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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l 13. 2016

사진, 보정을 말하다 (2/2)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14


시각소자는 웃는다


'필름'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그 필름의 크기와 같은 혹은 조금 작은 시각 소자(이미지 센서의 의미, 공각 기동대 SAC 1기 4화의 제목에서 발췌)가 미소를 띄며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에 필름을 대신하는 역할 중 하나로 '디지털 현상'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씀드렸다. 디지털 현상의 과정은 필카시절의 필름 현상 과정과 다를 바 없고 디카로 사진을 촬영하면 카메라가 하든, 사람이 하든 꼭 해야될 필수 과정이다.

약속 드린대로 RAW로 촬영한 이미지를 정교하게 디지털 '현상'하는 과정을 설명드리고자한다. 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범용성이 우수한 Adobe Lightroom CC 이다.


얼마전 양수리에서 새벽에 촬영을 하는 중 물가에서 뭔가 작업을 하시는 할머니 한분을 만났다. 검은 비닐봉지에 무엇을 계속 넣으시길래 여쭤보니 '소라'를 줍는다고 하셨다. 수질이 매우 나빠서 건강 상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잘 씻고 익혀 먹으면 괜찮다고 하시는 것 보니, 자주 나오시는듯. 잠깐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몇 컷 담아보았다.

처음 할머니를 발견했을 때 솔직하게 소름이 돋았다. 멀리서 뭔가 물가에서 움직이고, 사람같기는 한데 허리가 90도이상 꺽인 채 흐느적 흐느적 움직이는 것이 공포심이 덜컥 다가왔다. 비록 흐린날로 인해 광원이 부드러워 섬뜩한 장면의 연출은 다소 힘들겠지만 처음 느꼈던 감정이 살아날 수 있게 보정을 시도해 보자. 그렇다고 할머니를 무서운 귀신처럼 묘사하는 악의적인 의도는 절대 없다. 평소에 보기 어려운 낯선 인물과 장마 이후 어지럽게 훼손된 물가의 분위기를 적절하게 대비시켜 표현하려고 한다.


사진의 선정
라이트룸 CC / RAW(혹은 다른 이미지포멧도 가능) Import 과정

좋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 못지 않게 좋은 사진을 선별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러사진을 리뷰하고 촛점이 잘 맞았는지 주제표현에 적절한 구도가 되었는지, 노출은 적절한지 등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컷 '하나'를 선정한다. 애매한 상황이라면 2~3장도 괜찮지만 집중을 위해서 나는 보통 1장을 선택하는 편이다.

라이트룸은 사진관리 만으로도 최고의 도구이다. 데이터의 양도 원본 RAW 폴더의 위치를 기억하고 적은 데이터의 양으로 라이트룸 수정 값을 기억한다. 물론 수정되는 히스토리까지 모두 기록하고 언제든지 중간지점으로 옮길 수 있어서 그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RAW / 촬영시 설정 값을 반영해서 시작할 수도 있고, 완전히 백지 상태의 설정값으로 부터 시작할 도 있다.


렌즈의 특성을 보완한다
렌즈 프로파일 적용 후 (적용한 거 맞음? ^^)

아무리 좋은 렌즈라도 단점은 있다. 렌즈 프로파일을 통해 소소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진의 바깥방향으로 갈수록 렌즈의 미세한 굴절 현상으로 인해 왜곡(distorsion)이 발생 한다. 각 렌즈마다 특별한 수치를 가지고 있는데 그 값을 역 이용하여 반듯하게 만들어 준다.


노출 보정, 계조를 살려낸다
노출은 가끔 답없는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눈으로는 죽은 것처럼 보이는 픽셀의 단계(계조)를 살려낼 수 있다. 노출의 기본은 '하얀것은 하얗게, 검은 것은 검게'이다. 라이트룸은 계조에 대해서 네가지 그룹으로 구분하여 관리한다. Highlights, Shadows, Whites, Blacks. 이 그룹들의 단계를 넓히고 좁혀 비율을 조절하게 된다. 히스토그램을 보면 어두운 단계를 밝은 쪽으로 넓이게 되면 암부가 점점 살아나게 된다. 대신 노이즈가 증가하여 지저분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반대로 밝은 쪽을 어둡게 조절하면 화이트홀(RGB값이 255,255,255에 아주 근접한 색들이 일정 면적에 칠해지는 현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노출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팁을 하나 말씀드리면 어두운 영역보다 밝은 영역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또한 어두운 영역은 불필요한 노이즈가 발생활 확율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사진은 밝게 찍는 것이 좋다. 노출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더 자세히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주요 피사체를 강조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시선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다

이사진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어야하는 피사체는 할머니. 그래서 마스크를 이용하여 할머니의 상반신 부분의 밝기와 컨트라스트 및 채도를 아주 미세하게 조절하여 아주 살짝 도드라져보이게 만든다. "뭐가 바뀐거지?" 감이 안잡히는 분들은 화면 스크롤을 통해서 입고 계신 옷의 밝기와 채도, 머리카락 디테일 그리고 얼굴의 색감을 이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눈치 채실 수 있다.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화면의 일부의 밝기를 손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 바로 어색해진다. 여기서 광원은 태양광 하나이고 할머니만 비추는 광원이 별도로 없는데 그것을 보정으로 살짝 시뮬레이션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밝아도 안되고 어두워도 안되고 어색하지 않는 적정 수준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이단계의 사진은 다섯 번 정도 반복해서 계속 수정한 결과이다.


