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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l 12. 2018

사진, 노출은 동사가 되어야 한다 #3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67

오래 기다리셨다


거의 반년만에 포스팅이라... 한 분이라도 세 번째 포스팅을 기다려주신 분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감사할 다름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많은 것들이 이 평범한 정의를 거스르지 않는다. 노출도 다를 바 없다. 빛을 많이 담으려면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반대의 경우도 같다. 빛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포기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얻는 것과 잃는 것의 균형이다. 그것이 당신이 노출을 통해 부여하려고 하는 비전(Vision)과 잘 맞았을 때 비로소 당신의 노출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암기한 세팅값을 믿지 마라


대부분 카메라를 켜면 이전에 사용하던 세팅값으로 시작하게 되어있다. 여기에서부터 습관을 바꿔보자. 가장 쉬운 방법이 촬영이 끝나고 자신의 시작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대부분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메모리 기능을 이용하면 쉽다. 내 경우 조리개는 5.6, 셔터 스피트 1/200, ISO 200, 멀티 분할 측광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메모리 1번은 Flexible Spot + AF-S (초점 위치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모드와 싱글 포커스) 메모리 2번은 Wide Zone Focus + AF-C (넓은 범위에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모드 + 연속 포커스) 만 다르고 기본적인 노출 관련 세팅값은 동일하다.

역광에 의해 담배 연기가 강조된다. / UK, 2018

조리개의 f값은 렌즈의 최대 개방 값에 따라 가변 되므로 가지고 있는 렌즈 스피드(왜 스피드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뒤에 설명이 있음.)를 확인하고 본인 판단하에 대략 중간 지점이라고 생각하는 값으로 맞춰 놓으면 렌즈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4로 세팅해놓고 1.8이나 2.8 렌즈를 마운트 하면 그 값이 당연히 변화가 생기므로 안전한(?) 5.6에 맞춰 놓는다.

세팅값이 항상 동일하게 맞추고 촬영을 시작하면 습관적으로 빛의 양을 계산하는 기준이 동일 선상에서 시작하므로 반응이 빨라진다. 살짝 어두운 곳의 경우 조리개를 2.8 정도 개방하고 심도(심도에 대한 얘기는 다른 관점에서 더 정리할 계획이다.)를 조금 더 얕게 만들고 셔터 속도는 1/125로 늦춘다. 조금 더 어둡다면 ISO를 400으로 올리고... 이렇게 시작하는 기준을 동일하게 만들면 습관적으로 현재 상황에 빨리 반응할 수 있는 대단히 큰 장점이 생긴다. 순식간에 감각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순간'의 의미 / 마치 조건 반사처럼 바로 튀어 나와야 한다. / Seoul 2018

풍경은 조리개 8, 셔터 스피트 1/160, ISO 100... 이렇게 절대 외우고 다니지 마라. 인물은 무조건 최대 개방? 1.4 혹은 1.8? 절대 그렇지 않다. 이런 암기의 방법으로 노출을 접근하게 되면 절대 안 된다. 잘된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사진의 EXIF데이터를 외워서 적용한다고 해도 절대 똑같이 나오지 않는다. 스튜디오에 동일한 빛을 사용한다면 편차는 적어지겠지만 그 역시 사진가가 원하는 밝기는 모두 다르다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같은 조명을 세팅을 사용하더라도 대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밝기가 사진가의 관점에서 모두 같을 수 있겠는가? 설혹 선생님께서 맞춰 찍으라고 해도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계속 변경해가면서 자신의 밝기(노출)를 찾아보자.

그 과정이 여러분의 노출을 성장 시킬 것이다.

Pray for the music / 촬영 당시 내가 원했던 노출은 정확히 이랬다. / Heiry, 2018

야외에서는 물론 편차가 엄청나다. 같은 시간이라도 빛의 양과 질이 다르며 계절마다 방향이 다르다.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몇 초 동일한 순간에 동일한 피사체를 찍어댈 이유도 없다. 이렇게 외운 노출값들을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시작점, 기준값, 어떤 밝기 어떤 음영으로 화면을 구상할지 먼저 생각하고 다이얼을 조절해야 한다.


가위바위보 게임


이전 시간에 노출을 결정하는 세 가지 요소를 말씀드렸다. 오늘은 그 값들의 의미를 더 자세히 설명하려고 한다.

가위바위보는 지는 것과 이기는 것이 맞물려있다. 노출의 경우도 지는 것 이기는 것이라고 구분하기는 모호한면이 있지만 확실히 선점(이기는)하는 요소는 그때그때 발생한다.


