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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Oct 21. 2017

나는 쉬운 사진이 좋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62

사진이 왜 어려워야 하지?


어려운 글은 사진을 더 어렵게 만든다.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굉장히 어려운 작업 노트를 많이 읽게 된다. "이게 한글인가?" 할 정도로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사진도 어려운데 글마저 어려운 경우를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어떤 사진은 제목을 아무리 읽어봐도 사진과는 괴리감이 너무 커서 당혹감을 느껴본 적은 없는지?

무관심에 대하여 / 서울 강남대로, 2017

추상과 같은 어려운 사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글(제목이나 작품 설명, 작업노트 등)이 사진(이미지)을 넘어서면 안 된다라는 나의 철칙은 내가 사진을 그만둘 때까지 꼭 지키고 싶은 고집이다.

빛의 공명 #1 / 과천 국립 미술관, 2017
빛의 공명 #2 / 과천 국립 미술관, 2017



Untitled에 대한 오해


제목이 없는 것과 Untitled의 제목을 붙인 것과는 차이가 크다.

Untitled / 서울 강남대로, 2017

제목이 없는 사진은 작가가 제목을 정하지 못했거나 제목을 정하기 싫었거나 둘 중 하나다. Untitled라는 제목은 관람자에게 당신의 시선과 관점으로 사진을 보아 달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다. 날아가는 새를 흐릿하게 장노출로 찍어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영혼'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 사진이 어려워진다. 감상자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 차라리 이럴 때 Untitled라는 제목을 붙여 감상자에게 '상상'하게끔 만들어준다면 훨씬 쉬운 사진이 된다. 상상과 해석의 몫을 감상자에게 넘기는 것이 훨씬 세련된 접근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정해진 법칙이나 답은 없다. 다만 우리(카메라를 손에 든 사진가들)의 애티튜드에 따라 감상자와의 소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해보자. 그것이 감상자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사진으로 이야기하기


이 매거진의 제목과 맥을 같이한다. 사진을 창조하는 사람은 사진으로 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방법이다. 그것이 감상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면 그것은 바로 쉬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진이 된다. 그러나 착각하지 마시라. 

비다! / 서울 강남대로, 2017

쉬운 사진이라고 해서 촬영 과정 자체도 쉽다는 말은 결코 아니니 말이다. 오히려 반비례일지도 모른다. 쉬운 사진일수록 사진과의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들어갔을 확률이 매우 높다. 최소한 내 경험치 안에서는 그랬던 것 같다.



카메라를 집에 놓아두고 집 근처 거리로 나가보자


반나절 정도 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변을 살펴보자.

"아!! 카메라 가지고 나왔으면 이 장면 담았을 텐데..." 하는 후회를 몇 번이나 할 수 있을지 몸소 체험해보자. 일종의 훈련이 될 수도 있다. 카메라 소지 유무를 떠나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든 사진가의 관점에서 주변을 관찰해보는 것. 쉬운 사진을 촬영하는 시작점은 이렇게 작은 행동의 변화에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취미 사진가는 반대다. 저곳이 좋다고 하니 저곳으로 가서 찍으면 되겠지.라고 믿어버린다. 타인이 좋은 것과 본인이 좋은 것. 그 차이에 의해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본인이 발견한 장면이 좋다는 확신이 서야 자신의 사진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사진을 촬영하면서 가장 싫어하는 아니 '증오'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촬영 포인트


이 지점에서 저 방향으로 촬영하세요 라고 정해버린 첫 번째 사진가도 말이 안 되지만 그것이 마치 사진 지식의 일부 인냥 공유하고 그 지점을 강요(?)하는 행위는 매우 불편하다. 나아가 A급 B급으로 나누어 정해버리는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나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이런 행위를 따르고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왜 찍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사진을 양산한다.

한때는 정말 미친듯이 올라가 보았다 / 남한산성 서문, 2015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이 그런 방법으로 발전했다면 이미 예술로서 생명은 일찌감치 종말을 맞이 했을지도 모른다.



포인트에서 찍으니 정말 멋지지 않아요?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겠다. 나라면 다시 이렇게 반문하겠다.



더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겁니다


신이 촬영한 사진에 제목을 붙여보라고 권해드린다. 나아가 찍기 전에 제목에 사용할 메시지를 먼저 고민해보기를 권해드린다.  설악산, 두물머리, 남한산성에서... 이런 제목처럼 피사체, 장소의 이름 말고 본인이 사진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단한 몇 개 단어로 적어보는 것.

아마 위에서 말씀드린 포인트에서 촬영한 사진은 제목을 붙이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사진을 통해 할 얘기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붙이기 시작하면 그 사진은 더욱 어렵게 감상자들에게 다가간다.

LEGO / 남한산성 서문, 2015

포인트라 불리는 강가나 대교, 일몰, 일출 포인트에서 촬영하고 제목을 '삶의 여정'이라고 붙이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일몰 사진에 '삶의 끝'이라는 메시지를 넣고 싶다면 일몰과 삶을 연결시키는 이미지를 상상해보고 그 연 절점을 찾아 셔터를 눌러야 하지 않을까? 일몰을 담은 사진과 삶의 끝의 메시지를 연결하는 단서는 이미지(사진)에 포함해야 마땅하다. 그런 노력이 사진을 쉽게 만들어주는 발판이 된다. 

자신의 사진을 한 장 찍 리뷰하듯, 자기 사진을 더  어렵게 만드는 습관들이 어떤 것인지 스로를 리뷰해보자. 그런 습관들을 하나씩 없앤다면 여러분의 사진에 담기는 메시지는 쉽고, 간결하고, 명료함이 남을 것이다.

Vanishing Red / 서울 삼성동, 2017

어렵고 이해하기 난해한 이야기를 사진과 결부시키려고 하는 순간 '욕심'이 쌓이게 된다. 그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애석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성취감을 느낄 수 없는 사진과 거짓말로 인해 카메라를 멀리하게 된다. 우리처럼 취미로 즐기는 사진에 그렇게 구구절절이 어려운 이야기가 담길 리 만무하다. 설혹, 천재적인 능력으로 담았다손 치더라도  한발 물러나 가능한 쉽고 단순하게 이야기를 만들자. 거짓이 없는 사진, 포인트를 따라 촬영한 백장의 풍경 사진보다 여러분의 진솔한 메시지가 담긴 한 장의 사진. 정직한 사진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래서 나는 쉬운 사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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