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의귀인 Sep 30. 2016

당신의 사진은 안녕하십니까?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29

이전에 정리해놓은 메모들과 매거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작성한 글들이 혼재되어 전체 맥락이 잘 정리되었는지 모르겠다. 일단 이글이 21개(보정에 대한 글을 두 개라고 치면~^^)의 메모 중 여러분께 전달하고자 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카메라와 렌즈는 거들뿐


사진은 여러분이 만드는 결과이고 카메라는 그것을 위한 '도구'임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여러분이 '카메라'가 취미인지 '사진'이 취미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카메라의 취미. 즉 다양한 혹은 최신 카메라의 '컬렉션'이 좋은 취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께서 카메라와 사진, 그 중간계(?)에 빠지는  혼돈의 상황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첫 번째 말씀드렸던 메모의 내용도 '사진은 셔터를 눌러야 한다'는 이야기였고 마지막 글 또한 반복해서 그 연장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뼛속까지 외로운 나홀로나무 / 폰카던, 똑딱이던, DSLR이던 카메라는 찍어야 한다.

도구의 변화가 결과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결과의 변화는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기변을 하면 제 사진 좋아질까요?"에 나의 대답은 항상 "NO"였고 앞으로도 "NO"일 것이다. 사진의 물리적인 변화는 당연히 있다. 해상도가 높아지고, 해상력이 좋아지고, 좀 더 넓거나 먼 화각, 노이즈가 줄거나, 보케가 더 원형에 가까와 진다거나...그런에 이런 변화가 당신의 사진을 좋게 만 들 수 있을까? 물리적으로 다른 사진은 만들 수 있어도 당신의 생각을 도구가 대신 담아주지 않는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은 철저하게 당신의 '몫'이다.


세 번의 생각


최소한 셔터를 누르기 전에, 셔터를 누르면서, 그리고 셔터를 누른 후 이렇게 세 번의 생각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왜 내가 이 장면에 셔터를 누르는가?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 담을까? 에 대한 생각. 그리고 마지막은 그런 과정을 통해 담은 사진의 '복기'이다. 사진은 '과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여러 단계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셔터를 누른 사진은  결국 아무것도 안 보여준다. JPG 혹은 RAW가 메모리에 저장되었다고 해서 전부 여러분의 사진이 아니다. 딱 정의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 하드디스크에 한번 저장하고 그 이후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무수한 파일들... 생각 없이 셔터를 누르면 그중 한 개의 파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는 그것을 사진이 아닌 이미지 파일이라고 부른다.

가을 날다 / 생각은 행동을 유발하는 원동력. 불가능 할 것 같았던 장면을 담을 때의 희열은 경험해보지 못하면 모른다.


세 개의 숫자


위에서 언급한 사진의 도구. 카메라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보자. 카메라는 세 개의 숫자가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사진에 각각 다른 영향을 미친다. 서로 이기고 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가위바위보와 비슷한다. 조리개가 열리면 선예도 감소, 심도가 얕아지고 밝아진다. 셔터스피드가 빨라지면 어두워지고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ISO가 높아지면 밝아지고 노이즈가 발생한다. 이렇게 각각의 숫자에 두세 가지 이펙트들이 복합적으로 생기고 서로의 숫자로 인해 사진에 영향을 준다. 공통적으로 화면의 밝기에 영향을 미치며 이 숫자들로 인해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진의 노출'이 결정된다. 적정노출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사진은 어두울 수도 있고 밝을 수도 있다. '적정'은 사람이 정하는 것이지 카메라가 정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카메라에서 측정하는 밝기를 절대적으로 믿으면 안 된다. 적정 노출값이 아니라 '기준 노출값'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슬라이더에서 표시하는 0의 위치가 아닌 +혹은 -로 보정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공부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위의 세 개의 숫자를 체득해야 한다. 사진의 구도, 유명한 사진가의 이름, 명소, 잡다하고 어마어마한 최신 카메라의 종류와 기능들... 나중에 필요하면 알게 된다. 그전에 위의 세 가지 값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자. 그리고 자유자재로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상태를 만들자. 세 개의 숫자에 익숙해질 즈음 자신이 찍는 사진의 밝기 정도는 미리 예측이 된다. 카메라의  가장 기본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해를 품은빌딩 / 어두운 것은 어둡게, 밝은 것은 밝게. 노출의 기본이다. 억지로 적정 노출을 맞춘다고 화이트, 블랙 레벨을 조절하다보면 계조는 무너진다.

