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의귀인 Nov 09. 2016

브런치북 프로젝트 #3 낙방의 변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35

떨어졌다.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브런치 활동 기간은 짧지만 '혹시'라는 기대감과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만큼 높았다. 내 글이 브런치 첫 페이지에 소개도 많이 되었고 포털 사이트에도 적지 않게 소개되면서 생긴 자만심 때문이었을까? 발표가 나고 이틀 후 수상작품을 읽어보았고 떨어진 이유를 알아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의 무기는 '글'이 아닌 '사진'이었다. 아니 좀 더 잔혹하게 얘기하면 완성되지 않은 글을 '사진'으로 '보완'하려고 했던 것.


당신의 사진을 바꿀 21개의 메모 : brunch.co.kr/magazine/frame


The way (보행자 통로) / 사진은 해석의 여지(범위)가 글보다 넓은 듯...

사진과 글은 전혀 다른 매체(Media)다. 만드는 과정, 표현되는 형태, 메시지의 범위가 다르다. 따라서 글과 사진을 묶음으로 작성 할 때에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결국 글과 사진의 불균형이 매거진 전체, 각 글의 완성도를 일률적으로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읽는다는 것


내가 과연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썼을까?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논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중) 글을 이용했던 나의 주장은 증명된 주장이라기보다는 경험에 의한 가설이었을 뿐. 그 빈틈을 사진으로 증명하려고 했던 것이 가장 큰 과오였던 것 같다. 글을 글로써 완성하지 못했다.


글을 쓰는 생각


거창하게 철학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철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니까. 사진에 대한 비전, 신념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것과 같은 맥락이다. 글이 가지고 있는 비전이 무엇인가? 그것을 글로써 명확하게 잘 서술하고 있는가? 그 생각은 바로 다음 한 글자로 귀결된다.


왜?


왜 글을 쓰는가? 이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채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없이 글을 쓰는 것과 같다. 명료하게 지향하는 방향이 없기 때문이다. 주제를 정하고 스토리를 구상하고 적절하게 사진 배치하고 마지막에 멋진 맨트를 넣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글 전체가 지향하는 바가 없어서 독자의 입장에서 잘 읽히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사진을 배우던 초창기와 비슷한 오류다. 적절한 피사체를 두고 구도를 생각해서 적절한 노출값을 조절하고 셔터를 누른다. 그런데 왜 찍었는지 자문을 해보면 딱히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다. 이 상황을 스스로 느끼기 시작한 순간부터 카메라를 들고 벼랑 끝에 서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교차점 / 사진은 '우연'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글은 '우연'이란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반성문이 되었다. 당연한 결과다. 사진과 글을 모두 다 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글을 쓰는 공간에서 다른 것으로 부족한 것을 메우려는 시도는 오만이며 자만이었다. 글을 쓰는 노력을 게을리했고 사진만큼 신경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가 맞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는 사진 공모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수상작들을 모두 읽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포스팅되는 좋은 글을 꾸준히 많이 읽으려고 한다. 읽는 것 또한 충실히 하려고 한다. 글을 읽고 쓰는 노력이 지금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눈앞에 놓인 브런치 프로젝트의 '수상'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바를 글로써 잘 전달하기 위한 나의 '역량'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사피엔스(Sapiens) / 나의 사진 이듯, 나의 글을 써야한다.

한참이 지나 사진에 대한 책 한 권을 내더라도 정말 부끄럽지 않은 나의 사진, 나의 글을 쓰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자.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시도했던 세 번째 프로젝트는 나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수상작 공지에 축하 댓글을 달았지만, 다시 한번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 말씀 올린다. 이렇게 반성문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니 깃털만큼은 아니지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작가의 이전글 영겁의 시간, 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