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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Aug 06. 2016

사진은 소비되어야 한다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20

파리에서 명품 패션 브랜드가 나올 수 있는 이유. 이탈리아,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가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이유. 미국의 애플 제품과 페이스북의 서비스가 지구를 잠식할 수 있었던 이유.


까다로운 소비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인들의 경우 자신들의 패션에 관심이 많고 까다로웠다. 이탈리아인, 독일인들, 미국인들의 경우도 위에서 언급한 각종 분야에 대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그만큼의 눈높이로 제품과 서비스가 생산되고 소비되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오래전 경제에 관련한 세미나에서 얼핏 스쳐 들었던 내용이다. 단지 그 말이 사실인지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그 중심에는 분명히 소비와 생산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적 균형뿐 아니라, '질'적 균형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의 측면도 비슷하다. 영화나 음악에 대해서 좋은 소비가 좋은 콘텐츠로 투자되고 다시 좋은 콘텐츠가 소비되고 만들어지는 끊임없는 순환이 일어난다.


최근에 사진 한 장 구입하신 적 있습니까?

전주 국제 사진제 / 서울 - 전주, 사진을 소비하기 위해 이동한 가장 먼 거리였다.

사진에 대해서 '소비' 자체가 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까다로움의 단계까지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성의 시각으로 자신을 다시 한 번 채찍질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미래의 사진작가를 꿈꾸는 나 자신도 사진 한 장 제대로 구입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사진 관련한 서적은 나름대로 틈틈이 구입하고 반복해서 읽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내가 그렇게도 꿈꾸고 있는 '사진'을 구입한 기억이 없다... 다소 과장해서 비유해보자면 영화감독 혹은 중요한 영화 스태프, 멋진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사람이 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본 적이 없다.라는 말과 같다.

제목인 '사진은 소비되어야 합니다.'라는 이야기는 2015년 P&I 에 어떤 작가님께서 강연이 끝나고 던진 마지막 멘트였다. 전혀 예상 치 못했던 발언에 나는 얼마 동안 충격에 휩싸인다. 사진 관련 세미나에 '소비'라는 단어는 처음 들었을 뿐 아니라 이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경제'라는 개념을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본인의 렌즈를 구입하는 데는 수십만 원 몇백만 원을 아낌없이 쓰면서 정작 '사진'이라는 매체에 돈을 지불하는 데에는 그렇게 인색했던 나 자신이 정말 한없이 부끄러웠고, 초라해 보였다.

전주 국제 사진제 /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한없이 쓸쓸했고 외로워 보였다.

올해 모 사진 커뮤니티에 글이 하나 올라온다. 본인께서 다큐멘터리 작가인데 올해 책을 한 권 집필했다는 인사말, 그리고 서평을 붙여 올리셨다. 나는 축하한다는 댓글과 함께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글이 게시판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유를 파악해보니 회원들로부터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사유는 이랬다.


광고 게시글


모든 커뮤니티에는 규칙이 있다. 지켜져야 한다. 광고성 글은 신고로 막아야 한다는 규칙이 누구에 의해서 지켰다. 그런데 말이다... 그 규칙을 그분의 글에 적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논하기 전에 진짜 궁금한 것이 있다. 내가 진짜 궁금한 것은 그 글이 광고 인가? 아닌가? 의 사실 여부가 아니다. 그것을 광고라고 판단하고 신고한 사람들의 속 마음이 진짜 궁금하다. 여전히 궁금하다. "아싸 한 건 했다!" 커뮤니티의 법을 잘 지켰기 때문에 정의로운 시민(?)이라고 으쓱 거리고 싶었던 것인가? 본인은 불가능하니까, 책을 낼 수 있는 회원에 대한 '질투심'을 느꼈던 것일까? 카메라와 사진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배우고 공유하는 곳에서 꾸준히 몇 년 동안 활동해온 작가님이었다. 취미던 직업이던 모두 사진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갖고 같이 활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이럴수 있을까? 책을 냈다는 글을 광고로 신고한 그 사람들의 마음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놈들은 나쁜 놈들이다


이놈들아! 그분에게 사진은 취미가 아닌 직업이라고!!! 화를 속으로 꾹꾹 눌러 담고 진심을 담아 글을 올렸다. 이 제목과 같은 제목의 글이다. 강좌를 들었을 때 스스로에 대한 반성, 그리고 정말 국내에서 사진작가로 살아가는 분들의 삶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이렇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고 그 나쁜놈들을 대신해서 사과를 드렸다. 다행히 나의 글이 운영자분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해당 글은 다시 복귀되었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아마도 그 게시판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때가 그때쯤으로 기억한다.

국내 작가님들의 책들 / 박노해님께서 사진 작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6월이 되어 나는 브런치라는 이곳에 처음 발을 딛게 된다. 그리고... 그리고 그 작가님을 여기서 우연히 뵙게 된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분은 아마 그 소동을 전혀 인지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양해남' 작가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양해남 : 다큐멘터리 사진가. 시인. 한국영화자료 수집가. 다양한 예술장르를 탐닉하며 주체할 수 없는 지적 호기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2015 펜타포트 / 사진도 음악처럼 활발하게 소비되는 그날이 올 수 있을까?

사진을 소비한다는 의미는 사진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관람자(독자)가 만나는 '접점' 아니겠는가? 온라인, 오프라인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소비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진작가의 경우 어렵지 않게 접점에 도달할 수 있다. 마케팅이 알아서 따라줄 것이고 여러 홍보 수단을 통해 대중들에게 쉽게 알려지게 된다. 문제는 그것이 가능한 분들이 절대적으로 극소수라는 점. 몇 년 동안 촬영한 작품을 모아 어렵사리 출판사를 통해 만들어진 책을 마땅히 홍보할 비용도, 공간도 부족한 우리의 척박한 환경을 당사자가 아니면 절대 알 길이 없다. 고작 할 수 있는 홍보라는 것이 본인이 활동했던 커뮤니티의 게시판 정도. 사진이라는 매체를 함께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같이 평범하게 룰루랄라 취미로 사진 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은 여러 분야의 사진을 지금보다 훨씬 자주, 일상과 밀접하게 접하는 것이다.

탄도항 / 가끔 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이 들때, 나는 넓고 높은 곳을 가본다

취미의 여부를 떠나 촬영을 통한 생산 활동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리고 사진에 대한 소비와 공유의 활동도 병행이 필요하다. 국내에도 사진의 시장과 문화 활동들이 점점 활성화되고 보다 많은 작가분들이 생계를 고민하지 않고 조금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날을 꿈 꿔본다. 이제까지 사진 활동을 하면서 소비는 '장비의 지름'만 있고 소비의 공간은 '중고 장터'에만 있다고 믿었던 분들에게 꼭 부탁드리고싶다.


오늘, 좋은 사진 한 장 구입해보는 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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