이라 녕결 캐릭터의 감정 변화와 어울리기도 했어요. 스토리 상 시즌2에서의 녕결은 상상에 대한 감정이 깊어진 상태였으니까요. 그리고 비우녕결의 액션이 힘 있고 묵직한 느낌이라면, 학체녕결의 액션은 빠르고 날렵한 느낌이라 서로 다른 특색을 가진 녕결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주인공이다보니 시청자와 서사를 쌓을 시간이 충분해서 학체녕결에 자연스럽게 적응이 됐는데, 문제는 조연진들이었습니다.


나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황제, 이어공주, 도치 엽홍어, 화치 육신가는 아예 다른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아무리 연출진이 같다고 해도 배우마다 캐릭터 해석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위의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낯설더라구요. 그리고 이들은 조연이다보니 주인공처럼 시청자와 서사를 쌓을 시간도 부족하죠. 잠깐잠깐 등장해서 시청자를 설득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외모나 연기력을 떠나서 시즌1에서 유지되던 캐릭터의 감정선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벽이었습니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진중하고 무게감 있던 황제, 여러 물고기를 거느리고 있지만 어딘가 결핍된 듯한 이어공주, 도치와 녕결 사이에 존재하던 그 미묘한 애증의 감정선, 융경에게 바닥까지 곤두박질 쳐진 화치의 순애보 등 이런 감정선들이 시즌2의 인물들에게서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시즌1을 애정했던 시청자로써 시즌2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어요. 시즌2를 같은 세계관을 가진 다른 작품으로 여기기로 한 거죠. 마치 마도조사와 진정령을 같은 세계관을 가진 다른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요. 그리고 그리 마음을 먹으니 낯설고 어색했던 마음이 차차 사라지며 스토리에 집중이 됐어요.


시즌1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포석을 까는 느낌이라면, 시즌2는 장야라는 세계관을 설명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장야 전체를 놓고 본다면 시즌1이 이야기의 전초전이겠지만, 시즌1 자체로만 보아도 녕결이라는 캐릭터의 성장 서사로 완결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시즌제 드라마임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시즌1에서는 녕결이 의도치 않게 여러 여인을 홀리고 다니고, 상상과 맺어지기는 하지만 사실상 로맨스를 찾기는 힘들어요. 이어에게는 녕결의 이용가치가 더 중요하고, 서치와는 썸 정도에서 끝나고, 도치는 일방적인 애증의 감정이고, 상상과는 운명적으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거든요. 차라리 황제와 왕후의 성숙한 사랑, 융경과 화치의 애절함이 로맨스에는 더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그에 반해 시즌2에서는 녕결과 상상을 둘러싼 상황, 그로 인한 녕결의 심적 변화, 배우의 교체 등이 합쳐져 로맨스의 기운이 더해 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시즌1에서 깔아놓은 장야의 세계관을 설명해주고, 멸망을 향해가는 당국과 그와 동시에 전쟁을 향해가는 과정들까지 착실히 보여주기 때문에 시즌1의 철학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줄어든 느낌입니다. 오히려 답을 감추고 있었기 때문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했다면, 그에 대한 답이 주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배우진의 교체가 많다보니 살아남은 두 여배우 송이인, 원빙연 배우는 빛을 발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캐릭터적으로도 감정선이 연결되고, 두 배우 모두 시즌2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스쳐지나가는 눈빛, 평범한 대사마저도 비범하게 느껴지더라구요.


5회에서 명왕의 딸이라 밝혀진 상상이 우산 뒤에 숨어 있고, 녕결이 우산 너머의 상상을 바라볼 때, ‘미안해요. 혼자 가세요. 이번에는 절대 붙잡지 않을게요’ 이 대사를 하는 송이인 배우의 연기와 둘 사이의 감정선이 좋아서 시즌2를 완주하리라 다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막산산은 녕결과 상상의 도주를 도왔다는 죄목으로 유각에 갇혀 있음에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중요한 대사들을 쏟아내는 느낌이에요. 7회에서 사랑의 굴레를 벗어나라는 엽홍어에게 오히려 너에게 녕결은 어떤 의미인지 묻죠. 8회에서 녕결을 위해 이럴 가치가 있는지 묻는 화치에게 ‘그럴 가치가 있는지는 내가 판단해. 그 사람이 날 위하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그를 위해서가 아니야. 나 자신을 위해서지’라고 말해요. 개인적으로 시즌1,2를 통틀어 막산산이 한 대사 중 최고의 명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데리러 온 대사형에게 대하국과 묵지원, 자신을 대신 해 나서준 도치와 화치를 위해 갇혀 있기를 자처하며, 자신은 글씨를 쓸 곳만 있으면 된다고 해요. 10회 엽청과의 대화에서는 진짜 정도에 대해 그리고 광명의 이름으로 악행을 일삼는 이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죠. 거의 모든 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특히 엽청과의 대화에서 던지는 의문들을 보면서, 호천의 세계에서 절대적이라 믿고 있는 규범을 먼저 깰 수 있는 사람이 진실에 다가설 수 있을 거라는 암시가 주어진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들 중 하나가 막산산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마 다음은 엽홍어일거라 짐작했는데, 워낙 정도에 메여있는 인물이라 이걸 깨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유독 엽홍어가 겪는 일들이 가혹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후에 장야가 감추고 있던 세계관의 비밀이 쏟아지듯이 설명돼요. 제가 설명된다고 표현한 건,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친절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물론 상상의 변화로 추측을 해야 하긴 하지만, 부자와 녕결의 대화를 빌어 비교적 자세히 말해주는 느낌이었거든요.


