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13
디지털카메라가 일반에게 보급된 시기도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내가 디카(3.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들어가는 녀석)라는 것을 1998년 즈음 처음 사용해본 기억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1826년 최초의 인화된 흑백 사진이 등장했고 1861년 최초의 컬러사진이 등장했다. (출처 : https://ko.m.wikipedia.org/wiki/사진기) 거의 250년 전 으로부터 지금까지 전체 사진의 역사를 기준으로 최근 십여 년이 가장 변화의 폭이 컸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이것을 겪고 있는 것 아닐까?
과도기
나는 10년 전 모 사진 커뮤니티에 "포토샵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니?"라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의 명대사 “거기도 그럽니까? 돈 있고 빽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 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뭔가 달라져 있겠죠?” 실제 드라마 상 그의 심경과 비견할 만한 정도의 상황은 결코 아니지만, 10년 전 비슷한 의미의 질문을 10년 후 나에게 던지고 싶다. "10년 후에는 사진에 대한 '편견'이나 '고집'이 없어지고 (후) 보정에 대한 관대함이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을까?"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바뀐 시각은 없다고 느껴진다. 여전히 후보정에 대한 까칠한 시각들은 그때보다 미세하게 줄었을지는 몰라도 대중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듯 하다. 다만 사진을 취미로 즐기는 인구가 늘다 보니 양적인 팽창으로 인해 관점의 다양함은 존재하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랄까.
사진은 과정이다
우선, 후보정에 '후'자를 빼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후(Post)'라는 단어로 인해 꼭 필요한 과정인데도 마치 불필요한 과정을 초월(Over) 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셔터를 누르면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셔터의 스피드', '조리개의 범위' 그리고 '감도' 등의 수치에 따라 일정한 '양'과 '질'로 이미지 센서에 비치고 이것을 디지털화해서 각종 포맷(JPG, TIF, RAW 등)에 맞게 데이터 형태로 메모리에 담긴다.
필름 카메라의 경우 현상(Development)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메모리에 담긴 데이터는 과연 그 과정이 필요 없는 것일까?
절대 그럴 리가 없다. 필름이 CMOS 혹은 CCD로 바뀌었다고 해도, 그 과정이 없다니! 말이 안 된다고 본다.
보정은 디지털 '현상'의 과정이다
1. RAW로 촬영했을 경우에는 별도 PC 프로그램을 통해 반드시 '현상' 해야 이미지로 볼 수 있다.
2. 그 외 포맷(JPG 등)은 '디지털 현상'의 과정이 카메라에 좋은 알고리즘과 프로세싱으로 '내장'되어있다. WB(캘빈 값)부터 각종 스타일 설정, 최종 압축 과정 등 카메라 센서에 담긴 빛을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과정에서 카메라 설정에 맞게 적절하게 디지털 '현상' 과정을 통해 메모리에 저장된다.
석양의 이미지를 '일몰' 스타일로 설정하고, JPG로 저장하면 따뜻하고 강렬한 적색과 오렌지 Tone의 발색과 부드러움이 매우 올라간다. 같은 장면을 Standard와 비교해서 촬영해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이 경우 Standard로 현상한 이미지가 탁하게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에 채도, 콘트라스트, 샤프니스 등 수치까지 보다 조금 더 정교하게 촬영 전에 '컨트롤' 할 수 있다.
추가로 '무보정'에 대한 견해를 하나 말씀드린다. 이렇게 메모리에 담기는 순간 카메라가 '보정'을 끝내고 이미 현상이 완료시킨 사진인데, 보정의 과정은 무시하고 커뮤니티에 이렇게 포스팅하는 분들이 아주 가끔 있다.
무보정 / 리사이즈
하지만, 정확히 기술하려면 이렇게 써야 마땅하다고 본다.
