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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Aug 21. 2016

오늘은 한강

프로젝트의 기록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23

'한강'은 서울이나 서울 및 그 주변에 거주하는 분들이 하루에 한두 번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이다. 출장 혹은 여행으로 여러 도시를 겪어봤지만 한강이 최고야!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청명하고 깨끗한 모습도 아니지 않나! 강의 주변의 모습은 어떤가? 다양하거나 독특한 랜드마크가 있나? 겉으로 보이는 한강의 모습은 그저 그렇다.


개성이 실종된 강


2년전 태풍 즈음해서 이렇게 청명한 하늘이 보이던 날이 꽤 많았다. 올해는 하루도 없었다.


너무 비관적인 시각인가? ^^  당연히 "한강 별로임"이라는 얘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된다. 아름답지 않고 평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든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욱 오기가 생기나 보다. 평범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독특하게 담고자 하는 일종의 욕심 같은 것일 께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곳


한강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많은 것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몸과 마음을 채찍질 하여 서두르기 시작하면 좋은 장면들은 시간 너머로 지나가 버리게 된다. 한강 주변에서는 가능한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부리는 편이 좋다. 그래야 주변의 경관들이 눈에 들어오고 음미할 수 있으니까...

내 경우 봄, 가을 계절에는 거의 매일 카메라를 소지하고 출퇴근한다. 회사의 위치가 옮겨간 이후로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여기를 지나간다. 하루를 마감하기 전 몸과 마음에 쉼표를 한번 그려보는 곳이 여기... 한강이다.

퇴근 후 / 다들...열심히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를 하루,  잘 보내셨습니까? (미생 중)
물과 바람의 속도 / 구름에 생동감을 담는다
독특한 빛내림을 만나다


한강이라는 키워드로 사진들을 검색해보면 나오는 '흔한 사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가능한 천천히 움직인다. 강의 방향은 아시다시피 남과 북을 가로질러있고 양쪽 반대편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은 커다란 개성은 없을지 몰라도 동네별(?) 특성은 약간이나마 느껴진다. 그리고 일부 교각은 걸으며 건너갈 수 있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강을 건너면서 강줄기 중심으로 담는 것도 좋다.


수면의 흐름을 읽다


잔잔한 수면이 날카로운 반영의 그림을 그린다
일몰의 타이밍과 반영의 시간이 운 좋게 잘 맞았다


수면의 상태를 자세히 관찰해보자. 특정 시간 혹은 특정한 패턴으로 수면에 반영이 비칠 때가 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일정한 패턴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24시간 관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은 말씀드릴 수 없으나. 분명히 반영이 깨끗하게 떠오르는 타이밍이 있으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담아보자. 맑지 않은 한강이라도 반영되는 이미지 덕분에 조금 순화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정보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눈을 믿어라


많이 알려진 촬영 장소지만 미니어쳐 스타일로 독특하게 담아보았다


알려진 한강 주변의 포인트는 웹으로 검색해보면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지는데 가능한 그 지점을 한 번쯤 벗어나 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직접 본인이 두 눈으로, 뷰파인더를 통해서 발견하라는 이야기다. 나도 오래전 잘 알려진 한강의 포인트 등을 무분별하게 정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면 커다란 의미를 찾기 쉽지 않더라.

선유도 공원에서


어느 날 퇴근하다 해지는 빛이 좋아서 따뜻한 들풀과 한강을 같이 담은 담백한 사진. 그런 사진들이 나에게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것을 보는 분에게 전해드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고 믿는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장소와 내가 스스로 노력을 통해 발견한 장소가 같은 위치라고 해도 과정에 다르기 때문에 분명히 결과(사진)에 영향을 미친다. 믿기 힘들겠지만 진실이다. 전자의 경우는 '타깃'만 보이고, 후자의 경우는 '타깃'과 주변의 모습이 합쳐 저 시야가 넓어지며, 타깃에 대한 '애정'이 부여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풍경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향상된다. 즉 관찰을 할 수 있는 눈이 높아진다는 뜻.


시간과 장소, 발견의 맛


낮의 느낌과 밤의 느낌이 사뭇 달랐던 풍경


'한강 사진' 하면 대부분 대교 사진이다. 특히 너무도 많이 알려진 청담대교 혹은 마포대교의 분수 사진. 그곳이 멋지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그리고 구석구석을 다녀보자. 다양한 시간대가 있고 계절이 있고 장소가 있다. 가능한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대와 장소에 자주 나가보면 점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뷰파인더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다리 위에서 야경을  촬영할 때는 보통 삼각대를 이용하고 장노출로 담는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다리의 진동이다. 다리를 건너는 차량에 의해 다리가 심하게 흔들린다. 특히 중장비 차량이나 커다란 탱크로리가 셔터가 열린 상태에서 지나가면 100퍼센트 흔들린 사진이 나온다. 다리의 중간 정도 위치에서 가장 많이 진동이 생기니 촬영 전에 미리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삼년전 퇴근길 / 가을, 하늘과 한강을 함께 담았던


사진은 주변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멀리, 생소한 곳으로 새로운 기분으로 찍는 사진도 물론 의미 있지만 아주 가까이 있는 대상을 담아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 된다. 인물도 비슷하다. 행사장에서 연예인 사진들보다 자신의 가족의 사진, 동네 혹은 회사의 친구들 사진이 먼 훗날 훨씬 좋은 의미로 남게 된다.

서울의 커다란 축을 만들고 있는 한강은 오랜 역사를 지나 그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이제 더위도 한풀 꺾일 때가 되었으니 오늘은! 친구들과, 가족들과 천천히 걸으며 소소한 풍경을 뷰파인더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느릴수록 한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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