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징전 Sep 08. 2020

엄마의 레시피

기억해줘

중국에서 보낸 추억 때문일까?

난 중국음식을 엄청 좋아해서 집에서도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중국음식을 즐겨 먹는다.

그중에서도 '공심채 볶음'은 나의 최애 요리이다. 공심채는 모닝글로리라고 하는 야채인데 요즘은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2-3인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에 3000-5000원 사이에 구입할 수 있어서 가성비도 좋은 완전 강추 재료이다. 

내가 해준 중국요리를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특히나 딸아이가 내가 만들어준 '공심채 볶음'을 정말 좋아했다.

5분이면 뚝딱 완성되는 요리라서 딸아이가 배고프다고 하면 바로 차려줄 수 있어서 나에게는 비장의 요리이기도 하다. 

엄마의 요리는 세상 최고의 정성이 들어간 요리이다. 그래서 우린 늘 엄마의 요리를 그리워하는 거 같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는데 엄마의 음식은 단순히 미각으로 느끼는 평가로 말할 수 없는 '마음의 가치'를 가진다.  

어린 시절 나에게는 기억나는 엄마 요리가 없다. 어릴 때 엄마는 늘 바빴고, 할머니나 도우미 아줌마가 밥을 해 줘서 엄마는 밥을 할 줄 알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교 후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간식으로 엄마표 떡볶이를 먹는 친구가 그때 맘 속에 가끔 부러웠었다. 요즘 내가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엄마가 갈비찜을 잘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기억될 엄마 요리가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엄마가 그리울 때면 갈비찜이 먹고 싶을 거고, 갈비찜을 보면 우리 엄마가 생각날 테니까 말이다. 이제는 내가 엄마가 되어 내 딸이 나를 기억해 줄 음식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딸아이에게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내 생각에는 바로 '공심채 볶음'일 거 같다. 이혼을 하면서 딸아이와 헤어진 지 일 년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내 맘속에서 딸아이를 저 깊은 곳에 묻어두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서 다시 볼 수 있는 날까지 이 맘을 잠시 꽁꽁 감춰두고 싶다. 그리고 바라는 게 있다면 딸아이가 공심채 볶음을 보면 그래도 엄마 생각이 나지 않을까... 엄마가 해 주는 공심채 볶음이 그리워서 나를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든다. 

오늘은 문뜩 브런치에 나의 공심채 볶음 레시피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우리 딸아이가 엄마 요리가 먹고 싶고 그리운 날이 왔을 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엄마 마음에서이다. 부모는 언제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가끔씩 내가 죽을 때까지 딸아이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공포감이 들 때가 있다.  

별거 아닌 레시피라서 창피하지만 이렇게 별거 아닌 방법으로 만들어낸 공심채 볶음! 

별거 아닌 요리지만 내가 딸아이를 사랑하는 정성만큼은 별거 아닌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언젠가 딸아이도 알거라 믿는다.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영상으로 기록해 두면 딸아이도 쉽게 따라 할 거 같아서 찍어보았다.

공심채 볶음의 준비물은 정말 간단하다.

난 중국음식을 할 때 중화 시즈닝 맛간장을 애용한다. 확실히 중국 볶음 요리할 때 덜 짜면서 감칠맛을 내기에 좋은데 여기저기 활용도도 높아서 나에게는 꼭 필요한 식재료 중에 하나이다. 중화 시즈닝 맛간장이 없다면 그냥 진간장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공심채 볶음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줄기와 잎 부분을 분리해서 다듬고 줄기부터 볶은 다음 반쯤 익을 때 잎 부분을 넣어서 완성해야 한다. 

줄기는 아무래도 간이 덜 배이고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간장을 넣고 먼저 볶아야 줄기까지 맛있는 공심채 볶음이 완성된다. 공심채는 줄기 부분이 비어있어서 간이 잘 배이게 되면 한 입 깨물었을 때 톡 하고 줄기 안에 숨어있던 양념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그게 공심채의 매력이다. 아, 그리고 마늘을 먼저 넣어서 마늘 향을 듬뿍 내어주는 것도 좋다.


딸아이는 꼭 간이 잘 배어있는 잎 부분을 먼저 골라 먹었다. 쓰면서 보니 아이러니하게, 공심채 볶음을 보면서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랬는데 오히려 내가 딸아이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건 왜 일까? 밥은 잘 챙겨 먹는지 늘 걱정이다. 

엄마의 레시피... 꼭 기억해 주길 바라고 무엇보다 엄마가 얼마나 자기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우리 딸아이가 꼭 기억해 주면 좋겠다.

오늘도 나는 나의 자식 사랑을 공심채 볶음에 담아본다.

작가의 이전글 남산타워에 언제 가보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