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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Dec 23. 2019

다섯 번째 온라인 사진전을 열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74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걷다, 어느 순간부터 피사체가 아닌 나를 바라보게 된다. 아니 좀 더 정확한 단어를 쓰면 '느끼게'된다. 십수 년을 매일 걸어 익숙할 만도 되었는데 낯선 풍경을 마주하다 보면 마치 그동안 몰랐던 나를 거울에 비추어보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재미 삼아 시작한 온라인 전시가 벌써 다섯 해를 맞이한다. 1년 작업을 통째로 복습하는 단계다.


www.beyondframe.net


사진을 전시한다는 것은 찍는 자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이벤트이다. 좋은 갤러리를 대관 (혹은 초대) 하여 멋지게 인화하고 깔끔한 벽에 액자와 함께 걸고 근사한 오프닝으로 사람들과 사진이야기하는 것. 보통 그런 행사가 전시이고 나 또한 개인전 그룹전을 여러 번 경험해 보았다. 연말에 온라인 전시를 몇 번 하면서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많은 고민 없이 즐겁게 죽기 전까지 할 수 있겠다!


앞으로 30~40회(내 나이 계산해보는 사람...보임 ㅋ)는 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본인이 찍은 사진 꽁꽁 숨겨두고 묵혀두고 시대 조류와 흐름에 맞춰서 야금야금 내놓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한 번에 수십수백 장 왕창! 내놓는 것도 신나지 않는가 말이다. 내가 찍는 거리 사진이 엄청난 예술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상을 수시로 남기는 것인데... 이 스타일이 이 장르에게는 더 적합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갤러리 전시를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올해의 내 사진의 주제는 '숨,'이다. 숨의 의미를 길 위에서 스친 분들로부터 발견해보기도 하고 내 숨소리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간단히 적은 작업 노트와 표는 아니지만 몇 을 포스팅한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브런치에 씨리즈별로 소개할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시간 되시면 위에 링크를 통해 방문해주시면 무지 행복할 듯하다.


작업노트


한 달간 작성한 이 전시의 작업 노트, 섹션 노트를 모두 버렸다. 단어, 문장 하나하나가 사진의 목소리를 추월했다. 무엇보다 겉만 번지르르한 가식, 거짓말에 대한 역겨움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눈 앞의 사람들을 철저하게 '대상'으로 삼아 숨 쉬듯 마구 어댔다. 따가운 눈총과 항의는 끝이 없었다. 사과와 양해 혹은 충돌의 횟수도 과거에 비해 몇 배는 늘었다. 끓어오르는 욕망에 기인하여  코 앞까지 근접한 채 셔터를 눌러댄 나의 '업보'라고 생각하자. 내가 미친 것이니 어쩌겠는가? 다가가지 않으면 '작은 숨소리'조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이 나의 사진인 것을...

무섭다. 올 해의 작업은 처절하게 답답하고 암울하다. 소름 끼칠 정도로 무겁고 을씨년스럽다. 계산된 프레임에서의 그럴싸한 장면, 행인들의 웃는 모습 조차 정리해 보니 그 또한 아름다움,  밝음, 상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Mea culpa / 자책


거리의 시각적 미사여구에서 답을 찾으려 했던 나를 자책한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무지함을 타파한다. 무례함이 이미지의 중심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도시와 피사체에 대한 오만방자함을 날것 그대로 보여드린다. 사진은 '멋들어진 서사'를 필요로 한다는 믿음을 완전히 버린 후 내가 카메라를 움켜쥔 '이유'에 비로소 자유로움이 깃든다. 그리고 '답'이 향하지 않았던 수많은 다른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 나의 사진 과정은 '의심' 혹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다. 이따위 질문들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이 내 사진이다.



"잔혹하리만치 암울한 일상을 살아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곳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무거운 숨소리는 진실인가?"

"당신이 살아 숨 쉬는 세계도 이것과 같은가?"



다섯 묶음으로 정리한 201Q 도시, 사람들의 숨소리와 미약하게나마 보일지도 모르는 나의 숨소리를 '클릭' 혹은 '터치'와 함께 즐기시라. 내 프레임에 걸친 모든 피사체, 내가 알고 나를 아는 친구와 지인들, 그리고 나를 알고 싶은 미래의 동지들에게 198장의 각양각색 숨소리가 감사 인사를 대신하기를...


201Q, 12, 1Q / 시간의 조각을 남기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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