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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Sep 25. 2016

사진, 소통을 말하다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28

이전 포스팅에 이어 사진 커뮤니티에 대한 서늘한(?) 얘기를 더 해볼까 한다.

사진 커뮤니티에 본인의 사진을 처음 올렸을 때 흥분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대부분 가입인사와 더불어 혹은 가입 즈음의 미소 짓는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을 공유하는 목적


커뮤니티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른 분들의 의견이나 반응이 궁금해서가 아닐까? 나는 잘 찍은 것 같은데 정말 잘 찍은 것인지? 추천은 얼마나 나올지? 어떤 댓글이 달릴지?

소래습지생태공원 / 사진을 취미로하면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는 장소

어느 누구도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을 올리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심지어 '테스트 샷'입니다 라는 제목으로 가볍게 올리는 사진이라도 선택의 과정에서 고민이 스며들지 않을 수 없다. 사진을 올린 후에는 어떨까? 다른 회원의 반응을 기다린다. 게시글도 다시 살펴보고 댓글이 올라왔나 커뮤니티를 들락 거리기도 하고... 일반 게시판이 아닌 갤러리 게시판이라면 더욱 자주 드나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더 신경이 쓰기 때문이지 싶다. 이렇듯 사진을 많은 분들에게 공개했기 때문이 올린 사진이 신경도 쓰이고... 반응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으로 얼마 동안 뇌의 한편을 채워둔 채 일상을 보낸다. 굉장히 신경 써서 올린 사진이라면 더욱 클 수도 있다.

이제, 사진가의 눈에서 관람자의 눈으로 전환해보자. 많은 커뮤니티를 거쳐왔지만 내가 경험해본 '반응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1. None

2. Response

3. Feedback


첫 번째는 쉽다. 무관심. 정성스러운 사진을 올렸는데 어떠한 반응도 없다. 올리 분들은 다소 의기소침하거나 심하게 좌절할 수도... 이것이 지속되면 무감각해지거나 커뮤니티로부터 차츰 멀어지게 되는 당연한 수순을 밟는다. 모든 경우를 전수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올린 사진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두 번째 Response형태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기계적인 응답에 가깝다. 심지어는 간혹 복사/붙여 넣기 형태로 남겨지기도 한다. 정성 어린 사진에 감동받았습니다. 좋네요. 멋있어요. 짱이예요. 대작입니다. 감동이에요. 대단합니다. 안구정화!!! 우와!!!! 표현방법의 차이만 있을뿐 대부분 그낭 '감탄사'다.

이런 형태의 반응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없는 것보다는 기분은 좋은 것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흔히 말하듯 영혼 없는 대답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이분이 사진을 제대로 본건가? 내가 정말 잘 찍은 거 맞나? 정말 이렇게 칭찬받을 만한 사진인가? 이런 의구심까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목이 마르다


단순한 응답 대신, 내 사진에 대해 깊이 있고 솔직한 Feedback 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목마름을 상상해본다. 불행하게도 지금 시대의 사진 커뮤니티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운해와 일출(일몰)은 너무 흔한 사진의 소재가 되었다

사진을 올리는 사람과 그것을 바라보는 입장이 전혀 다르고 태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진을 관람하는 분들에게 이런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진을 촬영하고 고민하고 보정하고 공유하는 정성을 기울인 만큼


사진을 감상하는 태도에도 정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사진이 디지털화되면서 양적인 팽창으로 인해 사진이라는 미디어가 예전에 비해 매우 '찰나'의 생명력으로 전락하기는 했다. 유명한 사진 커뮤니티 사이트인 500px를 보면 몇 초에 수십 장씩 새로운 사진들이 올라오니 관람자 입장에서는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에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사진가의 노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국내의 여러 커뮤니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낙 많은 양의 사진들이 포스팅되기 때문에 어쩌면 사진을 정성 그럽게 김상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구조가 이미 된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획일적인 반응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룻배 없는 우포 / 생태 지대이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나룻배 없는 우포 / 생태 지대이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해보면 어떨까?

양적으로는 많은 반응이 있는데 획일적이라면 뭔가 그 '양'에 대해 의심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어느 누가 봐도 보편타당하게 예쁘고 아름답고 메시지가 명확한 사진이라면 획일 적인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들이 모두 그런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있을까? 조금이라도 깊게 살펴보면 뭔가 어색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고 메시지도 희미한 사진이 정말 많지 않은가? 확일 적인 반응에 대한 응답은 시그널은 당연히 다시 사진사로 돌아온다. 그러면 이런 반응이 지속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획일적인 사진의 양산


내가 모든 커뮤니티의 사진을 관람하고 분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부 그렇다'라고 말씀드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큰 흐름이 그렇다는 것. 일단 관람객의 눈을 끌어들여야 하는 자신의 사진이 아닌 잘 찍은 사진을 따라 하고 반복하게 된다. 풍경 사진이라고 하면 사진에 풍경이 말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잘 찍을 수 있는 포인트를 따라 하는 것. 심지어는 실제 촬영한 포인트에 대해 구글 맵을 이용 하여 시간 장소 각도까지 공유하는 현상. 고민을 하는 수고는 줄어들었지만 사진가는 자신의 눈 자신의 감각을 점점 믿지 못하고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정량적인 정보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벗어난 사진에는 관심이 없어지게된다. 결국 획일화된 사진들만 박수를 받는다.

집앞 풍경 / 획일적이지 않으려면 나의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다
집앞 풍경 / 획일적이지 않으려면 나의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다

우리가 취미로 하는 사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던가? 사진은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정보를 프레임에 담는 것은 아니지 않던가? 이런 혼란을 겪었고 자괴감마저 들기 시작했던 때가 있다.


커뮤니티의 속박


회원 모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점점 커뮤니티는 '우리'가 되어가고 회원들은 그 안에 묶여있는 '가축'이 되어간다.

당연히 나 자신은 그런 흐름에 속해 있어 본 적이 없다.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 또한 그 거대한 주류의 흐름을 거쳐온 것은 사실이고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지금 하고 있다.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지금은 유명한 출사지에 가도 가능한 새로운 관점으로 주변을 읽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그럴 즈음 그런 속박에서 점점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포스팅한 사진의 댓글, 조회수, 일면에 올랐는지의 여부 등 표면적인 '정량적 데이터'에 관심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나의 사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진에 대해 오히려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진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도 가능한 사진 자체에 집중하고 부가적인 정보는 그냥 흘려보내는 것으로 끝내려고 노력 중이다.

I beg your pardon 연작 /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거의 없는 사진의 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통은 양적 혹은 질적으로 편중되기 시작하면 균형이 깨지고 금방 외적인 문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균형이 중요하다. 사진을 올리는 분도, 그것을 감상하는 분도 모두, 서로의 노력과 입장을 좀 더 깊게 이해하려 한다면 점점 성숙 해질 텐데 아직은 갈길이 멀다.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럴 때가 오겠지... 하는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 왜냐하면 몇 달 하고 때려치울 가벼운 취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심이 담긴 소통이 없다면 진심이 담긴 사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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