노이즈를 컨트롤 한다
대부분 리사이즈 하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노이즈는 말그대로 없으면 좋은 것이다.

구름에 가린 태양광이라서 골고루 잘 비추고 있고  감도(ISO) 100이기 때문에 노이즈가 거의 없다. 어두운 영역에 살짝 있는데 이정도면 그냥 두어도 되고 신경쓰인다고 생각하면 노이즈를 줄이는 옵션으로 줄이면 된다. 이것 역시 과할 경우 디테일이 뭉개진다. 아주 조심해서 사용해야하고 리사이즈을 통해 디치털 이미지로 남겨둘 때 보더 것보다 인화지로 인화 할 때 굉장히 신경써야할 부분이다.


색감과 디테일의 변화를 준다
과해도, 모자라도 안된다

이 과정은 '미학', '색채학'과 같은 학문 예술 관련된 학문들과 연관이 깊은 부분이다. '낮설고 소름이 돋는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 있어서 초현실적인 느낌, 유화 같은 느낌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컬러의 단계와 단계 사이를 더 명료하게 구분시켜주는 Clarity 설정값을 올리고, 채도를 낮춰 전반적으로 저채도의 이미지가 되었다.  

 

구도와 균형을 맞춘다
크롭 과정은 보정에 있어서 일종의 화룡점정과 같이 느껴질 때가 많이 있다

화면의 수평을 맞춘다. 멀리 보이는 강물의 경계선을 수평으로 맞춘다. 그리고 외곽을 크롭하여 사진 내 중요한 소재에 시선을 집중 시킨다. 프레임 상단 하늘비어있는 영역을 줄이기 위해 사진의 비율을 3:2 에서 16:10 으로 조절하였다. 그리고 좌측에 쓰러져 있는 나무 가지 부분이 디테일이 너무 과도 한 것 같아 크롭하였다. 마지막으로 구도가 정리된 사진에 색감을 미세하게 튜닝한다. 이 과정에서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수정되고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90 퍼센트 정도가 완성된다. 색감의 마감은 주로 Split Toning 설정을 이용한다. 하이라이트 부분와 쉐도우 영역에 미세한 색감을 부여한다. 보색 계통(따뜻한 VS 차가운)을 사용하면 색감이 풍부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복기 및 마무리
Start
End

바둑 수준의 복기는 아니지만, 처음 사진으로 부터 마지막까지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어색한 부분이나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다. 바둑은 절대 돌이킬 수 없지만, 라이트룸의 보정은 완벽하게 돌이킬 수 있다. 물론 촬영전으로 까지 돌이킬수는 없지만. 거의 흑백에 가까운 느낌으로 보정된 상태이고, 주요 피사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외곽부분을 어둡게 눌러줄 수 있는 비네팅을 추가한다. 물론 렌즈 기준으로 하면 안되고 크롭된 이미지의 비율 기준으로 설정해야 사진이 자연스러워 진다. 처음의 사진(Start)과 마지막(End) 사진을 비교하면서 얼만큼 내가 원하는 느낌이 투영되었는지 자기 반성도 하고, 스스로 흡족해 하기도 하고...그렇다. 최종 이미지는 적당한 크기로 리사이즈하고 필요한 사이트에 업로드 하거나, 인화가 필요하면 인화 혹은 인쇄을 위한 보정 (거의 1:1로 확대하고 매우 세심한 디테일 작업이 필요)을 더 거치게 된다. 올해 초부터 한 청소년 잡지에 매월 두 장의 사진과 짧은 작업노트를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 두번 이후 마지막이 될듯해 아쉽다. 그 처럼 인쇄를 목적으로 하는 이미지는 좀더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정도의 단계가 내 보정의 과정이다. 촬영한 사진에 따라서 한없이 길어지는 단계가 있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디지털 현상의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한가지는 끊이 없이 생각과 의사 결정을 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완벽한 만능 세팅 값은 없다. 당연히 사진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기 때문에 사진 한장씩 심혈을 기울여 설정 값들을 수정 해간다. 설혹 그 과정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노력이 수반되더라도 메시지를 담는데 실패할 경우 과감하게 버린다. 그리고 빨리 잊는다.

2회에 걸쳐 사진의 '보정'에 대한 나의 생각과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어떤 분께서는 포토샵을 사용하기도 하고, 각 카메라 브렌드에 맞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 자기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SW도 카메라와 같이 '도구'일 뿐. 손에 잘 맞는 도구가 최고다. 끊임 없는 생각이 수반되는 보정 작업이라면 촬영하는 재미 수준의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다.


이래도 보정과 친해지지 않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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