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의귀인 Jul 30. 2016

사진, 눈높이의 함정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18

사람의 평균 키를 대략 175cm 정도라고 하면 바닥부터 눈높이까지는 대략 10cm를 제외한 165cm 정도 된다. 사진 얘기를 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키 얘기를 꺼내 살짝 뜨끔한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저 평균 키에는 살짝(진짜) 못 미친다. ^^ 절대적인 통계는 본 적 없지만 수많은 사진이 지상으로부터 눈높이인 165cm가량의 높이에서 촬영된 사진 일 것이다. 그런데 혹시 보는 사람 입장에서 눈높이의 사진은 지루함을 유발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눈으로 관찰하는 높이와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확실한 해결 방법 하나를 제안한다. 카메라를 든 우리가 과감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어디로?


위, 아래 수직으로!


눈높이의 사진을 너무 적대시(?)하는 투의 제목을 사용해서 매우 죄송스럽다. 하지만 취미 사진의 다양성 측면에서 너그럽게 양해를 구해본다.

Beyond 강남 / 물론 눈높이에서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는 사진도 얼마든지 있다.

평소보다 더 높이 올라갈수록, 그리고 더 아래로 내려 갈수록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고 담을 수 있다. 내 눈높이와는 다른 피사체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도 방법이다.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아기를 찍을 때는 엎드려서 아기의 눈높이에 맞출 수도 있고 울창한 숲을 촬영하기 위해 산 위로 올라갈 수도 있다. 청명한 하늘, 아름다운 노을과 일몰을 담기 위해서 하늘 위로 올라갈 수는 없지만 아파트 옥상, 산의 정상에 올라간다면 평소와는 다른 눈높이에서 피사체를 담고 또 다른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간혹 출장을 갈 때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창밖의 풍경은 경이로울 때가 많다.


마치 우주에서 바라본 풍경 같이


아마 보통 사람들이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을 때는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아닐까? 먼 훗날 우주여행할 때까지 살아 있지 않은 이상. 해외 출장시에는 몸이 굉장히 좋지 않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창가 쪽에 늘 자리를 잡는다. 이때 카메라를 꼭 소지하고 몸이 피곤하더라도 하늘에서의 풍경을 몇 장씩 담곤 한다.

화성 상상 / 영국 출장중에 졸린 눈을 비비고
The Earth / 출장 귀국길에

가볍게 동네를 돌아다니며 스냅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위, 아래로 움직여보자. 불과 1~2미터의 차이가 색다른 앵글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 정도 높이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라고 의심을 품을지 모르지만, 다음 사진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가을 끝자락 / 카메라를 매우 낮게 거치해놓고 바람이 멋지게 불때 까지 끝없이 기다렸던 기억
두물머리의 겨울 / 지난 겨울 꽁꽁 얼어버린 두물머리 아침 풍경


촬영하는 자세와 습관


체득이 되기 전 단계는 우선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쁜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을 늘려가자. 그것이 나비효과가 되어 전혀 다른 '사진의 세계'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이제까지 마냥 서서 똑같은 앵글로 똑같은 방향으로 카메라를 잡고 있었다면. 앉아보기도 하고, 의자 위에 올라가 보기도 하자. 틸팅이 되는 LCD를 갖고 있는 카메라라면 과감히 바닥에 닿을 듯 아래쪽에 카메라를 위치시키고 촬영해보자.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 위에 올라가자. 단, 높은 곳을 오를 때에는 당연히 안전에 주의하시고!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장면을 찾아보는 습관. 그것이 반복되어 습관이 되면 몸이 알아서 반응하게 된다. 그것을 '체득'이라고 하지 않던가.

얼마 전 굉장히 재미있고 의미 있는 짧은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늘 타는 자전거의 핸들에 기어 두개를 달아 좌, 우 방향을 바꾸게 설계된 자전거를 배우는 실험. 방향? 그 정도야 뭐 쉽게 적응할 것 같은데 실제 우리의 뇌와 몸에서 체득하여 고착된 알고리즘이 그중에 아주 단순한 것 하나(이 자전거의 경우 방향)가 바뀌면 그것을 다시 수정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영상이다. 아래 링크를 올린다. 그와 그의 아들이 매일 연습하고 적응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예측해보면 재미있겠다. ^^


거꾸로 자전거


자전거 / 아기를 뒤에 태운 엄마의 여유로운 산책길

그동안 많은 분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높이의 함정에 빠져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년 동안 같은 자세로, 변화 없이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것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서있을 때의 눈높이 말고 무수히 많은 다른 높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 보자. 사물(피사체)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하면 똑같은 사물이라도 분명히 다른 메시지를 포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비록 아주 작은 높이의 변화 일지라도, 혹시 아는가? 그것이 여러분의 사진을 크게 바꾸게 될지도 모르는 일. 사진에 있어서 작은 변화로 결과가 크게 바뀌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것은 별로 상관없다.


사신은 사진으로 말하면 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진에 'Why'를 묻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