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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Dec 30. 2018

낯선 공명, 온라인 사진전을 열다 #2

그래봤자, 직딩의 사진 #070

"결핍에 대하여, 두 번째 포스팅"


오늘은 두 번째 포스팅으로 첫 번째 테마인 '눈먼 판타지'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진에 대하여 사적으로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2018년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온라인 개인 사진전을 소개한다. 온라인 사진 전시는 아래 링크, 포스터를 통해 방문하시면 된다.


www.beyondframe.net


지난해까지 단지 사진가로서 관망하는 시점이었다면, 올해는 도시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결핍'을 보듬는 작업은 진행했다. 이번 포스팅은 전시 서문, 작업 노트를 담고 향후 각 6개의 테마와 에필로그까지의 과정을 8편에 걸쳐서 연재해볼까 한다. 실제 사진전에는 관람하시는 분들에게 고정관념이 생길 것을 고려하여 각 사진의 제목 및 설명을 제거했지만, 이 포스팅 자체가 전시를 대체하기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사진과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될 듯하여 각 사진에 의도된 타이틀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The Darkest Mind, London 2018



테마 1 : 눈먼 판타지 / Blind Fantasy


"테마 작업 노트"


여러분의 일상,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까? 하루, 한 달, 1년, 10년...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풍경과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어느 날, 카메라의 힘을 빌어 내가 기억할 수 없는 시간을 평생 기록하기로 다짐한다. 프레임에 담긴 그들은 앞으로 다시 볼 수 없는 순간적 관계의 사람들. 미래에 다시 만난다면 그것은 지독한 우연이거나 정말 인연일지 모르는 사람들.


웃는 남자 / The smile man, Paris 2018


한쪽 눈을 감고 희미하게 꿈을 꾼다. 그들의 이야기를 판타지 한 장면에 슬그머니 녹여낸다. 비 현실적 이미지들이 살아 숨 쉬고 셀 수 없는 흔적들은 프레임 안에서 춤을 춘다. 셔터를 눌러본다.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 나의 눈과 뇌는 끊임없이 다음의 판타지를 열망한다. 지금 눈 앞의 시간을 남기지만, 남겨진 이야기의 조각들은 시공을 초월하기를...


"나에게 가치 있는 대상, 환경들"


자신의 주변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늘 함께 하는 것도 있고 순간 스쳐가는 것도 있다. 기록의 의미는 사라질 것 혹은 변해가는 것을 예측해서 현재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 혹자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 가족이 중요하지 길거리에 휙~ 지나가는 행인,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뭐가 중요한가요?"


Return to Red, Seoul 2018


내 대답은 이렇다.


"중요한 것에만 가치를 두고 싶진 않아요. 매우 사소한 것이라도 사적으로 가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너무도 많이 있다고 믿습니다."



"일상에서의 판타지"


현실을 한 장의 이미지로 담고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끼지는 사진이 많아  보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곤 한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판타지에 심취하고 있는 내 기억에 기인한 것일까?

마리아의 창백한 피, Seoul 2018


당신이 쉽게 '일상' 혹은 '흔한 것'이라고 치부하는 순간 그 시간과 공간의 가치를 잃게 된다. 본인과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 해버 리거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행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각을 사진에 담아..."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담는다고는 하지만, 담고 싶은 대로 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더 정확하다. 교과서 같은 정의를 빌리자면 사진 작업은 창의적인 작업이라는 말이다. 결국 사진의 문제는 어떤 피사체를 담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피사체만을 쫒다 보면 그 피사체는 당신에게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게 된다. 카메라를 손에 든 당신의 '생각', '비전' 그리고 '의도'를 갖는 것이 가장 처음 고민해야 될 사진의 문제다. 왜 지금 셔터를 누르려고 하는지? 그 고민의 과정이 사진의 시작이고 끝이다. 피사체를 담는 것이 아니라... 피사체를 통해 당신의 생각을 담는 것. 그것이 지금 사진에 대해 고민하는 당신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폴터가이스트, Paris 2018
낯선 괴물과 마주하다. London 2018

나의 첫 번째 테마는 평범한 도시, 내 주변에 녹아 있는 '판타지'다. 어쩌면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고 나만 발견할 수 있는 순간 일지도 모른다. 눈앞의 이미지를 렌즈를 통해 복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 이야기를 그려내겠다는 신념 같은 것이 나를 일깨우고 낯선 이미지들을 생산한다. 셔터를 누르는 매 순간마다...

어디에서, 언제, 누구를 찍던 낯설고 기이한 장면을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떤 이의 관점에서 보면 가볍고 의미 없고 깊이도 없고 순간순간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미지, 겉모습만 화려하게 남아버린 일종의 '살롱 사진' 같은 것이라고 폄하 할지도 모르겠다. 뭐 그러면 어떤가? 세상 모든 사진이 '이. 래. 야. 돼.' 하는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카메라를 든 당신, 여러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라.


당신은 왜 이 장면을 보여주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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