조리개


빛의 양을 렌즈의 조리개의 크기로 조절한다. 조리개를 한스탑(Stop)씩 개방할수록 밝기가 두배가 된다. 1/3 단계 혹은 1/2로 세분화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1/3 단계로 세분화했을 경우 단연히 3단계가 두배 차이가 난다. 용어는 스탑, 스톱 발음을 사용하는데 같은 단어다. 나는 스탑이라고 부른다.

조리개 수치를 한스탑  낮춘다의 의미는 조리개를 개방하여 현재보다 두배의 밝기로 빛을 받는다 라는 의미다. 렌즈에 쓰인 F값을 확인하면 해당 렌즈가 최대 얼마나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스탑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1 / 1.4 / 2 /  2.8 / 4 / 5.6 / 8 / 11 / 16 / 22 (사진 강의, 바바라 런던)

보통 이렇게 10단계의 스탑으로 구분된다. 1은 가장 많은 빛을 받아들이고, 22은 가장 적은 빛을 받아들인다.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F값에 대해 속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유는 셔터 스피드와 연관성을 좀 더 갖기 위해서 일 듯하다. 즉 1.4는 빠른 조리개, 5.6은 그것보다 느린 조리개. 셔터스피드도 속도를 기준으로 표현하고 동일하게 1 스탑에 두배씩 빠르고 느리다. ^^

f1.4와 f2는 빛의 양으로 딱(거의 거의) 두배 차이가 난다.

한자리에서 다른 세팅은 그대로 두고 조리개만으로 찍어서 비교해보면 두배씩 밝기 차이가 난다. 두배는 수학적 계산이다. 주관적으로 두배가 아닌 것 같은데??? 할 수도 있다.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밝기의 한계가 있어서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변화 정도의 차이가 발생한다.  아무튼 가장 정확하게 보려면 화면이 화이트부터 검은색까지 동일한 비율로 있는 피사체를 찍어야 정확하지만 색표를 촬영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실험은 쉽지 않을 것이다.

조리개는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도구이다. / UK, 2018

이전 시간에 드린 숙제(?)를 진행하셨다면 조리개의 변화에 밝기의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1/3 스탑씩 조절하면다면 조금 더 촘촘하게 밝기의 차이를 느끼실 수 있다. 렌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밝기의 한계는 모두 다르다. 1.4, 1.8 2.8 등등 렌즈 이름에 대부분 명시되어있다. 만약 F2.8 렌즈라면 그 이상 밝기를 렌즈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다음에 이야기할 셔터 스피트를 느리게 가져가면 된다.



셔터 속도(셔터 스피드 / 셔터 타임)


셔터가 열려있는 시간을 말한다. 사진은 공간과 시간을 담는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찰나의 순간까지 담아낸다. 노출에 미치는 영향은 셔터가 열려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밝아지고, 짧을수록 어두워진다. 조리개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1/8s, 1/15s, 1/30s, 1/60s, 1/125s, 1/250s, 1/500s


각 셔터 속도의 스탑이 변화됨에 따라 밝기의 변화도 두 배씩 변화하고 시간도 두 배씩 증, 감 한다. 눈치가 빠르신 분이라면 조리개, 셔터 속도의 '두배'의 개념에서 유레카!!!라고 외치셨을 것이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셔터의 기계적 형식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대부분 포커 플레인 방식을 많사용하는데 두 개의 막 (선막, 후막)이 같은 속도로 이동하면서 선막이 움직이고 후막이 언제 뒤따라오는가? 가 셔터 스티드를 의미한다. 프레임 상에서 막이 들어오는 영역의 시간과 빠져나가는 영역의 시간 차이가 존재하는데 느린 셔터의 경우 왜곡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세부적인 내용까지 설명하기는 지금 어렵고, 여기에서는 셔터가 열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밝기를 결정한다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셔터속도는 시간을 조절 할 수 있는 도구이다. / Seoul, 2018

조리개의 개방 정도와 셔터 스피드의 연관 관계를 잘 이해하면 자신의 밝기에 대한 기준이 생긴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밝아지고, 셔터 속도를 늦추면 밝아진다. 반대의 경우는 어두워진다. 두 개 수치 모두 한스탑이 동일한 밝기를 만들기 때문에 올렸다, 내렸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셔터스피드는 손에 카메라를 들과 촬영할 때에는 자신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최저값을 기억해두면 좋다.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일수록 손떨림이 미세하게 잡힌다. 내 경우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1/125에서 1/200 정도 둔다. 점프샷 정도를 담기 위해서는 좀 더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할 것이다. 1/500 정도이다. 대략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정도의 셔터 속도를 맞추게 되면 당연히 조리개를 통해 빛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1/500이라면 평소보다 어두워진다. 따라서 조리개를 개방해야 한다. 그런데 마침 저녁이라 조리개를 최대 개방해도 어둡다 느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도라는 마지막 요소가 있다.


