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의 모든 것은 전략이다
특허출원은 언제 해야 가장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제품이 완성되고 나서 특허를 출원하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시기는 너무 늦어 보인다. 조금 더 빠른 특허 출원의 타이밍을 권하고 싶다.
전자제품을 예로 들면, 하나의 전자제품이 개발되어 판매되는 동안에 수많은 단계가 존재한다. 크게 구분하면 제품의 기획단계, 연구개발(R&D)단계, 시제품완성, 마케팅, 제품판매 등의 순이다.
특허분쟁경험이 없는 기업에서는 보통 연구개발단계가 다 끝나고, 시제품 완성단계에서 특허출원을 진행한다. 그러면서 제품이 곧 출시되니 특허출원을 서둘러 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러면 너무 급박하다. 명세서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성되지 못하니 특허의 질도 떨어지게 되고, 제품 1개에 특허가 1개밖에 나오지 않는 단점도 있다.
심지어 제품을 출시하고 특허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자칫하면 특허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아이폰의 '바운스 백' 기술에 대한 독일 특허는 스티브잡스의 2007년 1월 시연으로 인해 독일 특허법원에서 무효판결을 받았다. 국내의 베스트셀러 아동도서인 '마법천자문'을 출판한 북이십일은 마법천자문 교재와 관련한 특허를 받았지만 특허출원 전 교재가 판매되었다는 이유로 특허무효판결을 받았다.
반면, 특허분쟁경험이 많은 기업에서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여러 개의 특허를 출원해 놓는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새롭게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구체화될때마다 특허출원을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하나하나의 기능마다 특허가 출원된다. 그래서 하나의 제품에 대해 여러 개의 특허가 탄생한다. 아이디어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가출원(예비출원)을 해놓고, 추후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대로 특허출원을 한다. 이때 우선권을 주장하여 출원일을 가출원일로 앞당긴다.
이제 결과를 비교해보자. 기업 A와 기업 B가 2016년 1월에 동시에 연구개발을 착수하여 시제품을 2018년 12월에 완성시킨다. 그런데 기업 B는 연구개발기간인 2016년에서 2018년 사이에 여러 개의 특허출원을 했다. 한편, 기업 A는 시제품이 나오고서야 한달 뒤인 2019년 1월에 1개의 특허출원을 한다.
두 개의 기업이 서로 특허를 가지기 위해 경쟁한다면 어느 업체가 승리할까? 답은 모두가 알 것이다. B의 특허출원일이 빠르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다. 특허출원이 가장 빨라 특허를 받았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부와 명예를 다 가져갔지만, 2시간 느려 특허를 받지 못했던 엘리샤 그레이는 그 기회를 잃었다.
다른 업체와의 특허분쟁을 고려하더라도 기업 B의 사례가 바람직하다. 회사가 제품 1개에 대한 특허만 있는 경우에는 특허분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 1개만 있는 경우 통상적으로 상대방 업체로부터 무효심판이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허 1개에 대한 무효심판에서 무효 확율은 50%에 달한다. 상대방 업체로서도 해볼만한 싸움이다.
반대로 제품 1개에 여러 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 특허분쟁을 이기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특허가 강한 질레트는 하나의 면도기 제품마다 수십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면도기 날의 개수, 각도, 날의 구조, 손잡이의 구조, 재질 등 기능마다 특허를 받아둔 것이다. 누구도 수십 개의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해서 모두 승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코닥이 폴라로이드와 특허소송을 진행할 때, 폴라로이드의 12 개의 특허를 모두 피하거나 무효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코닥은 패소했고, 700여명의 근로자를 해고하고 공장 문을 닫는 등 3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특허출원은 가급적 연구개발단계에서부터 진행하시기를 바란다.
신무연 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