모드가 M이던 A 던 S 던 모두 위의 세 가지 숫자와 연관이 있다. 촬영의 편의를 위해서 어떤 숫자를 고정할까? 조절하는 숫자의 개수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원리이다. AUTO 혹은 P의 경우는 내가 조절할 숫자가 없고 카메라가 적절하게 세 개의 숫자를 맞춰주기 때문에 간편하다. 다만 내 뜻대로 찍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그 점을 이해하고 적당하게 사용하면 된다. 나의 경우 극한으로 상황이 어두울 경우 노이즈를 많이 발생시키더라도 심도를 깊게 유지하고 싶을 때  M모드로 하고 ISO를 AUTO로 맞춰놓고 촬영하기도 한다. 세상에서 아무리 비싼 카메라라고 해도 위에서 언급한 세 개의 숫자와 원리는 똑같다. 100년 전에도 그랬고 100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어떠한 혁신이 이루어 질지는 모르지만 물리적인 법칙에 기반한 광학 기기의 기본 원리는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믿는다.


세 가지를 남긴다


내가 프레임 안에 가능한 포함시키려고 하는 세 가지가 있다. 메시지를 표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그 피사체의 '핵심'을 남긴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거나 받쳐줄 수 있수 있는 '양념'을 남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백 혹은 여운'을 남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통해서 '이야기'를 부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화나 음악의 경우  Time Based(시간에 기반한)의 미디어이기 때문에 기, 승, 전, 결 혹은 강, 약, 중간, 약 등 이야기를 부여하는 기준들이 이미 확립되어있다. 하지만 '사진'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물론 연작 혹은 프로젝트 개념으로 단 한 장의 사진이 아닌 여러 장의 사진으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당연히 한 장의 사진에 말씀드린 세 가지 요소를 명료하게 담기는 정말 어렵다. 그것을 균형 있게 잘 담는 실력이 있으면 이른바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사진가가 되는 것이고 편차가 크면 클수록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진이 된다. 첫 번째 '초점'을 잡는 얘기를 해보자. 대부분 AF(Auto Focus)를 사용하기 때문에 마냥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주 많으리라 예상한다. 과연 초첨을 맞추는 것이 쉬울까? 나는 절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점을 맟줘 주는 것은 카메라가 하는 일이지만, 어디에 맞출까에 대한 결정은 사진가가 한다. 당신이 선택한 초점의 위치가 그 사진의 '핵심'역할을 정확히 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관점에서 초점을 보자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갤러리 사진을 보다 보면 초점이 맞은 위치가 그 사진의 핵심을 말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매우 많다. 그렇게 많이 찍었다고 주장하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사진을 통해 여러분이 말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발견'하는 것과 똑같다. 카메라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많은 분들이 스스로 발견해야하는 초점에 대한 고민 보다는 AF속도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은 듯 하다. AF 속도?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AF기능 조차 없었던 시대 지금보다 수백배 좋은 사진이 더 많았다. 아래 사진은 초점이 핵심을 빗나간 잘못된 사례이다.

Mall / 우측의 지나가는 여성에 초점이 맞지 않고 바닥에 맞춰져 있다.
건널목 / 뛰어가는 어린이가 아닌 후면 건물에 초점이 맞았음.

두 번째 요소는 여러 가지 형식으로 나타난다. 심도, 색상, 밝기, 형태, 각도, 크기, 물체 등등. 주제로 생각한 부분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주변의 요소들을 잘 이용해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얕은 심도로 흐리게 맞들어 주는 것. 주제와 비슷한 색의 계열의 배경을 이용하는 것. 주제의 크기가 크다면, 작은 것을 매치하여 상대적으로 크기의 대비 효과를 주는 것 등등 여러 방법들이 있다.

