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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l 07. 2016

사진, 미치도록 간결한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11

사진에서 덜어 내는 얘기를 할까 한다.

여기 우리가 촬영한 사진 한장이 있다고 하자. 매우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를 수준을 '1점'이라 하고, 백지에 의미 있는 점(화룡점정?)을 찍는 단순함 극치의 수준을 '100점'이라고 할 때 이 사진은 몇 점 정도 얻을 수 있을까?


대... 대략... 15점? ^^


인간이라는 동물이 더하기(+)는 관대해도 빼기(-)는 대단히 인색한 동물이라서 그런가 보다. 아마도 욕심 때문일 거다. 본능적으로 갖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할까... 간결한 사진이 왜 좋은지 관람자의 입장에서 먼저 얘기해보자.


1. 시선을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집중시킨다.

2. 하나의  메시지는 서너 개의 메시지보다 이해가 쉽다.

3.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진가와 관람자 간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쉽게 '인물 사진'을 예로 들어볼까? 얼굴에서 가장 시선이 끄는 부분이 어디일까? 코? 귀? 입? 물론 여기에서도 정답은 없고 인물 생김새의 특징에 따라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래! 눈이다!


'눈'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고 군더더기를 제거하면 가장 깔끔하고 간결한 인물 사진이 탄생한다. 이때 눈을 좀 더 강조하고 다른 부분을 흐릿하게 표현하기 위해 조리개를 개방하고 렌즈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얕은 심도로 담는다. 85mm 화각이 인물에 좋다고 하는데 렌즈의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50mm면 어떻고 35mm면 어떤가? 화각이 좁을수록(망원으로 갈수록) 심도 표현에 유리하다. 정도만 이해하고 여러분이 담고 싶은 비전에 집중하자.

모델 조은진씨 / 2016 P&I 니콘 스튜디오에서


피사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하나에 집중하고 다른 부분은 슬그머니 풀어버리면 강조된 부분이 더욱 빛을 발하고 간결해진다. 단지 '눈'에 집중하는 것은 인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많은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지, 절대적으로 '눈'이 완벽한 해결책이 아님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모델 조은진씨 / 2016 P&I 니콘 스튜디오에서


본격적으로 간결한 사진을 촬영하는 몇 가지 '나만의 단서'를 소개한다. 단서라고 정의한 이유는 답을 찾기 위한 힌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러분의 사진과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완벽하게 틀린 단서 일 수도 있다.


자른다(버린다)


프레임의 크롭(Crop)이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트리밍'이라고 불렸던 것 같다. 화면의 외곽의 일부를 이미지를 제거하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느낌이 탄생되고는 한다. 물론 아주 가끔씩~ ^^

원본 사진은 우측에 풀잎이 더 있었다. 그 부분을 버리고 하나의 풀잎만 남김으로 인해 좀 더 정갈하고 단순한 이미지가 되었다.

Can you see me? / 풀잎 하나가 수면에 반영된 모습


수평과 수직의  대비


수면의 흐름이 좌측에서부터 우측으로 흐르는 가운데 날씬한 백로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시선을 고정한 채 발검음을 옮긴다. 수평과 수직을 적절하게 대비시킴으로 인해 백로의 모습이 좀 더 생동감 있게 살아난다. 만약 수직으로 자라는 풀잎이나 나무가 배경이었으면 이렇게 간결한 구도의 이미지가 나왔을까?

탐색전 / 집주변 성내천에 서식하는 백로한마리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의 대비


부드러운 수초들의 반영, 잔잔하게 흐른 물결이 배경으로 아우러지고 다소 날카로운 바위 하나가 수면 위로 고개를 든다. 배경의 부드러움을 더 드러내기 위해 장노출(셔터를 열고 오래 지속하는 방법)로 담았다.

Flow / 흐르는 냇물 처럼 , 유유히


극적인 면 분할


(맥크리~^^) 석양이 진다. 그것을 배경으로 여자 친구를 위해 셔터를 누르는 한 남자. 역광이기 때문에 피사체의 디테일은 어둠에 감춰지고 어렴풋이 실루엣으로만 표현된다. 반면 맑은 하늘에 노을 색감을 반영한 구름과 하늘색으로 선명함을 더한다. 구도에 있어서 언덕의 형상이 사선의 각도로 화면을 가른다. 우측 구름이 왼쪽으로 너무 치우친 공간의 무게중심을 살짝 보완해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이러한 대비와 극적인 구도로 간결한 사진이 되었다.

2015, 청춘 / 올림픽 공원의 연인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간다


피사체까지 얼마큼 다가갈 수 있을까?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여러 단서들 중 가장 생각이 많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장면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피사체와 카메라 센서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안 담겨야 하는데 담겼다면 추후에  크롭의 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담겨야 하는데 담기지 않았다면 그 사진을 획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부분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피사체에 다가갈수록 화면의 주변 오브젝트들은 점점 사라지고 담고자 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담고자 하는 오브젝트가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계를 만날 때까지 피사체에 다가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가갈수록 강조하고 싶은 소재는 강조될 것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프레임을 빠져나갈 것이다.

오랜만에 비온뒤 / 장마철 이라는데 비를 기다려야 하는 이상한 현상...

'멋진 사진'은 사진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의 '열망'이다. '멋진'의 기준이 모두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그 기준 중에 '간결한', '단순한(Simple)' 등의 형용사도 포함되리라 믿어도 좋다. "단순한 메시지일수록 강력하다."라는 명제를 여러분의 사진을 통해 느껴보시길


Sim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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