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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별 Feb 17. 2021

잃어버린 물건

먼지깨비 이야기



먼지깨비가 사는 마을이 아침부터 시끄러워요

하늘에서 자꾸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때문이었는데

왠지 오늘따라 그 양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져요

쿨쿨 자던 먼지깨비의 잠도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버렸어요

부스스 일어난 먼지깨비는 깜짝 놀라서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았지요



"먼지 산에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먼지깨비는 먼지 마을을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의 정체를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어요

먼지 산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요?

걱정이 된 먼지깨비는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 모험을 떠났어요


먼지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꽃밭을 지나며 행복도 느끼고, 으스스한 먼지 늪을 헤쳐나가면서 두려움과 싸우며 용기를 배우고, 잡동사니로 수북이 쌓인 언덕을 넘으며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갔어요

그렇게 길을 가다 보니 처음 보는 물건들을 하나 둘 만났답니다.

하늘 위에서 누가 떨어뜨린 것인지, 그렇다면 하늘에 누가 살고 있는 것인지 먼지깨비는 무척 궁금했어요

그래서 무서움은 잠시 잊고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기로 다짐했답니다.



뿌옇고 어두운 먼지 구름을 헤치고 올라가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아무리 가혹한 환경도 먼지깨비의 호기심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영차 영차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 마침내 하늘 꼭대기에 도착한 먼지깨비!

먼지 안개를 살포시 걷어낸 먼지깨비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먼지깨비의 앞에 가득 놓인 처음 보는 물건들에 먼지깨비의 눈은 휘둥그레졌어요

재미있어 보이는 화려한 장난감들과 한 번쯤 꼭 읽어보고 싶은 내용이 담긴 책들까지

이 신기한 방에는 없는 물건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역시 먼지 산을 올라 하늘 끝까지 와보기를 참 잘한 것 같아요



쿵쿵쿵!

바닥을 울리는 묵직한 소리에 깜짝 놀란 먼지깨비는 먼지더미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어요

누군가 이 방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이 많은 물건들의 주인인 걸까요?


"보물상자가 어디로 갔지? 틀림없이 여기 어디에 있었는데..."


방에 들어온 건 한 아이였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아끼는 물건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방에 있었던 물건이 마법처럼 사라져 버리다니

온 방을 샅샅이 뒤지며 물건을 찾던 아이는 자리에 앉아 엉엉 울고 말았어요

아끼는 물건을 이유도 모르고 잃어버린 것만큼이나 슬픈 마법은 또 없을 거예요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본 먼지비도 울상이 되었어요

소중한 것을 잃어버려 속상한 마래기란 쉽지 않지요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먼지깨비는 이곳까지 오는 길에 먼지 산 꼭대기에서 보았던 물건이 떠올랐어요

혹시 그게 이 아이의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이 아닐까?


먼지깨비는 폴짝 뛰어서 먼지 산 꼭대기로 갔어요

물건을 챙긴 후 아무도 몰래, 살금살금 아이의 방에 놓아두었지요

가져다 둔 것이 아이가 찾는 물건이기를, 이걸 보고 울음을 그치고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요


"어? 여기 있었잖아!"


먼지깨비의 생각이 맞았어요!

아이는 물건을 찾아 환하게 웃었고, 행복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본 먼지깨비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답니다.

먼지깨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어요


"무엇부터 갖다 줄까?"



이제부터 먼지깨비는 아주 바빠요

아이가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 줄 생각에 신이 났어요

손발이 모자랄 정도로 먼지 마을과 장난감 방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아이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면 뿌듯하기만 해요

어느 물건부터 몰래 가져다 둘지, 신기한 물건은 어떻게 가지고 올라갈지 생각하느라 요리조리 주위를 둘러보는 먼지깨비.

왠지 물건을 찾은 아이보다 찾아주는 먼지깨비가 신난 것 같지요?



그러니 아이가 신이 난 건 당연한 일이지요

어디 두었는지도 몰랐던 물건들을 하나 둘 찾는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먼지깨비와 아이는 물건을 놓아두고 찾으며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아이의 방에서 한참을 보내던 먼지깨비는 아이가 잠들면 다시 먼지 마을로 내려와요

다음 날도 물건을 많이 찾아주려면, 아이가 자는 사이 먼지깨비도 푹 자면서 힘을 채워야 해요

먼지 이불 깔고 먼지 베개 베고 쿨쿨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즐거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먼지깨비 이야기-






살아오면서 다들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은 한두 번 있요?


물건을 잘 안 잃어버리는 편이지만

나 역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다른 이들이 먼저 다 선택해 가져 가 버리고 남은 하였던,

처음 내 손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그러했다.


내가 원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갖고 싶던 것도 아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찾아온 꿈같은 것이었다.


내게 온 모든 것은 소중하고 특별하나

그중에서도 그것은 가장 귀한 의미의 물건이 되었다.


그러던 중  실수로 인해 잃어버리게 되었고

그 후로 상해하고 마음 아파하던 중 


전혀 예상치도 못한 장소와 시간에서

잃어버렸던 물건을 세 번 찾은 적이 있다.


첫 번째는 건물사이 골목길에서 본 오렌지색 후드 티셔츠

비록 지금은 멀리멀리 사라지고 없어져버렸지만..


그때 잃어버린 물건을 세 번이나 찾은 건

아마도 먼지깨비가 가져와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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