그곳은 / 섬을 담을 때 좌측에 한줄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같이 담아 크기의 대비를 만든다
Ready Get set Go / 좌측 여성의 다리 각도와 우측 전봇대 그림자의 각도를 일치 시킨다

마지막으로 여백과 여운은 사진의 감상자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사진에 남겨두라는 얘기이다. 프레임 밖은 어떤 모습일까? 그다음 상황은 어떻게 될까? 등 적극적으로 상상력이 발휘될 수도 있다. 사진의 매력 중 하나가 0.001% 라도 감상하는 사람에게 생각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영화로 따지면 열린 결말이랄까? 완전무결하게 완료하는 것도 좋지만 사진가의 생각을 연장하여 감상자가 마무리하는 것도 멋진 이야기가 된다.

사랑 저 너머에 / 연인들이 만든 자물쇠 장벽이 쓰레기 더미처럼 느껴진다. 그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다산 / 다소 추상적인 이미지 들도 감상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세 가지를 버린다


다음 세 가지를 프레임 밖으로 버리려고 노력한다. 불필요한 '치장', 여러 메시지를 한 번에 담으려는 '욕심'. 그리고 사진가의 메시지를 가려버릴 수 있는 '기교' 세 가지다. 만약 이중에 하나라도 사진에 남아있다면 사진의 제목을 정할 때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깔끔하게 제목이 떠오르지 않거나 굉장히 일반적인 단어들 밖에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

치장, 화려함도 여러 가지가 있다. 사진가가 담고자 하는 주제에 부합되는 화려함이 있고, 그저 화려함만 남아있는 사진이 있다. 전자의 경우 치장은 주제를 부각하여주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발생한다. 아래 사진의 경우가 그렇다.

그저 화려함만 남아 있는 사진의 예 그나마 그것을 보완해보고자 채도를 두톤 정도 낮췄다.

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많은 얘기를 하면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기가 어렵고 이야기의 핵심이 사라진다.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면 점점 사진을 촬영하는 마음도 몸도 가벼워짐을 느낄 것이다. 욕심을 버린 가벼운 생각이 당신의 사진을 더욱 깔끔하고 명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마지막날 아침 / 뉴욕에서 아들 녀석과 헤어지는날 아침 산책 중에 담은 스냅사진
두 사진가의 새벽 / 욕심을 버리고 간결한 메시지를 담는다.

기교의 경우는 치장과 비슷한데 이경우 카메라에 의지하는 정도가 커질수록 사진은 '기교'만 남게 된다. 카메라를 점점 알아갈수록 자칫 빠지기 쉬운 유혹, 혹은 함정이랄까? 카메라와 사진을 균형 있게 배우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World / 틸트렌즈 효과를 기교로 사용했지만 깃발과 그 사이 사람들의 실루엣을 두드러지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3이라는 숫자를 사용해 너무 끼워 맞춘 듯 말장난처럼 느껴지시는 분들께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가급적 기억하기 쉽게 하기 위해 애쓴 결과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현재까지 알고 있었던 사진에 대한 나의 생각이 그동안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점점 정리되고 성장한 느낌이다. 프로 사진작 대비 택도 없는 수준의 지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절대적 일리는 없다. 여러분들보다 아주 조금 깊게, 많이 경험한 사람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식 정도라고 자평한다. 드리고 싶은 메모는 다 드렸고 다음 몇 편의 글은 그동안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심으로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사진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우리는 아마추어 사진가 이기 때문에 사진을 즐겁게 누릴 수가 있다. 어떤 프로작가분은 취미로 사진 하는 분들이 제일 부럽다.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경험이 있다. 사진을 신나게 즐기자! 즐거운 마음으로 여러분이 촬영한 사진을 감상하는 여러 사람들이 '안녕하세요?'라고 친근하게 인사를 나눌 수 있을 만큼 행복한 사진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도 모르는 어느 순간 여러분의 사진도 분명 당신에게


안녕!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 소통을 말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