감도 (ISO /ASA)


카메라의 전자적인 힘을 발휘하여 강제적으로 빛의 더 많이 받고 적게 받고를 조절하는 요소다. 위의 예에서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아무리 조절해도 본인이 원하는 노출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감도’를 올리면 된다. “우와 끝내준다. 아무런 노력 없이 막. 밝기를 올릴 수 있다니!!!’ 그런데 감도를 올릴수록, 어두운 피사체이거나 거리가 멀수록 감도를 올릴 경우 화면의 노이즈가 차츰 상승하게 된다. 물론 노이즈는 보정에서 어느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이즈는 노이즈이다.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많이 발생하려는 콘셉트의 사진이 아닌 이상, 적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노이즈가 생긴다고 감도를 올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는 마라. 사진은 찍고 보는 것이기 때문에 노이즈 걱정으로 감도를 올리지 않고 그냥 어둡게 촬영하는 것보다 감도를 올리고 본인이 원하는 노출을 찾아서 촬영하는 것이 백배, 천배 훌륭한 결정이라고 믿는다.


우리동네 어떤 다방에서 /  ISO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혁신이다 / Seoul, 2018


리뷰, 다시 보기


지난 시간에 마구(?) 촬영한 사진들을 다시 보아주기를 바란다. 세 가지 조절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했으면 비슷한 장면에서 밝기의 변화를 느낄 갓이다. 본인 생각에 노출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진의 전 사진과 다음 사진을 함께 본다. 그리고 EXIF 값들을 확인해보면  세 가지 요소가 어떤 상관관계로 맞물려 돌아가는지 어렴풋이 보일 것이다. 적절한 밝기의 사진이 없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다시 찍으면 되니까 말이다.

세 가지 요소를 조절하는 데 있어서 어느 것을 우선으로 둬야 할지, 어떤 값을 먼저 정할지. 그것은 촬영자의 몫이다. (음... 다소 외로울 수는 있지만....^^) 피사체가 움직임이 없다면 셔터스피드 값은 자유롭다. 조리개는 사진의 심도(깊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점이 맞은 피사체와 그 외 놓아두어야 할 피사체들의 구분이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표현하기 쉬워진다.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할 때 / UK, 2018


적절할 밝기, 노출은 기계가 측정해주는 것 이상 촬영자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것 하나 만으로 촬영자의 메시지가 더 단순해지고 나아가서 명확해질 수 있다고 본다.

기술적인 부분은 꾸준하게 본인 노력에 의해서 가능한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지만... 그 이상.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의 사진, 자신만의 사진이 만들어질 수 있다.

모든 사진이 기계가 측정해주는 적정노출에 근접할 필요도 없고 모든 사진이 밝을 필요도 없다. 어두운 사진이라고 해사 폄하할 필요도 없고, 적정노출을 잘 맞췄다고 해서 박수를 보낼 필요도 없다. 밝음을 표현하기 위해 어두움이 필요하고 어두움을 표현하기 위해 밝음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촬영자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기를 바란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 녀석들이 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나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면 어두운 것이 뭐가 문제인가? / Seoul, 2018

노출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아라. 오버도 좋고 노출 부족도 좋다. 일단 시도해보고, 실험해보고... 그 이후에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하자. 그 시도나 실험조차 없다면 단헌컨데 당신의 카메라는 조만간 장롱행이다.

단순해 보여도 절대 쉽지 않다. 쉬우면 이런 글 쓰지도 않았다. 그 벽을 넘느냐? 못 넘느냐? 백지 한 장 차일 일지라도 넘어본 사람의 희열을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른다. 알 수가 없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찍고, 다시보자. 그 반복이 당신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 Seoul, 2018

사진에서의 노출은 행위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 책으로 동영상으로 말로... 얻어진 지식만으로 절대 드러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움직이자. 눈이던, 손가락이던, 몸이던, 팔이던,  다리던... 그렇게 움직이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고 표현되는 노출이...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노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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