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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Aug 01. 2016

사진에 'Why'를 묻다

사진에 미치다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19

Golden Circle에 대하여


회사와 사진의 이중(?) 생활이 오래되어서일까? 회사 업무에 있어서 고민했던 생각이 사진을 촬영하는데 묘하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Golden Circle이다. 혹시 Golden Circle이라는 단어를 읽으시고 구도에 대해서 황금비, 삼분할 등을 기대하셨다면 실망하실 수도... 미리 양해 말씀을 드리면 오늘 사진 얘기는 다소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고 이해하기 버거울 수 도 있다.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을 한번 떠올려본다. 여러분은 이미 '무엇'을 찍어야 할지 알고 있으며,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얼만큼은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 더 있다. 우리(나 포함)가 촬영한 사진에 대한 아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분은 얼마나 계실까?


당신은 이 사진을 왜 찍으려 하십니까?


조금 포괄적인 느낌으로 바꾸면 자신이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한 질문 이기도 하다. TED라는 컨퍼런스에서 마케팅, 경영 전문가인 사이먼 사이넥씨의 짧은 세미나 내용이 여러 분야에 반향을 일으킨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어떤 일을 수행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What'을 먼저 고민하고 'How'로 이어지는데 'Why'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 마틴 루터 킹, 라이트 형제 등 세기의 혁신가들은 정 반대의 순서로 사고했다 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Why에서 출발하여, How, What 의 단계의 사고를 유지했다는 말이다. 재미있게도, 뇌의 구조 또한 중심부의 '변연계'에서 Why + How의 사고를 하게 하고 What에 대한 것은 바깥쪽인 '신피질'에서 담당한다고 한다.

사이먼 사이넥 / 출처 : http://cfile3.uf.tistory.com/image/2431994E56E142EF27310F

사진의 과정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를 적용해보면 이런 단계로 흘러간다. 결국 사진을 찍은 자신만의 이유가 모호해진 상태로 남게 된다는 점에 주목.


1. What : 우와! 일몰 장면 멋있네. 이거 찍으러 가야겠다.

2. How : 어디지? 탄도항이군. 광각렌즈로 조리개를 조이고 깊은 심도로 찍자.

3. Why :  내가 이 사진을 왜 찍었지? (결과:내가 본 타인의 사진과 비슷하거나, 못 찍었다.)

탄도항 / 수도 없이 보셨을 풍차 세개. 이런 사진에는 '나만의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올해의 나의 계획은 하나의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온라인, 오프라인 사진 전시를 하는 것이다. 우선 소재는 서울의 '강남'이다. 카메라를 들고 이곳을 나설 때마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주제에 대한 생각이 계속 바뀐다. 아직 내공이 미천한 관계로 Why에 대한 신념이 여전히 부족한 탓일께다. 그때그때 장면을 보고 드는 생각이 한컷 한컷으로 이루어지며 아직은 전체적인 전시의 방향은 오리무이다. 그래도 최소한, 멋있는 강남의  혹은 어디선 본듯한 이미지를 흉내를 내서 찍어보겠노라 다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마음 가짐으로 촬영사진은


내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강남 / 언제나 사람과 자동차로 붐비는 강남이지만 쓸쓸함이 느껴질 때도 있다
프로젝트 강남  / 어느 뒷 골목의 온기

사진 촬영의 이유를 단순한 취미로써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 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유'가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그것은 '목적'이 아닌 '목표'다. 일도 마찬가지. 돈을 벌기 위해서 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이유가 아니라 일을 해서 얻는 결과이지 근본적으로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히 아니다. 쉬운 예로, 우리 집 앞 소방서에 근무하시는 분들의 '업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러한 '신념'이 갖고 근무해야 하는 것. 그것이 없다면 절대 그 일을 할 수 없는 것. 일의 본질은 거기에서 출발한다.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슬램덩크의 안 감독님 말씀.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라는 말. 굉장히 중요한 기술인데 이것을 잘하려면 무엇이 반드시 할까? 시야 확보? 점프를 높이 하기? 순발력 있는 몸놀림? 아니다. 리바운드를 잘하기 위해이것이 필요하다.


모든 슛은 안 들어간다!라는 믿음


이런 신념을 갖고 있는 친구가 우리 팀에 있다면 정말 마음 놓고 골대를 향해 공을 던지게 될 것이다.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그 '이유'로부터 출발한다면 '혁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른 분들이 찍은 사진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프로젝트 강남  / 소비, 저 너머에도 여기와 같을까?
프로젝트 강남  / 은하 철도

'왜?'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사진을 촬영하게 되면 굉장히 생소한 여행이 될 것이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끊임없는 질문이 계속되어야 하며 비록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사진으로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변화는 어느 날 감히 어느 누구도 담지 못했던 사진 한 장을 얻는다. 상상만 해도 정말 짜릿하지 않은가?


이제, 당신의 사진을 찍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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