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의귀인 Aug 29. 2016

우리가 두려워하는 사진에 대한 질문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26

사진 커뮤니티에서 방황하는 그대에게


사진 커뮤니티에 대해 삐딱하고 과격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읽는 분 입장에서는 거북할 수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계실 것 같다. 한쪽으로 치우친 편협한 글로 보일 수도 있겠다. 반면 어떤 분들은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글로 느낄 수도 있다. 이전에 포스팅한 글에 비해 읽는 분에 따라 매우 큰 편차로 해석될만한 소지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발행 버튼을 누르기 전, 많은 고민이 필요했고 끝내 어렵게 용기를 냈다. 그래서인지 장황하게 서두가 길어진 점 양해 말씀 먼저 올린다.

사진 커뮤니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진에 대한 질문들은 대략 이 정도로 정리된다.


멋지네요. 기종이 뭔가요?

쨍하네요. 무슨 렌즈입니까?

색감이 정말 끝내줍니다. 세팅값이 어떻게 되죠?

우와!! 어디서 촬영하신 거죠?


나의 의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왜 우리의 질문은


'어떻게' 그리고 '무엇'


에 머물러 있을까? 왜 사진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을까? 이처럼 사진을 촬영하게 된 주변(?)의 정황에 대한 질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보자.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키운지는 얼마나 되었냐? 씨는 어디에서 샀냐? 비료는 어떤 걸 쓰냐? 가격은 얼마냐? 이 내용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에 대한 얘기와는 커다란 간극이 느껴진다.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진에 대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하는 분은 거의 만나본적이 없다.


이 사진 왜 찍으신 거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요?

중요한 피사체를 왜 가운데 배치 안 하셨나요?

좀 어두운 것 같은데 의도가 있으신 건가요... 노출을 잘못 맞추신 것은 아니지요?

매일 음식 사진을 올리시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요?

수평을 일부러 안 맞추신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을 못하는 혹은 안 하는 이유는 '사진 커뮤니티' 이기 이전에 '커뮤니티'이기 때문 아닐까? 사진을 포스팅한 분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상처(?) 혹은 심적 부담(?)을 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면 스스로 잣대를 들이댄다. 자체 검열(?)을 통해 거르는 것이 '예의'라고 판단해서다. 사진 올린 분이 유명한 '네임회원'이라면 이런 질문을 하신 분들은 타 회원으로부터 '따끔한 질타'도 받을 수 있. "왜 찍었냐고 질문을 해?" "이런! 사진에 사자도 모르는 놈."


아래는 연작이다. 만약 왜 찍으셨어요? 초점이 안 맞는 것 같은데요?라는 질문들이 들어오면 이런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초상권 보호를 위해서 셔터스피드를 살짝 느리게, 그리고 초점을 가능한 강렬한 붉은 벽에 맞추었다. 그리고 우산을 쓰거나 맨몸으로 프레임을 통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걷는 모양새와 속도, 그리고 미세하게 다른 걸음 거리의 패턴(?)을 재미있게 담으려고 했다."고 말이다...

비를 스쳐가는 방법 / 연작
비를 스쳐가는 방법 / 연작
비를 스쳐가는 방법 / 연작
비를 스쳐가는 방법 / 연작
비를 스쳐가는 방법 / 연작

그런데 문제는 이런 종류의 사진을 올리면 댓글 반응이 격렬하게!!! 전혀 없다는 점이다. ^^

한마디로 무플 행진이 이어진다. 꽤나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 사진들 처럼 비 오는 날 고생 끝에 건진 사진이라면 더욱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다. 힘들게 찍은 사진일수록 반응이 없다면 심지어 고독감(?)마저 느낄 수도 있겠다.


사진에 대해 좋은 질문을 열망하다


질문들은 표현이 각각 다르긴 해도 일관성 있게 사진 찍은 분의 '의도'혹은 해당 사진에 대한 작가의 '비전'을 묻고 있다. 아니, 관람객이 작가의 의도를 묻는 게 뭐 어때서? 그것이 진정 잘못된 행동인가를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을 다루거나 즐기는 모임에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자유로울수록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 방법에 있어서 어느 수준의 정중함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위와 같은 질문을 자유롭게 던지고, 답변을 듣고 하는 과정에서 서로 배우고, 알아가고... 하는 것이 아닐는지. 다른 커뮤니티처럼 오프모임에서 술 한잔, 얘기 나누면 사람을 알게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사진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서로의 다양한 의견들을 공유하고 회원들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진 커뮤니티가 있다면


정말 멋진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어떻게 찍었나? 도 분명히 배우는 입장에서는 좋은 질문이다. 그러나 질문 이전에 그 사진을 왜? 찍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훨씬 더 여러분, 아니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의 눈과 생각의 틀을 넘어서는데 중요한 촉매가 된다고 믿는다. 지금 우리의 커뮤니티의 문화는 굉장히 경직되어있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지금이야 국내의 드라마 수준이 매우 높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드라마의 모든 주제는 연애, 사랑이었던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국내의 병원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한다. 경찰 드라마는 경찰서에서 연애한다.


이 세계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커뮤니티는 다양한 의견에 대해 참지 못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누군가는 선봉에 서야 하고 그 구심점으로 모든 생각과 행동이 통일되어야 한다. 모두 다 같은 생각을 해야지 안심이 된다. 다르다고 얘기하면 찍히거나 퇴출되는 문화다. 그래서 획일적인 질문이 많이 나오게 된다.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 때문일지도...

나는 회원수만큼 다양한 의견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생각에 대해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 모습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의 설자리가 없다. 그분들은 그 커뮤니티에 발길이 뜸해지고 결국 탈퇴하게 되는 과정을 거친다. 자주 드리는 이야기지만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 아름다운 사진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부족하게 보일 수 있는 것이고. 부족한 사진 일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좋은 사진으로 비칠 수 있고 그런 자유로운 의견들이 톱니처럼 맞물려 커다란 흐름이 되고 점점 깊어지는 그런 곳에서 사진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만 있다면 지금 보다 몇 배는 행복하게 사진 생활을 할 것만 같다. 사진이라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좋은 질문과 좋은 대답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사진에 대한 좋은 질문은 당신의 사진을 성장시킨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사체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