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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민 Jul 18. 2021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할 고사성어 리뷰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나'

 어렸을 적에 하천 앞에서 작은 돌을 주머니에 넣고 물 수제비를 했던 기억이 있다. 조그맣고, 동그란 돌들을 물 위로 던지면 ‘통, 통’ 튀면서 앞으로 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기 때문이었을까? 어렸을 적에 내 주머니에는 동그란 돌들로 가득 찼던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그 주머니에 돌 대신 다른 것을 넣은 적이 있었다. 바로, 내 ‘손’이었다. 보통,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닐 수 있지?!”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경우가 달랐다. 왜냐하면, 나는 수업 중간에 벌떡 일어나 친구들의 책상 사이를 배회하며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자연스럽게 돌아다녔었다.

 

 그 당시에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손을 꽂고 수업 중간에 돌아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다른 사람의 관심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어렸을 적에 너무나 궁금한 것들이 많은 아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주머니는 동그란 돌들도 넣을 수 있었고, 수업 중간에 벌떡 일어난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의 손도 담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도라에몽의 주머니’처럼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쭉 읽어가는 중간에 나도 모르게 멈추게 된 고사성어가 있었다. 그 고사성어는 ‘낭중지추’라는 단어였다. 

 

 ‘낭중지추’의 뜻을 살펴보니 “주머니 속의 송곳니란 뜻”이라는 의미로 적혀 있었다. 나는 잠깐 멈춰 서서 이 뜻이 어떤 뜻일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이 단어가 왜 나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어 갔는데 배경은 이렇다. 

 

 전국시대 말에 조나라의 평원군이 진나라의 공격을 받으면서 초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수행원들이 필요했다. 그 수행원들을 뽑는데 3000:20이라는 경쟁률로서 어마어마했다. 평원군은 재빨리 19명까지 추려냈지만 한 명이 부족했다. 

 

 그때! 모수라는 자가 평원군 앞으로 나와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평원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모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본디 유능한 사람은 숨어있어도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 끝이 밖으로 나오듯이 자연스럽게 그 존재가 드러나는 법이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그대는 한 번도 이름이 드러난 적이 없지 않은가?” 

 

 이것에 지지 않고 모수는 이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제가 비로소 주머니 속에 넣어주시기를 청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군의 주머니 속에 저를 넣어주시기만 한다면 송곳의 끝뿐 아니라 자루까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뒤에, 모수는 수행원에 합류되었고 모수로 인해 초나라 왕을 설득하고 진나라로부터 안전하게 방어할 수 있었다.

 

 이것을 경험한 후 나는 ‘낭중지추’를 꿈꾸기 시작한다. 아니, 모수의 ‘낭중지추’인 자루까지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독서 실력을 늘리고자 글을 꾸준히 읽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의 주머니나 나의 주머니나 동일한 공간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 속에 넣어져 있는 인생이 아니라, 주머니를 뚫고 자루까지 보여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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