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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n 24. 2016

좋은 사진은 향기가 난다

사진을 꿈꾸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05

지난포스팅의 '맛'에 이어 이번에는 '향기'다. '커피 향기'가 난다... 이러면 노잼 ^^. 나에게는 좋은 사진과 그렇지 못한 사진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타이틀, 작업 노트 등 텍스트를 이용한 부연 설명을 강조하지 않아도...


이미지 만으로, '작가의 메시시'가 잘 전달되는 사진은 좋은 사진이다.


2005년 즈음 / 나의 첫번째 디카로 담은 아이들

제목마저 구차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진가의 마음이 이미지로 고스란히 표현된다. 피사체를 사랑하니까 그 사랑이 고스란히 담길 수밖에. 아기를 위해서 카메라를  구입하는  분들이 많은데, 좋은 사진 많이 담을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다. (얼마나 꾸준하게 지속되느냐? 가 문제랄까.) 가까운 곳에 길이 있다. 가족을 위한 사진이야말로 좋은 사진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좋은 사진'과 '잘 찍은 사진'은 별개의 시각이라고 본다. 굉장히 잘 찍고 아주 좋은 사진이면 금상첨화. 하지만 그것은 사진작가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가능한 것. 그 경지를 상회한다면 그것의 예술의 경지인 것이고. 그런데 당신이나 나는 예술가는 아니지 않나! ^^ 여러분들이 커뮤니티에서 접하는 사진들은 대개 위의 두 성향으로 나누어진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 인기가 있는 사진들은 '잘 찍은 사진'으로 편중되어 아쉽긴 하지만...

우리집 옥상에서 / 장노출로 이정도면 잘 찍은 축에 속할 수 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보는 스타일

사진가의 메시지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는 '사진의 주제'를 마음과 머릿속에 끊임없이 되새기며 셔터를 눌러야 한다. 주제는 물리적인 피사체를 지칭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


1. 꽃을 찍어야지.

2. 예쁜 꽃을 담아야겠다.

3. 홀로 피어있는 꽃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싶다.


세 종류의 사진가의  생각이 있다고 하자. 이 사진의 소재는 '꽃'인 것 같다. 그러면 주제는? 1번의 경우는 주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번은 예쁜 모습이 주제, 3번은 외로움에 대한 것이 주제.

모두 같은 장소(올림픽 공원의 장미광장)에서 촬영한 세장의 사진을 보자.

꽃이다.
꽃에만 집중되어있다.
"조금이라도 외로움을 느껴줘~"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꿀뚝같았다.

어때. 좀 느껴지시는가? 다른 사진과 다르게 세 번째 사진에서 여러분의 스크롤을 멈췄다면 다른 사진들보다 작가의 메시지가 더 깊게 전달된 때문이다. 아니었다면  의 실력이 미천한 탓...ㅠㅠ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1번 단계에서 시작하여 2번 단계까지는 쉽게 도달했다. 꽃이라는 속성이 예쁘고 아름다운 의미를 이미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하지만,


외로움을 품은 꽃


같은 수준의 메시지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고비들이 있었다. 그런 고민을 시작하면서 내 사진이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세 번째 사진 촬영 과정들을 '복기'해본다.

'외로움'이 뭘까? 혼자 있는 것? 끝없이 펼쳐진 꽃밭에서 홀로 남은 듯한 피사체를 찾는다. 배경과의 명암 대비(콘트라스트)도 강한 것이 좋겠다. 여백을 어떻게 남길까? 피사체의 구도를 얼마큼 안정적으로 잡을까? 아니면 살짝 불안하게 가져갈 까? 등등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관된 여러 생각의 조각들이 만들어지고 연결되며 때로는 끊어지면서 다양한 컷들을 담고 그중 내 생각들이 종합적으로 잘 표현된 1장을 선택한다.

내가 매우 좋아하고 사진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던 데이비드 두쉬민(David duChemin : 사진작가)씨는 메시지를 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이렇게 말한다.


사진가의 비전(Vision)이다.

2015.9 / 지금은 보기힘든 맑은 하늘에 대한 그리움

청명함이 담긴 사진은 맑고 깨끗한 향기. 사랑이 담긴 사진은 사랑의 향기. 외로움, 슬픔이 담긴 사진은 외로움과 슬픔의 향기. 사진가의 비전을 담은 메시지가 좋은 사진을 만들고 다양한 향기와 함께 관람하는 이들에게 다가간다. 자신만의 특별한 향기를 만드는 것이 "사진을 왜 찍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당신의 향기를 담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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