보정은 카메라가 리사이즈는 PC로~^^
그렇다고 내가 무보정으로 올리신 사진을 폄하하거나 놀리는 것으로 오해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정확한 카메리의 이미지 프로세싱을 이해한다면 '무보정'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보정을 했는지 안 했는지..." 뭐가 그리 중요한가? 잘 찍은 좋은 사진이면 굳이 이렇게 '사족'달지 않아도 칭찬하고 손뼉 치고 추천하는 정도의 '성숙된 문화'는 과거에 비해 많이 형성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RAW 포맷은 카메라에 내장된 보정 설정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양의 디지털 정보가 포함되어있다. 내가 사용하는 Sony A7R II의 경우 RAW(압축 기준)의 용량은 '42MB' 정도이다. 카메라가 할 수 없는 수준의 정교한 디지털 '현상'의 과정을 맛볼 수 있는 카메라 브랜드 별 고유의 포맷이다. 아마도 모든 '후보정 논란'의 근원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했으리라.
RAW로부터
좀 더 들여다보면 그중에서도 '카메라가 할 수 없는'이라는 단서가 '핵 중의 핵'이라고...
1. 찍고 나서 자동으로 카메라가 할 수 있는 현상 설정대로 따를 것이냐?
2. 카메라가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손을 대면서 현상할 것이냐?
두 가지 중요한 선택권이 사용자에게 주어진다. 논란의 시작은 1번을 주로 하시는 분들은 2번을 과도한 후보정이라 폄하하고, 2번을 주로 하시는 분들은 1번을 하시는 분들에게 컴퓨터 공부해라. JPG는 손실 압축, RAW 최고다. 와 같은 뉘앙스로 서로가 서로를 헐뜯거나 무시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물론 '떡보정'이라는 단어로 솔직한 보정 과정을 유희적으로 표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결국 사진의 디지털 '현상 와 과정'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파도'였다면 그 파도를 일으키는 거대한 '바람'은
사진에 대한 편견, 즉 사진가의 태도였다
서로를 잘 인정해주지 않는 것. 자기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이기심. 상대편을 낮추면 내가 올라갈 것 같은 자존심. 난 여전히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전통을 지키는 장인과 같은 사진가의 마음. 등 우리의 태도는 이렇게 확고했다. 이런 논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글의 초반에 말씀드린 과도기 이기 때문이기는 해도 보정할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는 내 모습이 솔직히 찌질해 보이기도 하다. 과거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고...
카메라는 도구
과거로부터 많은 발전을 해왔고, 점점 사진가가 표현할 수 있는 완성도와 정교함은 계속 상승 중이다. 사진 찍는 분들(취미로 하거나 프로로 하거나 상관없이)께서는 그 도구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 '관대함'을 보여주면 좋겠다.
얼마 전, 내가 그토록 존경하는 스티브 맥커리 작가님의 포토샵 논란을 보면서 다는 다행이라고 느꼈다. 그분을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보도사진에 가까운 사진일지라도 보정의 범위를 한층 넓혀주셨으니 말이다. ^^ 사진의 속성이 '미학'이라는 부분을 포함하기 때문에 사진의 메시지를 '왜곡'시키거나 '거짓말'이 아닌 수준에서의 보정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선이 악이 되고, 강자가 약자가 되고, 거짓의 스토리를 담는... 그런 사진은 설혹 '예술'의 범주까지 확장하더라도 거짓은 거짓일 뿐이다.
I have a dream
어느 날, 나처럼 디지털 픽셀들을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가지고 노는 것. 그 디지털 '현상' 과정 자체를 즐기는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의 사진들도 다른 관점의 사진들과 어깨동무하고 같이 놀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사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시절, 10년 전 장문의 나의 글을 링크하는 것으로 오늘은 마무리한다. 진짜, 매우, 엄청 부끄럽지만 용기를 냈다. ^^
포토샵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니? (2006,6,17)
보정에 대한 글은 다음회에 이어진다. 하나의 주제를 담은 사진과 그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디지털 '현상'의 과정이 이루어지는지 설명드릴까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