황원의 싸움 이후 상상은 명왕의 딸, 상상, 호천이 혼재해 있어서 때로는 상상 같고 때로는 아닌 것 같죠. 상상이 꼭 쥐고 있는 바둑돌도 검은색에서 회색으로, 회색에서 투명한 색으로 바뀝니다.


먼저 녕결의 질문에 대한 부자의 대답을 통해 장야 속 하늘에 대해 말해줘요. 하늘은 이 세상 모든 규칙의 집합체이자 인간 세상의 표상이라 인간이 품은 욕망을 하늘도 갖고 있죠. 그리고 천지의 원기를 섭취하기 위해 인간을 먹는데, 그 중 최고 경지의 수행자가 하늘에게는 최고의 미식입니다.


부자가 황원의 싸움 당시 인간의 힘이자 자신의 일부분을 상상에게 집어넣은 후 하늘과 보이지 않는 싸움 중이잖아요. 그러면서 고기의 맛을 못 느껴요. 이전부터 부자에게 먹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죠. 자신이 인간 세상의 즐거움을 느껴야 호천도 그러할 것이기에 녕결, 상상과 동행하며 열해의 목단어, 도산의 군고구마 등을 맛보러 다녀요. 그리고 인간 세상의 최고의 행복을 맛보게 해주기 위해 녕결과 상상을 혼인시키죠.


부자가 그렇게라도 호천을 인간 세상에 붙잡아 두려하는 건 하늘이 인간에게 두려움을 느껴 영원한 밤이라는 인간 세상의 재앙을 가져올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절대적인 광명은 곧 절대적인 암흑이라는 단순하고도 큰 이치를 깨닫고, 하늘과 맞서 싸우기로 한 거죠. 캬, 세계관 기가 막히죠.


결국 호천과 명왕은 하늘의 다른 모습일 뿐인데, 인간들이 두려움을 느껴 그 둘을 분리하고 자신들에게 재앙을 내리는 존재를 명왕이라고 칭한 거죠. 그리고 그 명왕의 딸을 박해한다는 게 인간의 번성을 두려워하는 하늘과 대구를 이루죠. 하늘은 인간 세상의 표상이니까요. 그리고 뒤에 보면 하늘 스스로도 자신을 분리하고 자아분열을 일으키는 모습이 나와요.


그리고 부자는 어둠과 빛에 휩싸인 상상을 보며 ‘몸은 암흑에 있지만 광명을 밟고 있는 게 이런 광경이구나’라고 말합니다. 이는 이층루 입성 마지막 단계에서 녕결의 대답인 ‘난 암흑에 서 있지만 마음은 광명을 향해 있다’와 반대되면서도 맥을 같이 해요. 아마도 그때 부자는 은연중에 호천이자 명왕인 상상을 인간 세상에 묶어둘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녕결임을 알아본 듯해요.


부자와 호천의 대결 중, 승천한 부자가 다시 돌아가려고? 절대 못 간다면서 호천의 발에 있는 표식을 탁하고 치는데, 아마도 상상의 발에 있던 표식은 호천이 인간 세상에 머물기 위한 표식이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밤의 한 조각이라는 검은 우산은 호천이면서 동시에 명왕의 딸이라는 증거였겠죠. 근데 밤의 한 조각이라는 표현 너무 시적이지 않나요.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낸다는 황진이의 시조 이후 이런 낭만적인 시상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 하늘에서 빛 한줄기가 땅으로 떨어지고 하늘엔 해와 달이 공존하는데, 해는 구름에 가려진 느낌이에요. 그리고 달이 없던 인간 세상에 달이 뜹니다. 시즌1에서 녕결이 보던 서책의 구절이 ‘도가 널리 퍼져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달이 나타난다’였고, 시즌2 전반에 걸쳐 여러 인물들을 통해 ‘나의 도, 자신만의 선택,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라는 말을 자주 해요.


부자가 세운 서원의 본질이 세상 속의 도이고, 그래서 서원의 도가 현실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부자의 도이자 마지막 선택은 인간 세상을 지키는 거였어요. 그리고 절대적인 빛이기 때문에 어둠이기도 한 하늘과 달리, 부자는 인간이기에 빛과 어둠을 아우르는 달이 되어 인간 세상을 지킬 수 있게 되죠.


下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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