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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n 20. 2016

당신은 같은 피사체를 몇번이나 찍어보았나?

사진의 시작 /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03

생리 현상과 같은 본능적 욕구 혹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행동(먹고 자는 등)들을 제외하고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러분의 학창 시절 그렇게도 하기 싫었던 공부에 대해 떠올려보자. 공부에 있어서 '반복 학습'의 효과는 검증되어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만약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천재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영재쯤 이거나...^^ 기억되어있는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되기 때문에 반복함으로써 소멸의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바로 여러분 옆자리에서 시험 성적 잘 받았던 그 친구의 비법(?)이었을 것이다.


사진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두물머리 일상 / 멀리보이는 작은 섬과 조각배

'사진의 차이'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차이'와 같은 의미라 생각한다.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장비의 차이보다 훨씬 다른 결과를 만든다. 좋은 장비가 자신의 사진에 조금 보완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거대한 사진의 다름'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믿어도 좋다.


풍경은 그대로 풍경
외로운 나룻배 / 바람한점 없던 물가의 반영이 아름답다.

두물머리,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생각이 필요할 때 훌쩍 바람 쐬러 가는 곳이다. 서울 근처 출사지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 중 하나이다.  갑자기 섬이 생기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산의 높이, 강의 넓이가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풍경은 스스로 풍경으로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사진은 갈 때마다 계속 바뀐다. 오래전에 찍은 사진과 지금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져있다. 왜 그럴까? 그곳에 몇 번을 방문했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많이 간 것은 아니지만 항상 돌아와서 그날 사진을 다시 리뷰할 때는 사진이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피사체(인물이든 사물이든 풍경이든...)를 계속 반복하여 촬영하다 보면 그 대상에 대해 더 많이, 깊이 알게 되기 때문에 사진이 점점 변하는 것이 아닐는지...


사진은 보이는 대로 찍히는 줄 알았다.
이름모를 수초 / 어떤 피사체도 주인공이 된다. 사진은.

사진은 절대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 찍히지 않더라. 내가 아는 만큼 찍을 수 있을 뿐. 십여 년이 지나 겨우 알아낸 사실이다. 그 이후에는 같은 피사체를 가능한 반복해서 꾸준하게 담는 것을 사진 생활의 원칙으로 삼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 많은 프로 사진 작가님들께서는 '피사체와의 교감'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솔직하게...

교감...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 물안개가 끝나고 대부분 떠난자리에는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다.

여러분 주위의 피사체는 어디로 갑자기 도망가거나 하지 않으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찾아가고 또 찾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드는 사진을 담을 기회는 분명히 온다.


사진은 아는 만큼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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