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연아 Feb 01. 2016

여유

#1일1글 #20160127

"오늘은 기계 수리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레이저 커터를 사용하러 가야 하는 날인데 장비 문제로 일정이 붕 떴다. 

"할 수 없죠. 다음에 갈게요"라고 전화를 끊고 갑자기 여유로워졌다. 

마음이 그냥 붕 떴다. 다른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휴가를 얻은 느낌이었다.


게으름 좀 부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방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굴러다녔다.

정신을 차리고 외출 준비를 하고 버스를 탔다. 오늘은 왠지 버스 밖 창가가 보고 싶어 졌다. 이동할 때 항상 나의 손에는 스마트 폰이 있다. 음악을 듣거나, 페이스 북을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보거나, 그냥 생각 없이  여기저기 온라인 세상을 기웃거렸다. 날씨도 화창해졌고 햇살도 따사로웠고 오늘은 버스 밖을 내다보며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음악이 좀 더 깊이 다가왔다. 창 밖 세상이 생기 있어 보였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음, 아직 다들 좋은 세상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기 전 버스 안을 잠시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 폰에 코를 박고 있었다.  그동안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목이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가끔 여유를 부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세상 속에서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에 눈이 따갑고 마음이 따가웠는데 오프라인 세상은 좀 더 따뜻하고 컬러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일은 조금만 여유 부리고 좀 더 열심히 움직여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