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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n 21. 2016

사진의 맛

사진을 꿈꾸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04

'사랑'이라는 단어는 달달한 사탕에 비유하기도 하고 남에게 베풀 줄 모르는 '구두쇠'는 짜디짠 소금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면 취미 생활로써 '사진'을 맛에 비유한다면 어떤 맛일까?취미로써의 사진은 매우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긴...


마냥 달콤하지는 않더라.
올림픽 공원  / 겨울이 끝나갈 무렵 사진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

갑자기 헛소리처럼 들릴 것 같아 대단히 죄송스럽지만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부터 터득해야한다. 셔터는 온전히 자기의 주관에 따라 누른다. 시작부터 끝까지 '', '카메라 장비' 그리고 '피사체' 이렇게 '일직선 구도'에서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고, 그 사이의 단절이라도 생기게 되면 그날의 취미 생활은 멈춰야 한다. 슬프다. 그렇게 마무리가 안 되는 날은 더욱 외로움은 커진다. 물론 피사체가 친구, 애인 혹은 가족 경우 외롭지 않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사체와 사진사는 엄연히 다른 역할이고,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혼자 스스로 의사 결정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외로운 거 맞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셔터를 대신 눌러주지는 못하니까... 어디 그뿐이랴?

눈의 가족  / 그날 내리던 눈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야외 촬영이 있거나 실외 풍경을 담으려면 시간, 계절, 날씨, 빛의 방향 등에도 민감해야 한다. 주말,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도 한다. 겨울이 되면 손이 얼어붙는 혹한의 날씨도 견뎌야 한다. 비 오는 장면을 찍으려고 쭈그려 앉아 비를 맞기도 한다. 자신의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이렇게 어려운 시간들이 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좀 이상하잖아. 취미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 이길래 이렇게 힘듬을 견딘다는 것인지...


성.취.감. 이랄까...
고삼 저수지의 새벽 / 새벽에 일어나 한치앞도 안보이는 짙은 안개를 뚫고...겁도 없이 말야...

무슨 짓을 하든지 '무엇인가를 이룬다는 것'의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노력한 만큼 나오지 않았더라도 스스로에게 노력한 것에 대한 위로와 칭찬을 하는 것. 한 장의 사진이 힘들게 고생했던 기억을 잠시 잊게 해 준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성취'에 대한 가치를 이미 맛보았다. 설혹 그런 경험이 없더라도 실망은 마시라. 앞으로 사진 찍을 날은 너무도 많이 있으니까.


자기만족이라고 불러도 좋아.
소화묘원 / 고인이 되신 분들 앞에 카메라를 들려하니 너무 무책임하게 죄책감이 들어 이컷을 마지막으로 삼으려 한다.

낯선 곳에 찾아간다. 아니면 집 앞 아주 익숙했던 풍경이 문득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라보고 걷고 느끼며 주위를 살피며 한 장 한 장 순간을 이미지로 담아낸다. 그 경험! 그 과정이 사진을 취미로 즐길 수 있게 하는 힘이다. 사진가는 사진(결과)으로만 말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취미로써의 사진은 그것에 더하여 과정 또한 의미를 새기며 즐기면 된다. 오히려 힘들었던 기억이 사진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기도... 물론 타인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힘들었던 얘기를 장황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길. 사진가는 사진으로 말한다니까...^^

내가 커피를 즐긴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솔직히 여러 종류의 커피맛 구별도 못하고 대충 물탄 에스프레소인 아메리카노만 줄곧 마실 뿐이다. 여름이니 아이스로. 외로움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냥 혼자 있을 때 심심할 때 '커피' 만한 게 없지 않나? 취미로써의 사진이 딱 그 느낌이다. 사진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카메라는 손에 들려있고 기웃기웃 셔터는 계속 누르고 있고 여기저기 바람도 쐬고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잘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고 내가 이게 무슨 짓인가? 할 때도 있고. 그래도 집에 돌아와 하루의 사진들을 보면서 그때 눌렀던 셔터의 감각을 떠올릴 때면 미묘한 감정으로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검지 손가락이 파르르 떨릴 때도 있다. 나의 사진의 맛. 나의 일상 안으로 침투하여 마치 아침, 점심, 저녁을 먹듯, 잠을 자듯, 간식을 먹듯 늘 함께하여 그냥 습관이 되어버린...


마치 쌉쌀한 커피처럼, 사진의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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