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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Dec 25. 2018

낯선 공명, 온라인 사진전을 열다 #1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69


"결핍에 대하여"


사진에 대하여 사적으로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2018년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온라인 개인 사진전을 소개한다. 온라인 사진 전시는 아래 링크, 포스터를 통해 방문하시면 된다.


www.beyondframe.net


지난해까지 단지 사진가로서 관망하는 시점이었다면, 올해는 도시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결핍'을 보듬는 작업은 진행했다. 이번 포스팅은 전시 서문, 작업 노트를 담고 향후 각 6개의 테마 와 에필로그까지의 과정을 8편에 걸쳐서 연재해볼까 한다. 실제 사진전에는 각 사진의 제목 및 설명을 제거했지만, 이 포스팅 자체가 전시를 대체하기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사진과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될 듯하여 각 사진에 의도된 타이틀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https://www.beyondframe.net

Prologue : 오! 나의 도시, 우리의 결핍을 떠안다


나의 도시는 사람들의 결핍을 바라본다. 그들의 시간이 거대한 공간을 스치며 구석구석 낯선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나의 사유와 관점은 '후경'에서 출발하여 '전경'으로 다가간다. 관망의 시점, 때로는 카메라와의 거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침투, 치열하게 추적하고 유도한다.


낯설게 다가가기, London 2018


이 작업이 도시의 진실을 파헤치고 거대한 사회,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런 흔적이 이 공간에 남아있는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그것이 구성되는지? 시각적으로 표현된 내재적 요소와 의미는 무엇인지? '낯선 공명' 전시는 세 개의 축을 통하여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지극히 사적인 메시지와 이야기를 선보인다. 각 축의 균형 혹은 불균형, 동적 혹은 정적, 조화 혹은 부조화 등 상반된 의미도 고려하여 프레임을 채운다. 정서적 혹은 시각적 의미의 긴장감,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끝의 감각, 그리고 조각난 시간의 흐름에 대한 상상, 예측 그리고 기억에 의지하며 한 컷씩 시간을 조각낸다. 


희망의 끝자락, Seoul 2018


그렇게 남겨진 사진 속 여러 '단서'들은 교감하고 충돌하고 탐닉의 과정을 통해 비어있는 결핍을 넘기 위해 춤을 춘다. 크기와 방향, 간혹 가상의 목소리와 소리로, 색상으로, 형태로, 밝음과 어두움들이 모여 조각난 도시의 다큐멘터리에 한 걸음씩 도달한다.


"THINGS LEFT에서 낯선 공명까지"


2018년 10월 1일, 내 머리와 가슴오랜 시간 묵혀 두었던 상처와 결핍의 시간을 망각하고자 'THINGS LEFT'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오픈한다. 망각에 도달했는가? 모르겠다. 단지 스물다섯 장의 사진, 3년간의 기록을 통해 미비하지만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본 전시 '낯선 공명'의 시점은 나를 다시 1년 전의 기억으로 되돌린다. 주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리뷰하고 정리하고 압축했다. '결핍'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그리고 타인과 나의 도시로부터 느껴진 결핍의 찰나를 가상의 세계에서나마 몇 걸음 더 불쑥 넘어보려고 한다.


올해로 네 번째인 온라인 전시에서는 여섯 개의 테마로 구성했다.


01. 눈먼 판타지

02. 남겨진 결핍의 단서

03. 불사(不死)의 거리

04. 간과된 규칙

05. 타인이라는 벽

06. 귀인(貴人)은 웃는다


"남겨진 시간의 조각을 위하여"


온라인, 오프라인 관계없이 시라는 이벤트의 주인공은 ''가 아니다. 내 사진과 사진 속 '인물', 눈에 보이지도 않을 거리의 '재'들, 프레임 안에 남겨진 모든 '시간의 조각'들이다. 그 프레임을 가득 채워준 모든 만물에 아낌없는 찬사를 부탁드린다.


내 프레임의 모든 만물에 경의를... London, 2018


전시를 오픈할 때마다 몇 분들에게 성함을 말씀드리며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올해는 그것 조차 넘어볼까 한다. 시상식에서 뛰어난 성과로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감사 인사가... 진부하고 형식적인 수상 소감 문법을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저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이 한마디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거리의 지휘자, Seoul 2018


"결핍과 함께 살아내기"


누구나 결핍과 함께 살아간다. 사각 프레임에 담긴 타인, 그것을 바라보는 많은 분들의 빈틈을 보듬어 보기로 한다. 그리고 나 자신 스스로의 부족함까지도. 사진은 전시를 하는 순간 내손을 떠나 여러분의 것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모든 사진에 '제목'과 일부 '노트'를 붙였지만 결국 전부 제거했다. 제목과 설명은 '생각의 틀'을 고정시킨다. 그것은 사진 개별, 사진과 사진들의 연결 고리를 자유롭게 상상, 감상하는데 '제약' 혹은 '한정'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불친절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한 미천한 사진가로서의 배려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여러분들의 자유롭고 감성적인 감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으로부터 피어난 당신의 느낌과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당신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면 촬영자의 관점으로 그것을 포용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그리고 내손을 떠난 사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여는 글을 뒤로하고 내가 렌즈를 통해 바라보았던 도시의 낯선 공명의 시간들을 사진으로부터 구석구석 즐겁고 새롭게 발견하고 해석해주길 바란다. 다음 포스팅은 본격적으로 첫 번째 테마 '눈먼 판타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나와 내 사진, 우리의 미래와 엔딩이 궁금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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